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법무법인의 세무업무 제한은 불평등”
세무사회 “세무사 고유 영역”
개인사업자나 법인의 세무신고에 필요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권한을 두고 변호사와 세무사 업계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세무조정은 세법의 규정에 의거해 세무회계상의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절차를 말하는 것으로 세무조정계산서는 이러한 세무조정의 결과를 표로 기록한 서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업무를 수행해 온 세무사회와 신규 허용을 주장하는 변호사업계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무조정계산서는 세무사나 세무사자격을 가진 공인회계사 또는 변호사(2003년 이전 자격 취득자)만 허용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자격만으로도 해당 업무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변호사들의 시장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며 외부세무조정 수행자 범위에 법무법인과 변호사를 포함하도록 국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서고 있다. 반면, 세무사 측에서는 “외부세무조정제도는 세무사 고유 업무 이며, 누구나 작성할 수 있다면 납세자의 부정확한 업무처리로 가산세 등 불이익 받을 수 있다”며 대한변협에 강력하게 반박했다.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 21일 법원이 내린 판결로 시작됐다.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근무하던 A 변호사는 2012년 세무사자격증을 취득한 후 세무사등록신청을 하였으나 ‘영리법인에 해당하는 법무법인에 소속되어 있어 세무사법 규정에 의해 세무사 등록이 불가하다’는 거부처분을 받았다. 이후 A 변호사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세무사등록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제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세무 업무를 하는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의 등록을 금지할 이유가 없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리면서 양측의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한변협은 “변호사 및 법무법인의 세무업무를 불합리하게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며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지지하고 나섰다.
한편, 대구의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이 법무법인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을 거부해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내려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세무조정계산서를 외부 세무사에게 맡기도록 강제하는 것은 국민의 권익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시행령의 상위법인 소득‧법인세법에는 세무조정계산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인데 시행령에서 작성 권한을 세무사로 한정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려 변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즉, 상위법에서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은 시행령에 따른다’는 등의 위임 규정도 없이 시행령에서 자격을 제한한 것은 위임 권한을 넘어선다는 지적인 것이다.
심화된 양측의 갈등은 국회로 이어져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법인‧소득세법 개정안이 상정돼 심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관련 이해단체들의 대립이 첨예한 만큼 정부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세무사회와 대한변협의 치열한 물밑 작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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