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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큰 눈으로 시대를 바라보라 - 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

고시위크 / 기사승인 : 2019-07-25 1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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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을 받치고 커다란 눈으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시인 김수영을 본다. 흑백사진 속에서 그는 “작은 눈으로 큰 현실을 다루거나 작은 눈으로 현실을 다루지 말고 큰 눈으로 작은 현실을 다루게 되어야 할 것이다. 큰 눈은 지성이고 그런 큰 지성만이 현대시에서 독자를 리드할 수 있다.”(『전집』2, 385~386.)라고 말한다. 서거 50주년 기념으로 2018년 12월에 나온 『김수영 평전』(실천문학사, 1982년이 초판)은 현대사의 격랑(激浪)과 그 파고의 정점에서 발휘되어야 할 ‘큰 눈’을 생각하게 한다.

평전은 일제로부터 해방정국, 6·25, 4·19, 5·16 등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밀고나갔던 김수영의 거칠고 끈질긴 삶의 자취다.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거제 포로수용소에 들어가고 마침내 반공포로로 풀려나는 대목, 4·19혁명의 현장에서 ‘일어서는 풀들’을 목도하며 광장을 내달리는 장면, 군사독재의 틈바구니에서도 ‘시여, 침을 뱉어라’라고 부르짖으며 현실을 향해 소리치는 시인의 모습 등을 작가 최하림은 치밀하게 그려냈다. ‘머리’로도 ‘심장’으로도 아닌 ‘온몸’으로 밀고 나감으로써 시를 창조해야 함을 보여준 김수영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발견. 생계를 위해 끊임없이 번역 일을 하고 가족과 어머니를 위해 닭장 주변을 서성이는 생활인을 보았다. “보석 같은 아내와 아들은 / 화롯불을 피워가며 병아리를 기르고 / 짓이긴 파 냄새가 술 취한 / 내 이마에 신약(神藥)처럼 생긋하다”(「초봄의 뜰 안에」에서). 소소한 일상의 소묘가 얼마나 지난한 파고를 뚫고 형성된 것인지를 느끼게 한다.

또한 격랑의 시대 속에서도 서울의 술집과 찻집을 종횡무진하며 벗들과 허물없이 사귀는 모습이 내 마음에 똬리를 틀었다. 희미한 조명등 아래 자리한 시인, 화가, 음악가, 소설가 들이 내뿜는 열기는 비루한 일상에 사로잡혀 사는 나를 깨운다.

4·19가 열광과 환희에서 배반당했을 때 그는 “하여간 세상은 바꿔졌다. 무엇이 바꿔졌느냐 하면 나라와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정부에 있지 않고 민중에 있다는 자각이 강해져 가고 있고…”(338)라고 쓴다. 이 대목은 촛불혁명 이후 역사를 왜곡하며, 화합과 통일을 거부하는 세력들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 상황과 오버랩 되게 한다.

그들은 불안하다. 라캉의 표현을 빌자면 “불안을 일으키는 대상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대상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자크 라캉의 《세미나》 읽기』, p.322.) 불안하다. 분단 체제를 뒤집고 화합, 통일로 가는 노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준비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구조 안에서 사고한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전세 역전을 탐하지만 시대착오적이다. 모든 치유는 기존의 구조 밖으로 뛰쳐나가야만 가능하다. 일본과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개입에 따라 ‘떡고물’을 받아먹던 세력들은 ‘온몸’으로 뚫고 일어서는 ‘민초’의 힘을 모른다. 물론 ‘민초’들도 정부에 대해 불안감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가 기존의 구조를 뚫고 나가야만 가능함을 민초들은 똑똑히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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