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를까?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코 빠지지 않는 한 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유머이다. 유머는 사람을 여유로워 보이게 하고, 어렵고 딱딱한 말을 말랑말랑하게 전하게 만들어준다. 유머로 스피치를 시작하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 내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특히, 공무원 면접에서 유머는 매우 효과적이다. 면접관들은 하루 종일 비슷한 면접자들을 앞에 두고 딱딱하고 재미없는 내용의 면접과 스피치를 평가한다. 심지어 면접자들의 대부분은 말을 재미있고 쉽게 하는 능력도 부족하다. 오히려 딱딱하게 얼어서 제대로 말을 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가벼운 유머를 섞어주면 면접관들의 마음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훨씬 여유 있고 준비된 면접자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유머를 하라고 하면 막막하다. 원래 유머감각이 좋아서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도 유머러스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도 웃음기 쏙 빼고 담백하게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유머감각을 키울 수 있을까? 영국 하퍼드셔 대학의 심리학 교수 리처드 와이즈먼이 제시한 유머의 3가지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나를 낮춰라.
얼굴이 못생긴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자신을 “두 얼굴을 가진 자”라는 비판을 하는 야당 의원에게 “내가 얼굴이 두 개였다면 왜 이런 중요한 자리에 하필이면 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라고 응수했다.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어 자신을 낮춤으로써 현명하게 대응한 것이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연예인 정형돈씨는 한동안 재미 없는 개그맨이라는 칭호가 따라다녔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른 출연자에 비해 웃음을 주지 못하면서 얻게 된 비운의 별명.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별명을 당당하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소개할 때, “웃기는 것 빼고 다 잘하는 개그맨 정형돈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이다. 재미없는 개그맨이라니 정말 독특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유머가 시청자들에게 큰 호감을 주었고, 정형돈씨는 이를 통하여 이전보다 큰 인기를 끄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유머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어필하는데도 효과적이다. 겸손하면서도 편안한 인상을 심어주어 상대에게 호감을 주기 때문이다. 면접 자리에 선 지원자라면 ‘3번의 탈락 끝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자리에만 오면 정말 끝내주는 기분일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긴장되네요.’ 라는 식으로 가벼운 유머를 던져보자. 면접관들의 표정에 미소가 떠오르면 면접도 훨씬 부드러워 지고 긴장도 덜해질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낮추는 말이 너무 지나치게 되면 자기 비하로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둘째, 긴장감을 줬다가 확 김을 빼라.
레이건 대통령은 재임시절 한번은 연설을 이렇게 시작했다. "제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 그 비밀을 밝히겠습니다. 실은 저에게는 아홉 가지의 재능이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가, 한 번 들은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탁월한 기억력, 그리고 두 번째는 ...... 에, 그러니까 그게 뭐더라......?“ 무려 아홉 가지나 되는 재능에 대한 자랑이 연이어 나올 것처럼 보여 놓고서는 갑자기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하니 청중들의 폭소가 터지기 마련이다, 뒤이은 연설의 분위기는 말 안 해도 얼마나 좋았을지 짐작이 가능하다.
이처럼 긴장감을 주고 갑자기 김을 빼면 청중들은 자신의 기대와 정 반대의 상황이 펼쳐짐에 놀라며 재미있어 한다. 이를 잘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상대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 가령, 장점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라면 ‘저는 남들보다 굉장히 빠른 것이 많은 사람입니다. 우선 엄격하고 무서운 부모님 아래에서 막내로 자란 탓에 눈치가 정말 빠릅니다.’라고 말하면 어떨까? 면접관들의 실소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 다음에 자연스럽게 ‘빠른 눈치로 동료와 상사들, 민원인들이 원하는 것들을 말하지 않아도 먼저 처리하는 공무원이 되겠습니다.’라고 말을 이어가면 된다.
셋째, 상식에서 벗어난 답해보자.
유머감각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UN의 반기문 총장이 재선에 성공했을 때,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물었다. “총장님 재선에 성공한 비밀이 뭔가요?” 반 총장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 뭘 그렇게 쉬운 걸 물으십니까. 경쟁후보가 없으면 됩니다!” 그의 재임을 달가워하지 않는 세력들을 비꼰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엉뚱한 답을 하는 것은 큰 웃음을 만들어 낸다. 물론 진지한 질문에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은 큰 실례가 되어 탈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가벼운 질문이라면 괜찮다. 상황 파악을 잘 해서 활용한다면 딱딱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가령, 스피치를 마친 후 면접관이 ‘스피치 준비 많이 하셨나봐요?’라고 물었을 때, ‘수험생활을 오래 한 탓에 들어줄 친구가 없었습니다.’라고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이다. 면접관들이 웃으면 ‘하지만 거울을 보면서 수 없이 연습하긴 했습니다. 거울 속의 제 자신은 항상 잘했다고 해줬는데, 면접관 님들은 어떻게 평가하실지 걱정이 됩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면접에서 유머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가벼운 유머보다는 주제에 맞는 진중한 컨텐츠와 논리적인 표현이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면접관들이 지루함을 누그러뜨리고 면접자리의 딱딱함과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머라는 것을 기억하자. 엉망인 스피치로 인한 어처구니 없는 실소를 안겨주면 탈락하겠지만, 센스 있는 유머로 미소를 선물하면 합격에 한 걸음 더 가까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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