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변호사 72%가 ‘유전무죄·무전유죄’의 현실이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대한변협과 공동으로 실시한 ‘사법 공정성 확보를 위한 법원발전방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직 변호사들은 형사재판이 부유하거나 가난한 사람, 지위의 높낮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형사재판이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에 응답 변호사(458명)의 51%가 ‘그렇지 않은 편이다’, 21%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는 총 응답자의 72%에 해당하는 변호사들이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회찬 원내대표는 “12년 전인 2005년에도 법조인 378명에게 똑같은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당시에도 응답자의 73%가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했다”며 “12년이 흘렀는데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실에 대한 변호사들의 응답은 동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설문조사는 공정한 법원, 국민의 법원을 만들기 위한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증거”라고 평했다.
또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대법관 제청 절차와 대법원 재판의 독립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관 임명이 대통령의 영향으로부터 독립하여 이루어져 왔다’는 명제에 75%가 “공감하지 않는 편이다(59%)” 또는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16%)”라고 답했다. 더욱이 ‘대법원장의 정치적 성향이 대법원 재판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라는 명제에는 무려 88%가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80%가 넘는 변호사들은 대법원장 또는 법원장에 대한 판사들의 ‘눈치 보기’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사법개혁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최근 법원 개혁의 뜨거운 화두인 ‘법원행정처 축소’ 및 ‘대법관 제청절차 개선’에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공감하였다. ‘우리나라의 대법원장 제청절차를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72%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법원행정처 조직을 현재보다 축소한다면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현재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명제에, 응답자의 72%가 “매우 공감한다” 또는 “공감하는 편이다”라고 응답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번 설문조사는 직업적으로 법원의 재판 과정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이 직접 사법부의 현실과 개선 방안에 대해 응답한 결과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며 “올해 3월 법원행정처가 특정 연구회의 사법개혁 학술행사를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법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제왕적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이 법원의 공정성을 뒤흔드는 적폐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공정한 법원을 만들어 달라는 법원 안팎의 개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인물을 차기 대법원장으로 지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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