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이 무혐의 처분(2018. 10. 9.)되자, 안미현 검사는 페이스북에 적절한 지휘와 지시였다는 연막으로 남용된 직권이 면죄부를 받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제기된 외압은 강원랜드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2016. 2.)하여 시작된 수사에 부실 의혹이 있어 재수사됐고(2017. 9.), 최 전 사장과 국회의원 보좌관이 구속(2017. 12.)된 후 불거졌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안 검사가 방송에서 외압을 폭로했고(2018. 2.), 그 내용은 권성동 의원과 염동열 의원의 통화사항에 대한 증거목록 삭제 압력을 받았다는 것, 지검장이 김수남 검찰총장을 만난 뒤 불구속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외압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다시 수사에 나선 검찰(강원랜드 수사단)조차 지난 5월 보도자료를 통해 문무일 총장이 영장청구에 개입했다거나 수사보고를 요구했고, 검찰 간부에 대한 기소문제에도 개입했다는 발표를 하여 안 검사의 기자회견(2018. 5.)을 뒷받침하는 꼴이 됐다. 현재 이 사건은 최흥집 전 사장과 인사팀장 기소(2017. 4.), 권 의원과 염 의원이 채용비리 관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2018. 7.)된 것으로 일단락됐다. 두 의원 및 전현직 검찰 고위직들의 외압의혹은 무혐의 처분됐기 때문이다. 직권의 정당한 사용과 남용은 어떤 점에서 구별되며, 직권남용의 본질은 무엇인가. 직권남용죄는 과거에는 매우 낯선 죄였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성립하여(형법 제123조), 직무유기죄(동법 제122조)와는 상극(相剋)이다. 이 죄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이기만 하면 성립하므로, 굳이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본죄의 주체는 공무원 중에서 강제력을 수반할 수 있는 직무를 행하는 자로 제한되지 않는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강요),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권리행사방해)하는 두 가지 행위 태양 모두로 기소된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만 성립하고, 직권남용강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판 2008도7312). 따라서 상급 경찰관이 직권을 남용하여 부하 경찰관의 수사를 중단시키거나 사건을 다른 경찰관서로 이첩하게 한 경우, ‘부하 경찰관의 수사권 행사를 방해한 것’에 해당함과 아울러 ‘부하 경찰로 하여금 수사를 중단하거나 사건을 다른 경찰서로 이첩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중단하게 하거나 사건을 이첩하게 한 것’ 양자에 모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그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만 성립된다. 하나의 사실을 각기 다른 측면에서 해석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직권의 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이다.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점에서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별된다.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 근거 이외에도 법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관찰해서 그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되고, 남용된 경우 상대로 하여금 사실상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권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본죄의 ‘일반적 권한’에 포함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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