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시위크=김민주 기자] 지난 2017년 7월 6일 21년 차 집배원 원 모 씨가 안양 우체국 앞에서 장시간·중노동 등에 항의하며 분신·사망했다. 또 이에 앞선 2016년 12월 31일에는 가평 우체국 집배원 김 모 씨가 연말 폭주한 배달 물량을 소화하기 계단을 오르내리다 다세대 주택에서 과로로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해 7월에는 청송 현동 우체국에서 일하던 9년 차 집배원 배 모 씨가 장마철 악천후 속에서 우편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최근 우정사업본부 소속 노동자들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93%의 압도적 찬성률이 나왔다. 이는 그동안 우정노동자들의 장시간 중노동에 대한 불만이 폭발 일보 직전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는 7월 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적정 인력 확보 문제를 포함하여 향후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과 인권, 사회적 재난 등 중대한 사회적 의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가 전체 노동자를 포함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과 인권 등의 측면에서 매우 중대하고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본다”라며 “현실이 이러함에도 작년 국회에서는 끝내 밀실논의로 집배원 증원 예산을 예산결산 소소위에서 누락했고, 우정사업본부는 재정적자 등을 이유로 스스로 합의한 권고안마저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정부와 국회는 지금 당장 집배원 인력증원 등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 성명서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2017년)으로 한국의 임금 노동자보다 87일, OECD 평균보다 123일 추가 노동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확인됐다.
또한 집배원들은 비수기(폭주기 제외한 평시), 폭주기(매월 후반), 특별소통기(명절, 선거 등)마다 노동시간이 고무줄처럼 들쑥날쑥이어서 과로 요인인 불규칙 노동과 업무량 쏠림 현상에 심각하게 내몰리고 있다.
더욱이 팀원의 휴가나 병가로 인한 배달물량 떠안기, 배달구역의 주먹구구식 변경, 새로운 주소지와 배달경로 파악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고, 여기에 일시적으로 폐지된 집배원 토요근무가 2015년부터 다시 부활되어 노동강도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집배원의 직무스트레스는 다른 직업군에 비하여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더욱이 집배원은 하루 휴게 시간 34.9분, 연차휴가 사용률 27%(5.6일)로 피로를 회복할 여지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자ⓒ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