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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수사기관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03-27 11: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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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 최창호 변호사
수사기관의 수사대상 내지 수사의 객체가 되어 피의자로 입건되거나 심지어 구속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다가 검사로부터 사후에 무혐의 결정을 받거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을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하기도 한다.

사법경찰관이 관할 지방법원 판사가 발부한 체포영장ㆍ구속영장에 의하여 송유관 기름 절도범행의 피의자를 체포ㆍ구속하였는데, 송치 후 검사가 혐의에 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의자를 석방하고 최종적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한 사례가 있다. 이렇게 되자 피의자였던 원고는 사법경찰관이 자신을 체포ㆍ구속한 것을 포함하여 사법경찰관의 수사활동 등이 위법하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하였다. 위 사례에 대하여 하급심은 범죄혐의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고 체포나 구속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데도 원고를 체포ㆍ구속하는 데에 나아간 사법경찰관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사안에 따라 상이한 판단이 나올 수는 있겠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사건을 조사하여 진상을 명백히 하는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사법경찰관으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고, 이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사법경찰관의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사법경찰관의 수사활동이나 수사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판단ㆍ처분 등이 위법하다고 평가되기 위하여는 사법경찰관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형사소송법 등의 관련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사법경찰관의 수사활동ㆍ판단ㆍ처분 등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비추어 도저히 그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 후일 그 범죄사실의 존재를 증명함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거나 법원의 무죄판결이 선고ㆍ확정되더라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44823, 44830(병합) 판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다29517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14932 판결 등 참조].

검사는 관할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하여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 구속할 수 있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 지방법원 판사의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 구속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1항, 제201조 제1항). 체포영장, 구속영장의 청구를 받은 판사는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 이를 발부한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2항, 제201조 제4항).

따라서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은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관할 지방법원 판사가 체포,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등을 엄밀하게 심사하거나 심리하여 그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검사에게 영장의 청구를 신청할 수 있을 뿐인 사법경찰관의 수사활동이나 판단, 처분 등이 곧바로 판사의 영장의 발부 여부에 관한 결정을 기속하거나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으로 피의자를 체포, 구속하는 것은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집행한 결과일 뿐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사법경찰관이 수사를 통해 검사의 영장 청구에 관한 판단이나 판사의 영장 발부에 관한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증거나 자료를 확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증거나 자료를 일부라도 누락하거나 조작하는 경우와 같이 사법경찰관의 독자적인 위법행위가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판사의 영장 발부에 관한 결정’이나 ‘영장의 집행 결과에 따른 피의자의 체포 내지 구속 그 자체’에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사법경찰관의 수사활동이나 판단, 처분 등이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이 사건 체포ㆍ구속이나 이 사건 접견제한조치가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비추어 도저히 그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고, 사법경찰관이 수사를 통해 검사의 영장 청구에 관한 판단이나 판사의 영장 발부에 관한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증거나 자료를 확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증거나 자료를 일부라도 누락하거나 조작하는 경우와 같이 사법경찰관의 독자적인 위법행위가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심이 그에 관한 심리를 진행한 바도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사법경찰관이 원고를 체포ㆍ구속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0다290569).

대법원의 이러한 법리에 의하면 수사기관의 행위가 도저히 그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거나, 수사기관에서 증거나 자료를 일부라도 누락하거나 조작하는 경우와 같은 독자적인 위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국가배상이 인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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