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유추해석금지에 관한 사례
-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일명 ‘땅콩회항 사건’)을 중심으로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항공기 1등석에 탑승한 항공사 부사장인 피고인은 스튜어디스 甲이 자신에게 견과를 대접하는 방식이 자기가 알고 있는 객실서비스 설명서에 규정된 방법과 다르다는 이유로 심하게 화를 냈고, 객실사무장 乙에게 “설명서를 제대로 모르는 승무원은 데리고 갈 수 없으니 당장 기장에게 비행기를 세우라고 연락하라”고 고함을 쳤다. 그 시간에 비행기는 탑승교로부터 분리되어 푸시백(Pushback, 계류장의 항공기를 차량으로 밀어 유도로까지 옮기는 것)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비행기는 그때까지 약 22초간 17m 가량 후진하였고, 계류장을 벗어나 유도로에 진입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기장 丙은 乙로부터 연락을 받고 공항 계류장 통제소의 승인을 받아 비행기를 다시 탑승구를 향해 이동시켰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고인은 항공보안법 제42조의 항공기 항로변경죄(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여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로 기소되었다.
제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으나(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2. 12. 선고 2015고합6 판결), 항소심은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5. 5. 22. 선고 2015노800 판결).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관여 법관 10대 3의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항공기 안전운항을 저해하는 폭행으로 인한 항공보안법 위반, 업무방해, 강요 부분에 대하여는 제1심과 원심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고, 피고인은 이 부분에 대한 상고를 포기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항공보안법 제42조의 ‘항로’의 의미를 비행기가 이동할 때 다니는 지상의 길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만약 지상의 길까지 포함된다고 본다면, 피고인이 푸시백 중이던 비행기를 탑승구로 돌아가게 한 행위는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한 것에 해당되어, 피고인은 항공보안법 제42조 위반죄로 처벌될 터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다수의견] 본죄의 객체는 ‘운항 중’의 항공기이다. 그러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변경할 대상인 ‘항로’는 별개의 구성요건요소로서 그 자체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하게 해석해야 할 대상이 된다. 항로가 공중의 개념을 내포한 말이고, 입법자가 그 말뜻을 사전적 정의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지상의 항공기가 이동할 때 ‘운항 중’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그때 다니는 지상의 길까지 ‘항로’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다.
[반대의견]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 항공기가 지상에서 이동하는 경로는 항공보안법 제42조의 ‘항로’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3. 판례 해설
모항공사 회장의 장녀가 뉴욕발 항공기 1등석에서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다준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리고,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탑승구로 되돌림으로써 재벌가의 갑질 논란을 촉발시킨 사건이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관해 정의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하는바, 국어학적 의미에서 항로는 공중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지상의 항공기가 이동할 때 다니는 지상의 길은 ‘항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아니하는바,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의 취지에 충실한 해석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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