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주주의 판단기준
- 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甲은 乙로부터 송금받은 자금으로 甲 명의 증권계좌에서 상장회사인 丙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장내매수하고, 丙회사의 실질명부에 甲 명의로 명의개서(주식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의 성명과 주소를 주주명부에 기재하는 것)까지 마쳤다.
이후 甲은 丙회사의 정기주주총회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주로서 丙회사를 상대로 주위적으로 주주총회결의 무효확인, 예비적으로 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丙회사는 甲이 매입한 주식의 매수자금은 제3자인 乙이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주식의 소유자는 乙이고 甲은 丙회사의 주주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주주총회결의 취소소송은 주주·이사 또는 감사가 제기할 수 있고(상법 제376조), 결의 무효확인소송(상법 제380조)은 확인의 소로서 확인의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는데, 주주에게는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이 사안에서는 丙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甲에게 원고적격이 인정되는지, 즉 丙회사의 주주로 주주명부에 기재된 甲에게 주주의 자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원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대하여, 甲 명의 주식의 취득자금을 실제로 부담한 자는 제3자인 乙이고, 甲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甲에게 독자적으로 丙회사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할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甲이 제기한 소를 각하한 제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5. 11. 13. 선고 2014나2051549 판결 참조), 이에 대하여 甲이 상고하였다.
대법원의 판결요지는 아래와 같다.
상법이 주주명부제도를 둔 이유는, 주식의 발행 및 양도에 따라 주주의 구성이 계속 변화하는 단체법적 법률관계의 특성상 회사가 다수의 주주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외부적으로 용이하게 식별할 수 있는 형식적이고도 획일적인 기준에 의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의 효율성과 법적 안전성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이는 회사가 주주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관계를 따로 조사하지 않고 주주명부의 기재에 따라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를 획일적으로 확정하려는 것으로서, 주주권의 행사가 회사와 주주를 둘러싼 다수의 이해관계인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며, 단지 해당 주주의 회사에 대한 권리행사 사무의 처리에 관한 회사의 편의만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주식을 양수하였으나 아직 주주명부에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하여 주주명부에는 양도인이 주주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려는 자가 타인의 명의를 빌려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고 그 타인의 명의로 주주명부에의 기재까지 마치는 경우에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주주명부상 주주만이 주주로서 의결권 등 주주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다.
주주명부에 적법하게 주주로 기재되어 있는 자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 주식에 관한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사 역시 주주명부상 주주 외에 실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고자 하였던 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없으며,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아니한 자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도 없다.
원심의 판단에는 주식의 취득자금을 제공받아 주식을 매수한 후 실질주주명부에의 기재까지 마친 실질주주명부상 주주의 회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파기환송).
3. 판례 해설
주주의 회사에 대한 주주권의 행사는 명의개서를 기준으로 정해지는바, 타인의 승낙을 얻어 타인 명의로 주주명부에 기재되어 있는 경우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명의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주식인수인이 주주이므로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실질설)과 명의상의 주식인수인을 주주로 보고, 회사에 대해서도 명의주주가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형식설)이 대립하였다. 판례는 종래 실질설을 취하였으나 대상판결을 통하여 주주명의 기재는 단순히 사무처리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를 획일적으로 확정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회사와의 관계에서 주주권 행사의 문제는 주식양도든 주식발행이든 어느 경우든 주주명부 기재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여, 형식설로 변경하였다.
또한, 상법 제337조 제1항은 “주식의 이전은 취득자의 성명과 주소를 주주명부에 기재하지 아니하면 회사에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 회사가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양수인을 주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회사가 스스로 주주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편면적 구속설)과 회사가 명의개서 미필주주를 주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쌍면적 구속설)이 대립하였고, 판례는 종래 편면적 구속설을 취하고 있었으나 대상판결을 통하여 쌍면적 구속설로 그 입장을 변경하였다.
대상판결은 누가 주식의 적법한 소유자인가 하는 문제와 회사에 대해서 주주임을 주장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지의 문제를 구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A가 주식을 양수하고 B의 승낙하에 명의개서만 B 명의로 하는 명의차용 거래는 대외적으로 주식소유권이 A에게 있다. 반면 실질소유자인 A가 B와 명의신탁 약정을 체결하면서 주식을 양도하고 B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는 경우에는 대외적인 주식소유권도 B에게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입장에 따른다면 회사에 대해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는 어느 경우든 명의자인 B로 국한된다. 결국 대세적으로 주주라고 하더라도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명의개서가 반드시 요구되고 주주명부에 기재된 자는 설사 대세적으로 주주가 아니더라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대상판결은 당사자 사이에 명의차용에 관한 합의가 있는 등 명의개서가 ‘적법하게’ 이루어졌을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상법은 주주명부의 기재를 회사에 대한 대항요건(제337조 제1항)으로 정하고 있을 뿐 주식 이전의 효력발생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명의개서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무권리자가 주주가 되는 것은 아니고, 명의개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주주가 그 권리를 상실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7다221501 판결 참조). 따라서 대상판결이 주주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한 무권리자라도 명의개서가 되어 있으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 아님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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