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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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 기사승인 : 2016-01-05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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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처럼 악하고 소름끼치는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 톨스토이

 

얼마 전 터키 해변에서 익사한 시리아 난민 아이의 사진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키고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여자와 어린 아이들의 몫이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과 희생은 대의를 위한 당연한 것이라 합리화시킬 뿐 어느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 전쟁도 승리도 남자들 중심으로 쓰인 책들뿐이다.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책은 없었다. 전쟁터에서 함께 싸우고, 치료해주고, 돌봐줬던 여자들의 이야기는 무참하게도 침묵 속으로 사라져야만 했다.

 

그래서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여성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작품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오천 만 명의 사망자를 냈던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소련, 암흑과 공포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자들과 함께 여인들도 존재했음을, ‘여자’가 겪고 ‘여자’가 목격한, ‘여자’의 목소리로 들려준 ‘여자’의 전쟁이야기를 생생한 인터뷰로 모은 다큐멘터리 산문형식으로 출간하였다. 논픽션이지만 이 여인들의 삶에 일어난 그 시간들 속으로 서서히 걸어들어 가다보면 픽션처럼 감정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어느새 그녀들과 함께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쟁은 국가를 위해서는 마땅히 적을 죽여야 하고 승리하는 것이 목표이며 인간의 존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중에는 본인들이 왜 싸워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증오했던 세월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했으니, 그 기쁨을 누리면 되는 것이라고 전쟁을 합리화했다. 하지만 여자들이 말하는 전쟁은 달랐다. 영웅이야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 그녀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10대 소녀병사로 참전하여 군복을 예쁘게 꾸미고 싶었던 철부지였고, 들꽃마저 꺾고 싶지 않았던 피비린내 나는 살육이 싫었으며 처음 사람을 죽이고 엉엉 울었던 소녀들이였다. 또한 불과 몇 분전까지만 해도 함께 이야기 하고 울고 울었던 친구가 총탄에 맞아서 불구가 되고 팔다리가 없는 부상자들을 밤새 치료하고 또 치료하지만 본인이 죽을 때 예쁘게 죽길 바라는 여인들, 그저 참혹한 전쟁 속으로 내몰린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소련의 장교는 결코 포로가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포로는 없다. 반역자만 있을 뿐!” 스탈린 동지가 한 말이라고 한다. 장교도, 포로도 그저 살고 싶은 인간일 뿐이다. 살아 돌아 온 것이 죄가 되는 세상은 누구를 위한 세상일까?

 

러시아 군인이든 독일 군인이든 그녀들에게는 부상을 입은 환자일 뿐이었다. 그런 그녀들을 반역자로 몰아세울 수 있을까?

 

작가는 여인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 전쟁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싶어 했다. 어두운 그늘 아래서 침묵만을 지켜야 했던 그들의 억울함과 깊은 내면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그들의 역사를 알리는 것이 작가의 숙명 같아 보였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제목처럼 전쟁 한가운데에서 그녀들은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얼굴로 살아남아야 했던 것이다. 막연하게나마 그녀들의 분노와 절망이 느껴져 읽는 내내 힘들었지만 그녀들이 치른 희생의 대가로 나와 우리가 있음을 느끼게 해준 의미 있는 시간을 안겨준 가치 있는 책임은 분명하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자들은 진정 웃을 수 있을까? 웃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피비린내 나는 살육전 한가운데에서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이란 모두가 피해자이며, 영웅은 없다. 그냥 보통의 인간들만 있을 뿐이다.


'미소'로 찬찬히 읽어내주는 人 ㅣ은향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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