
▲ 천주현 변호사(형사전문변호사, 법학박사)
[천주현 변호사의 사건이슈] 공갈죄로 처벌받은 사기피해자
범죄피해자라도 권리실현수단이 법에 저촉되면 형사처벌된다. 사회상규에 반한 권리행사는 위법하기 때문이다.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돈을 추심하는 과정에서 폭행·협박을 행사하거나, 사기피해자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사기꾼을 감금·협박하면 공갈죄로 처벌받는 경우가 있다.
대구에서는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 취업청탁을 했다가 불발된 사건이 있었다. 거액을 건넸다가 ‘돈만 날리고, 속았다’고 생각 든 피해자가 반환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손보겠다’고 협박해 형사처벌되고 말았다. 대구지방법원은 위 공갈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사기친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과 추징금 3억 4천여만원을 선고했다.
취업청탁 명목으로 돈이 수수된 것은 죄명확정과 관련해 난해함이 있다.
첫째, 공무원이 아닌 사기피고인에게 전적으로 돈이 귀속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공직 인사 알선 명목으로 돈이 넘어갔다면, 이는 특가법상 알선수재죄 내지 변호사법위반죄에 해당하고, 돈을 준 자는 불벌, 돈을 받은 자만 처벌된다. 알선수재죄든 변호사법위반죄든 모두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사안이고, 필요적 몰수·추징 규정을 갖고 있다.
둘째, 사기피고인이 공직에 계신 높은 분에게 돈 심부름을 하는 것으로 양해하고 돈이 오간 것이면, 준 사람은 제3자뇌물교부죄(뇌물공여의 특수한 형태다), 받은 사람은 제3자뇌물취득죄가 성립한다. 두 사람 다 처벌되고, 역시 추징 사안이다.
셋째, 사기피고인이 인사권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공무원이라서 돈을 받았다면 이는 뇌물수뢰죄가 되고, 공여자도 처벌된다.
넷째, 사기피고인이 공무원이고, 그의 지위를 이용하여 인사권을 가진 공무원의 인사직무의 알선에 관해 뇌물을 수수했다면 알선수뢰죄가 되고, 역시 공여자도 처벌된다.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특가법 알선수재죄가 돼 차이가 있다.
보도상 1, 2심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이 사건은 둘째의 것이다. 돈을 전달하라고 했는데, 배달사고가 난 사건이다. 결국 취업사기를 친 피고인은 사기죄와 제3자뇌물취득죄, 사기당한 공갈범은 공갈죄와 제3자뇌물교부죄가 각 성립한다. 피해자의 청탁이 불법이고, 공갈로 돈을 돌려받은 점 등 영 개운하지 못한 사건이다.
대구 형사전문·이혼전문 변호사 | 법학박사 천주현
#취업사기 #공갈협박 #제3자뇌물교부 #제3자뇌물취득 #대구지법형사11단독 #대구지법제1형사부 #천주현변호사 #변호인리포트
[저작권자ⓒ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