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위해제에 관한 법적 고찰 : 실질적 쟁점과 권리구제를 중심으로”
| ▲최창호 변호사 |
가. 직위해제는 공무원 조직이나 일반 기업에서 인적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조직의 질서 유지를 위해 빈번하게 활용되는 인사처분이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에게 경제적 손실과 명예 실추 등 중대한 불익을 초래하게 된다.
나. 직위해제는 특정 사유가 발생했을 때 해당 공무원이나 근로자에게 직위 자체를 부여하지 않는 가처분적 성격의 처분이다.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은 이것이 징계와 엄격히 구별된다는 점이다.
다. 잠정적 조치
징계가 과거의 비위 행위에 대한 응징이라면, 직위해제는 앞으로의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예비적·잠정적 조치이다.
라. 이중처벌금지 원칙과의 관계
판례는 동일한 사유로 직위해제를 한 후 다시 징계 처분을 내리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두 처분의 목적과 요건이 다르기 때문이고, 헌법상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마. 판례의 태도
(1)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소정의 직위해제 제도는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아 당연퇴직되기 전단계에서 형사소추를 받은 공무원이 계속 직위를 보유하고 직무를 수행한다면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구체적인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바,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위와 같은 직위해제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처분을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당사자가 당연퇴직 사유인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6호에 해당하는 유죄판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 당사자가 계속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공정한 공무집행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판 1999. 9. 17. 98두15412).
(2)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3호는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자에 대하여 직위해제처분을 할 수 있음을 규정하였는바, 이는 중징계의결 요구를 받은 공무원이 계속 직위를 보유하고 직무를 수행한다면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구체적인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직위해제제도의 목적 및 취지는 물론 이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와 침익적 처분의 성질에 비추어 보면, 단순히 ‘중징계의결 요구’가 있었다는 형식적 이유만으로 직위해제처분을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고, 직위해제처분의 대상자가 중징계처분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임을 전제로 하여, 대상자의 직위·보직·업무의 성격상 그가 계속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공정한 공무집행에 구체적인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에 관한 제반 사정을 면밀히 고려하여 그 요건의 충족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대판 2022. 10. 14. 2022두45623).
2. 직위해제 사유
가.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등을 포함한 관련 법령에서는 직위해제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임명권자는 ①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 ② 파면ㆍ해임ㆍ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자, ③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 ④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으로서 제70조의2 제1항 제2호부터 제5호까지의 사유로 적격심사를 요구받은 자, ⑤ 금품비위, 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행위로 인하여 감사원 및 검찰ㆍ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에 대하여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
나. 그러나 직무수행 능력 부족이라는 사유는 인사권자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 따라서 단순히 주관적인 평가에 그치지 않고, 객관적인 근무 성적, 교육 훈련 결과, 동료들의 평가 등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현저한 능력 부족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형사 기소와 직위해제의 제한이라는 사유에 관하여 살펴보면, 과거에는 기소가 되기만 하면 기계적으로 직위해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무죄추정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범죄의 중대성과 직무 수행의 공정성 저해 우려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기소 내용이 업무와 직결되거나 사회적 물의가 큰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3. 직위해제의 효력과 신분상의 불이익
가. 직위해제는 단순히 업무를 중단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대한 법적 효력을 수반한다.
나. 보수 감액
대기발령 기간 중 봉급의 삭감은 당사자의 생계에 직결되는 문제이다. 공무원의 경우 법령에 따라 최대 70%까지 감액될 수 있으며, 이는 실질적인 징계와 유사한 고통을 준다.
다. 인사상 불이익
직위해제 기간은 승진 소요 최저 연수에서 제외되며, 향후 평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라. 당연퇴직과의 연결
능력 부족으로 직위해제된 자가 대기명령 기간 동안 능력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직권면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고용 관계의 종결을 의미하는 치명적인 단계가 된다.
4. 처분 소멸 후 소의 이익에 관한 논의
가. 일반적으로 처분의 효력이 소멸하면 소송을 계속할 이유인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보수지급, 승진소요연수의 산입, 승급상의 불이익 제거, 명예회복 등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헌재는 “제청신청인들은 개정법률 부칙 제2호에 의하여 1995. 1. 3. 복직발령을 받았으나, 직위해제처분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승진소요최저연수의 계산에 있어서 직위해제기간은 산입되지 않으며(공무원임용령 제31조 제2항) 직위해제기간중 봉급의 감액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공무원보수규정 제29조) 등 제청신청인들에게 법적으로 불리한 효과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므로 제청신청인들에게는 승급이나 보수지급 등에 있어서의 불리함을 제거하기 위하여 직위해제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인정되고, 이로써 제청법원은 당해사건의 본안에 관하여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겠다”라고 판시(헌재 1998. 5. 28. 96헌가12)한 바 있다.
5. 결론
직위해제는 조직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남용될 경우 근로자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인사권자는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유 발생 시부터 엄격한 비례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특히 형사 기소나 징계 요구 중인 사유만으로 즉각적인 처분을 내리기보다는, 해당 공무원이 직무를 계속 수행함으로써 발생할 구체적인 공익적 위해가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결국 직위해제에 대한 법적 고찰은 조직의 능률성과 개인의 신분 보장이라는 두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다. 사법부는 소의 이익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사후적 구제 수단을 강화하고, 인사권자는 절차적 정당성과 사유의 실체적 진실성을 확보함으로써 처분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저작권자ⓒ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