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량 강화 지원, 육아휴직제도의 실효적 운영 등 필요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도 수록된 ‘집사변호사’는 “힘 있는 정치인이나 돈이 많은 부자의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해주는 변호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이 같은 집사변호사를 여성변호사에게 권유하는 등 여성변호사에 대한 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난 20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 이하 대한변협)는 2016년 여성변호사 채용 및 근무실태 조사 결과 보고 및 토론회를 열고, 여성변호사의 근무 환경 개선에 대해 논의했다. 전국 여성변호사 7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 결과, 업무상 관계에서 언어적 성희롱, 신체접촉, 접대 요구 등의 다양한 성차별적 사례가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변호사의 ‘취업 시 외모, 나이 등 외형적 조건이 평가기준이 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702명 중 423명(60.3%)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면접에서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은 여성변호사는 380명(54.1%)에 달했으며 동기나 지인의 경험상 외형적 조건이 평가기준이 된 사례는 382명(83.3%)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여성변호사의 증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성변호사의 채용‧고용 불안정성과 차별은 여전하였다. 변호사 성별 고용 및 개업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변호사는 남성변호사보다 개업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데 홍지혜 변호사(대한변협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집행위원)는 “여성이 남성보다 인적네트워크 형성이 어렵다고 평가받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변호사의 개업비율이 남성변호사보다 높게 나타난 점은 여성변호사가 채용 및 근로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변호사는 “고용주들에 대한 인식개선 계몽 및 교육, 남성변호사들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며 “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매뉴얼 마련과 이에 대한 준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성별을 이유로 급여차등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348명(49.8%)로 과반수에 약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40시간이상 근무한다는 응답자는 64.65%로 상당히 높았다. 여성변호사의 업무상 스트레스(복수응답 포함)로는 출산 및 휴가제도 미비와 위반이 18.43%(324개)로 가장 컸고, 다음으로는 과중한 업무량 부담이 15.70%(276개), 인적네트워크 부족 13.59%(239개) 순이었다.
실제 성별을 이용한 업무수행을 요구받거나 직장 내 상사 또는 동료 변호사에게 여성비하적인 발언을 들은 구체적 사례도 조사됐다. 여성변호사 706명 중 120명(17%)이 업무수행에 있어 성차별을 받았다고 답했고, 이들은 주로 접견이나 성폭력, 가사 등의 특정 업무를 배정받거나 회식자리 참석을 요청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최수령 변호사(법무법인 충정)는 “여성변호사들의 경우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남성변호사들에 비해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여성변호사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속적인 자기개발과 전문화를 위한 공부가 필수적인 만큼 자유로운 시간에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터넷 강의를 제공하는 것은 변호사 협회가 반드시 구축하여야 할 사업의 하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용환 대한변협 사무총장은 “변협에서 직장 내 성희롱 실태에 대한 조사를 처음으로 시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710명 중 120명이 성적 대상화 또는 성별을 이용한 업무수행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하였다”며 ▲여성변호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여성변호사의 근무환경 관리‧감독의 체계화 ▲일‧가정 양립을 위한 탄력근무제 도입, 육아휴직제도의 실효적 운영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하였다.
한편, 지난 11월 25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성희롱 피해자들의 피해를 법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성희롱구제센터를 개소했다. 이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산하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가 지난 10개월 동안 성희롱 실태를 조사, 수집하고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여는 등 성희롱 피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대안 마련에 노력해 온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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