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세상의 창] 여도지죄(餘桃之罪)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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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여도지죄(餘桃之罪)_정승열 법무사(대전)

이선용 / 기사승인 : 2022-07-25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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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 법무사.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지난 3월 9일 48.6% 지지율로 구여당 후보와 0.7%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은 불과 2년 전까지 이전 정권에서 대선 때 댓글공작을 수사하다가 밉보여 한직을 전전하던 검사였다. 그런 그를 몇 단계 건너뛰어 검찰의 꽃이라고 하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했다가 또다시 검찰총장으로 중용한 것은 오로지 전임 대통령의 선택이었다.

 

물론 당시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소외당하였으니, ‘적의 적은 내 친구’라는 판단에서 이뤄진 파격 인사로서 엄밀한 의미에서는 공정한 인사도 아니었다. 결국 그가 전 정권에서 그랬듯이 배은망덕(?)하게도 청와대 심장부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밀면서 새로운 갈등이 시작되었다. 세 명의 법무부 장관을 배턴 터치하듯 교체하며 그를 짓눌렀어도 버티던 그가 법정 임기 2년을 반년 남겨놓고 스스로 옷을 벗고 물러나는 듯하더니, 제일 야당의 대선후보로 변신하여 대통령이 된 것이다.

 

구여당에서는 그를 배신자니, 양호유환(養虎遺患)이니 하고 비난하지만, 그것은 그가 정권에 충성하지 않고 국가에 충성한다는 소신을 실천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엄격한 조직사회에서 몇 단계 건너뛰어 발탁한 공평하지 못했던 인사 잘못을 사과하고, 또 사람을 잘 고르지 못한 어리석은(?) 판단으로 정쟁을 일으킨 것에 사죄해야 옳았다. 역설적으로 한직을 떠돌던 그를 하루아침에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일등 공신은 그를 발탁해준 전 대통령과 그를 억압받는 투사로 각인시켜준 세 명의 전직 법무부 장관이니, 그들에게 감사하고 만찬이라도 한번 베풀어줌 직하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한 소신 행동으로 취임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지지율과 반대가 뒤바뀌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를 넘더니, 순식간에 반대 여론이 지지율 32%의 곱절이 넘는 상황이 되었다. 대통령은 치밀한 검사의 자세에서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인으로 변신해야 했고, 또 정치 초보자이니 부족한 부분을 보좌진에게서 보충해야 했지만, 이런 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잘못이 가장 크다. 지지와 반대 사이의 중도성향이 많다면, 얼마든지 지지 세력으로 돌릴 여지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찬성과 반대가 극명한 상황에서는 지지율을 높이기가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다. 당장 야권에서는 ‘탄핵’이란 단어가 슬금슬금 흘러나오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이 독선 한다며 비난하고,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잘못된 인사며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라는 현실 인식 차이가 큰데, 문제는 대통령의 통치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지지율은 더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춘추시대 위나라(衛)에 미자하(彌子瑕)라는 미소년이 영공(靈公)의 총애를 받았다. 영공은 음란하고 방탕한 임금으로 유명한데, 영공이 미자하를 총애했다는 점에서 영공과 미자하의 남색(男色) 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어느 날 밤, 미자하는 그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자 왕의 허락도 받지 않고 영공의 수레를 타고 급히 달려갔다. 당시 국법에는 왕의 수레를 함부로 쓰는 자는 발꿈치를 자르는 월형(刖刑)으로 다스렸는데, 신하들은 영공에게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수레를 탄 미자하는 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마땅히 중벌을 내려서 존엄함을 보여 주시옵소서.” 했다.

 

그러나 영공은 ‘미자하의 효성이 지극하구나! 어미를 위하여 제 다리가 잘리는 형벌도 마다하지 않았다니!’하고 말했다. 어느 날, 미자하는 영공과 함께 궁중을 산책하다가 잘 익은 복숭아 한 개를 따서 맛을 보더니 매우 달다면서 반쯤 베어 먹은 것을 영공에게 바쳤다. 이때 신하들은 미자하가 복숭아를 맛보고 나머지 반쪽을 영공에게 건넨 행동은 ‘임금을 무시한 방약무인한 짓’이라며 미자하의 처벌을 간했다. 그러나 영공은 ‘얼마나 나를 사랑하면, 제 입의 맛있음을 뿌리치고 나를 생각해 주겠는가?’ 하며 그를 칭찬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아름다움이 퇴색하자, 영공의 총애도 식었다. 그즈음 미자하가 또 한 번 죄를 짓게 되었다. 영공은 ‘이 녀석은 본래 성품이 좋지 못했다. 예전에 건방지게 나 몰래 수레를 타고 제 어미에 문병하러 갔고, 또 제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주기도 했다.’ 하며 벌을 주었다. 이것을 먹다 남은 복숭아를 바친 여도지죄(餘桃之罪)라고 한다. 한비자의 세난편(說難編)에 나오는 고사다. 미자하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그의 행동이 어질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죄라고 한 것은 영공의 애증이 변했기 때문이다. 한비자는 미자하의 고사 끝에 역린(逆鱗). 즉 군주의 노여움을 건드리지 않아야 성공적인 유세(遊說)라고 했다. 사랑과 미움은 백지 한 장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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