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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행정수도 완성론 - 정승열 법무사

김민주 / 기사승인 : 2020-07-30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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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JPG
  

제72주년 제헌절 기념식장에서 국회의장은 ‘지난 32년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헌법은 그 변화를 담지 못하고 있다’며 개헌론의 불을 지피더니, 사흘 뒤인 7월 20일 여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중앙부처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며 ‘행정수도 완성론’을 제기했다.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표현은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던 당초 구상과 달리 일부 중앙부처만 이전된 ‘미완의 행정수도’에 그쳤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그 후 여권은 입을 맞추듯이 일제히 수도 이전 발언에 나섰다. 여당 최고위원회는 ‘여야가 마음만 먹는다면 현 정부 임기 내에 행정수도 이전을 마무리할 수 있다며,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수도 이전 이슈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또 여당 의원들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수도권 아파트값 안정을 위하여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며 수도 이전문제를 거론하면서 200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 변경을 압박하는 발언까지 하고 있다. 즉, 2004년 당시 대통령의 탄핵소추까지 불러왔던 수도 이전 논란에 대하여 헌재는 “서울은 조선 시대 이래 600여 년간 수도였고, 이런 관행은 중간에 깨진 적이 없으며, 우리 국민이라면 이견을 보일 수 없는 명확한 사실”이라며, 수도 이전에는 개헌이 필수적이라는 ‘관습헌법’이라고 판시했었다.

 

그러나 여당은 헌재의 결정은 절대 가치가 아니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헌재가 또다시 위헌결정을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헌법재판소 결정 변경을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나아가 2004년에는 사법부는 이전 대상이 아니었으나, 이번에는 청와대를 비롯하여 국회·대법원·헌재까지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 출신으로서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을 역임한 뒤,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행정부 2인자가 되어 멸사봉공(滅私奉公)이라는 충정(忠情) 이전에 삼권분립상 행정부를 견제하고 균형을 갖춰야 할 전직 국회의장으로서 노욕(老欲)으로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었다는 세간의 비판을 받는 국무총리도 답변에서 “수도 이전은 헌재에서 위헌결정을 받은 부분이 치유되어야 완전한 수도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라면서도 행정수도 이전 주장을 반대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하여 야당과 시민단체는 벌떼처럼 일어나 반대에 나섰다, 제일 야당은 여권의 수도 이전에 관한 헌재 결정 변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헌법재판관들에게 ‘우리 뜻에 따르라’는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는 월권적 발언이라며 비난하고, 법조계에서도 600년 역사에 기반을 둔 관습헌법이 불과 16년 만에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경실련도 정부가 땜질식 부동산대책을 남발하고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무책임하게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한다며, 정부는 먼저 부동산 실책에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하라고 비난했다.

 

정부와 여당이 국토 불균형 대책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는 명분은 좋다. 그렇지만 서울집중현상이 중앙 정부가 밀집한 탓도 있지만 그보다 교육, 문화, 일자리 등 모든 환경이 우수하여 집중화하고 강남 선호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과천시에 있던 규모의 정부 기관이 이전된 세종시에 과연 수도권에 가정을 둔 공무원들이 얼마나 이주하였으며, 인구분산 효과가 나타났는지를 돌아보면 해답이 나올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에 이러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수도 이전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또 현 정부 출범 후 줄기차게 추진했던 부동산대책이 실패했음을 진솔하게 고백하고 책임 있는 자를 문책하지 않은 채 2004년 위헌결정의 취지를 애써 무시하며 입법만으로 가능하다거나, 이번에는 합헌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적 갈등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를 크게 혼란시킬 가능성이 많다. 더더욱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개헌론은 자칫 그동안 제기되었던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서 오히려 판도라 상자를 열 듯 더 큰 국가 혼란을 가져올 위험성도 많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에 맞설 야당의 상황을 살펴보면 참으로 한심하다. 4.15. 총선에서 격전을 치르고 여의도에 입성한 103명의 국회의원 스스로 당을 이끌어나갈 책임자를 선출하여 여당과 맞서지 못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이름으로 노정객을 상왕처럼 모셔온 처사는 전국에서 뽑힌 ‘국민의 대표’들의 인격을 무시한 것이자, ‘국민의 대표’ 위에 상왕이 군림하듯 전근대적 당 운영에도 부끄러움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또 정치는 대화와 협상인데도 특정 상임위원장만을 주장하며 11 : 7의 여당 협상안까지 팽개친 현실 인식은 임기 끝까지 일방적으로 끌려갈 어리석음을 자초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야당은 똘똘 뭉쳐도 정부와 여당에 맞설 수 없는데 TV 코미디프로 봉숭아학당 같은 당의 대변인은 여권의 행정수도 이전 주장은 부동산값 폭등의 책임을 회피해보려고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라고 비난하는데, 충청권 출신 의원들은 행정수도 이전에 찬동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등 자중지란(?)을 보인다. 제일 야당은 이런 혼란을 막고 거대 여당과 싸우려면 상왕 같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하루빨리 청산하고 치고받는 난장판을 벌이더라도 정당의 자생력과 존립의 의미를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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