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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락논쟁’ 표지 |
[피앤피뉴스=마성배 기자] 조선 성리학의 철학적 정수로 꼽히는 ‘호락논쟁’이 현대적 시각으로 다시 해석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김낙년)은 18~19세기 조선 지식사회에 깊은 영향을 끼친 호락논쟁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교양연구서 ‘호락논쟁’(문석윤 지음)을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책은 한국 사상의 철학적 뿌리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사유의 한국사> 총서의 네 번째 권이다.
호락논쟁은 단순한 학문적 대립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 마음을 둘러싼 철학적 질문이 어떻게 조선의 정치?사회 현실 속에서 구현됐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상사적 사건이다. 충청도 지역의 ‘호학’과 서울 중심의 ‘낙학’이 성리학 핵심 개념인 ‘마음(心)’과 ‘본성(性)’, ‘리(理)’와 ‘기(氣)’를 놓고 벌인 이론적 충돌은 오늘날 인간의 도덕적 가능성과 실천적 삶에 대한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호학은 인간의 기질과 현실 조건에 주목해 ‘극기(克己)’를 통해 공적 보편성에 이르려는 실천적 노선을 강조했고, 낙학은 인간이 타고난 보편성과 도덕 가능성을 근거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펼쳤다. 이 철학적 논쟁은 주자학 내부의 긴장을 세밀하게 드러내며 조선 지식인들의 자기 인식과 도덕 실천의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출간된 ‘호락논쟁’은 기존 연구성과를 집대성하면서도, 주제별로 정리된 문헌과 사상가들의 입장, 논쟁의 태동부터 종결까지 4단계로 분류한 서술방식을 통해 독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아울러, 리(理), 기(氣), 심(心), 성(性), 성인(聖人) 등 성리학의 핵심 개념들을 별도로 정리해 개념 이해의 문턱을 낮췄다.
저자인 문석윤 경희대 철학과 교수는 오랜 시간 유교철학과 성리학, 실학 분야를 연구해온 학자다. 그는 박사 논문부터 ‘호락논쟁: 형성과 전개’(2006)까지 꾸준히 관련 연구를 이어오며 학계의 시야를 넓혀왔다. 이번 책에서도 특정 학파의 시선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사상적 입장을 균형 있게 조명했다.
특히 이번 교양서 기획은 ‘깊이 있는 사유의 한국사’라는 총서의 취지에 따라 단편적 서술이 아닌, 한 명의 연구자가 3년에 걸쳐 일관된 시선으로 집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인간 본성과 마음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로 되살려냈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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