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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침해의 최소성 원칙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5-08 11: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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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해의 최소성 원칙”

 

 

 

 

 

▲최창호 변호사
1. 서

국가라는 거대한 공동체가 질서를 유지하고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때가 많다. 그러나 그 제한은 무제한적인 허용이 아니다.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라는 문구는 과잉금지원칙, 즉 비례의 원칙을 헌법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 심판에서 공권력 행사의 위헌성을 판단할 때 가장 핵심적인 잣대로 삼는 과잉금지원칙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네 가지 하위 원칙으로 구성된다. 그중에서도 ‘침해의 최소성(LRA: Least Restrictive Alternative)’ 원칙은 국가 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 지켜야 할 가장 엄격하고도 실질적인 브레이크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실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침해의 최소성 원칙은 국가 권력의 절제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헌법재판의 중추에 해당한다.


2. 침해의 최소성 원칙의 본질

침해의 최소성 원칙이란 국가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여러 가지일 때, 그중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적게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단순히 '적게 침해하라'는 도덕적 권고를 넘어, 입법자가 공익 실현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들의 효용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중 국민에게 가장 부담이 덜 가는 경로를 찾아야 한다는 헌법적 의무를 의미한다.

어떤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그 수단이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수단의 적합성), 만약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면서도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방법이 존재한다면, 그 법률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한 위헌적인 법률이 된다. 국가 권력은 언제나 '최소한의 개입'을 지향해야 하며, 이는 민주공화국의 근간인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에 해당하는 것이다.


3. 구체적 판단 기준: 완화된 수단의 존재 여부

가. 헌법재판소가 침해의 최소성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은 ‘덜 제한적인 대안(Less Restrictive Alternative)’이 존재하는가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직업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수단을 선택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전면 금지가 아니라 '자격 요건 강화'나 '사후적인 영업 정지' 등 보다 완화된 수단만으로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해당 금지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나.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① 수단의 유효성: 대안적인 수단이 원래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기존 수단만큼 효과적인가? ② 입법 재량의 존중: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선택한 수단이 명백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한 입법부의 정책적 판단을 일정 부분 존중한다. 다만, 신체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와 같이 민주주의 유지에 필수적인 기본권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③ 현실적 집행 가능성: 대안이 이론적으로는 덜 침해적이라 하더라도, 국가가 이를 집행하는 데 지나치게 과도한 비용이 들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소성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4. 위헌 결정을 도출하기 위한 실무상 제언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몇 가지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청구인의 서사를 발굴하여 주장하고,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되었던 이전 반대의견 내지 소수의견이었던 논리를 보강하여 주장할 뿐만 아니라 입법적 대안과 통계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증적 데이터를 연감이나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여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공익이라고 하는 내용의 허구성을 주장하면서, 수단의 적합성을 반박하고, 최소 침해성을 증명할 뿐만 아니라, 법익 균형성을 수치화하여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에 사회적 혼란을 제거하기 위하여 입법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실무적인 측면에서 실증적 설명이 필요한 것이고, 따라서 통계적 제시가 중요성을 가진다.


5. 침해의 최소성과 법치주의의 미래

침해의 최소성 원칙은 단순히 법적 이론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현대 국가가 비대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 편의주의'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논리적 무기다. 국가기관은 종종 목적을 위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주로 전면 금지나 강제적인 명령)을 택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헌법은 국가에게 '더 힘들고 복잡하더라도 국민을 덜 괴롭히는 방법'을 고민하라고 명령한다.

실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침해의 최소성은 헌법소원 심판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치열한 전쟁터다.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의 적합성은 비교적 넓게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과연 이 방법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에는 국가가 답하기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결국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와 같다. 공권력은 칼과 같아서, 꼭 필요한 곳에 최소한으로 휘둘러질 때 비로소 그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헌법재판소가 이 원칙을 통해 입법권과 행정권을 견제하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법의 지배'를 통해 개별 국민의 구체적인 삶의 공간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이다.

앞으로도 기술의 발전과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규제와 기본권 침해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그 목적을 위해 이토록 많은 자유를 희생시켜야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헌법적 답변이 바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이다. 이 원칙이 살아 숨 쉬는 한,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라는 이름의 거대 권력 앞에서도 결코 무력하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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