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가 부족하고 증거를 지참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감정을 동화시키면 없는 이야기로도 타인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 특히 구체적 정황을 들며, 그럴듯한 글짓기와 말 만들기를 할 때 그러하다.
수원의 한 주부가 맘카페에 ‘아동학대 00미술학원’이라는 제목 하에 ‘자신의 아이가 물고문을 당했고, 무섭다며 우는 아동에게 젊은 여강사가 조롱하듯 비정상적 행동을 했으며, 구체적으로는 인공색소 물감이 든 분무기를 아이 얼굴 정면에 반복해서 뿌렸고 강사는 이를 즐겼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러한 인터넷 게시행위와 별개로 주부는 학원 원장을 무릎 꿇리고 욕설을 했으며, 다른 학부모들이 이를 지켜보았다고 한다.
위 전자는 정보통신망법상 허위명예훼손죄, 후자는 모욕죄 및 강요죄의 소지가 있다. 참다 못한 학원 원장이 주부를 고소해 수사가 시작됐고, CCTV가 중요 증거가 됐다. 분석 결과 강사는 인공색소를 분무기에 넣지 않았고 수돗물이 든 분무기를 아이의 이마 윗부분과 허공에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이는 울거나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강사의 볼에 뽀뽀를 하기도 하여 피학대의 정황은 없었다.
그런데도 사안을 오해하여 (과도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던 주부는 결국 법원에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특히 약식기소된 사안을 정식재판청구로 확대시키는 바람에 벌금액이 늘었고, 소송비용의 부담도 떠안게 됐다.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 명백함에도 극구 부인할 뿐만 아니라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일관하고 있다고 보아 죄질을 매우 나쁘게 보았다. 보통 ‘극구 부인’,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라는 표현은 당해 피고인의 법정태도와 죄질에 대한 단정적 표현이 된다.
이 사건은 CCTV가 있어 이를 보면 실제 아동학대가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정상적 수업의 일환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는데, 왜 피고인이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는지, 그리고 맘카페라는 파급력 높은 매체를 택해 허위사실을 게시하였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물증이 있는 사건에서 부인할 경우 중한 벌을 받게 됨을 알 수 있었다.
대구 형사전문·이혼전문 변호사 | 법학박사 천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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