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보수 결정과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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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에서 이사의 보수는 단순한 급여 지급의 문제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이는 회사의 성과, 책임, 지배구조, 그리고 주주와 경영진 사이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핵심 의사결정 사안에 해당한다. 특히 이사가 동시에 주주인 경우, 자신의 보수와 관련된 주주총회 결의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오래전부터 상법상 중요한 쟁점으로 논의되어 왔다.
상법은 이러한 이해충돌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368조 제3항에서 “총회의 결의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본다수결 원칙 아래에서도 결의의 공정성과 회사 공동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할 수 있다.
2. 이사 보수 결의와 이해충돌의 구조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를 정관에 정하지 아니한 경우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실무상 주주총회는 개별 이사의 구체적 보수액보다는 총 보수한도 또는 지급기준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형식이 어떠하든, 해당 결의는 이사 개인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발생시키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이해충돌의 소지를 내포한다.
만일 이사인 주주가 자신의 보수 한도나 지급기준을 결정하는 결의에 자유롭게 참여한다면, 회사의 장기적 이익이나 일반 주주의 관점보다 개인적 이익이 우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주주총회의 객관성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3. 판례의 입장
주주총회의 결의는 상법 또는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하고, 총회의 결의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상법 제368조 제1항, 제3항). 따라서 상법 제388조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보수에 관하여 결의할 때에 주주 전원이 이사라거나 특별이해관계 있는 자를 제외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인 동시에 이사인 자는 특별한 이해관계 있는 자로서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이때 특별이해관계 있는 주주가 가진 주식의 의결권 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수에 산입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상법 제371조 제2항) 상법 제368조 제1항의 정족수 계산의 기초가 되는 '발행주식의 총수'에도 산입되지 아니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다3585 판결;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다219931 판결 참조).
4, 판례의 의미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주주이면서 동시에 이사의 지위에 있는 자가 자신의 보수와 관련된 주주총회 결의에 참여하는 경우,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즉, 이사의 보수 결의는 회사 전체의 이익과 해당 이사의 사익이 직접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나아가 판례는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은 단순히 찬반 의사 표시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결의 정족수 판단에서도 배제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 이는 이해관계인의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차단하여, 이해관계가 없는 주주들의 독립된 의사에 따라 결의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해석으로 볼 수 있다. 이 판결의 핵심은 단순히 특정 안건의 가부를 넘어, 주주총회가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서 공정성과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5. 실무상 파급효과
이 판결 이후 기업 실무에서는 이사 보수 안건을 상정할 때 특별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사전에 검토하고, 의결권 수 및 정족수를 별도로 계산하는 절차가 중요하게 되었다. 특히 비상장 중소기업이나 가족회사처럼 대주주가 대표이사를 겸하는 구조에서는 이러한 검토가 더욱 필요하다.
만일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을 배제하지 않은 채 결의를 진행하였다면, 그 결의는 결의방법의 법령 위반을 이유로 취소의 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하자의 정도에 따라 무효 또는 부존재 확인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주주총회 의사록에는 이해관계인의 범위, 배제된 의결권 수, 정족수 충족 여부 등을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 남은 쟁점과 한계
다만 특별이해관계인 제도는 항상 기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폐쇄회사에서는 주요 주주 대부분이 이사를 겸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회사에서 관련 주주를 광범위하게 배제하면 결의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교착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어떤 경우를 ‘특별한 이해관계’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는 개별 사안마다 평가가 필요하다. 단순히 간접적 이익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의결권을 제한할 수는 없으며, 회사의 이익과 개인의 이해가 실질적으로 충돌하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따라서 특별이해관계인 규정은 획일적 제한 규범이 아니라, 자본다수결 원칙과 결의 공정성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조정 장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7. 결
판례의 입장은, 경영자가 자신의 보수 결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적 이해충돌을 견제하고, 주주총회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높은 수익성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정당하다는 신뢰가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이사 보수 결의는 단순한 내부 급여 문제가 아니라 지배구조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이다. 앞으로도 기업들은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 제한 취지를 충실히 반영하여, 법적 분쟁을 예방하고 소수 주주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주주총회 운영체계를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특별이해관계인 의결권 제한의 취지를 현장에 충실히 반영할 때, 법적 분쟁을 예방하고 진정한 의미의 책임 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 의사결정의 정당성이 확보될 때 기업의 가치는 비로소 온전하게 평가받을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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