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독자투고] 두 사람의 죽음, 그 죽음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 비극이 일상이 되어버린 로스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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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두 사람의 죽음, 그 죽음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 비극이 일상이 되어버린 로스쿨에서

이선용 / 기사승인 : 2019-11-26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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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필구.jpg
▲ 양필구(전남대 로스쿨 7기)
 
 
작년 7월, 법무부 앞 호텔에서 원우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동료 몇몇은 문상을 갔다. 문상을 다녀온 동료들은 유가족 분들에게 학교 관계자들이 찾아왔었냐고 물었고, 그분들은 학교 관계자들은 찾아온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떠나가신 고인이 느끼셨을 고통을 다 헤아릴 수 없어 비통하였지만 문상 오는 관계자 하나 없다는 말이 더 비통하였다.
 
그리고 이번 달에 2분의 원우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이제 이 로스쿨의 구성원들은 동료의 죽음을 애도할 여력조차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슬퍼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제 2명 중 1명은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는 변호사시험 하에서, 우리는 다시 책상으로 가야한다.
 
이런 와중에 더욱 참담한 것은 ‘로스쿨생의 죽음’은 그냥 한 대학원생의 죽음으로 와전되고, 재학생의 죽음은 와전으로라도 외부에 알려지지만 소위 말하는 N시생(변호사시험을 2번 이상 응시하는 사람들을 언급하는 단어)의 죽음은 단신으로라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의 생과 사에 어찌 경중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재학생의 죽음과 N시생의 죽음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달랐다. 물론 로스쿨생의 죽음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려는 것은 똑같았다. 이 점이 더욱 슬펐다. 그리고 이들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슬프지만 그 심정이 이해된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현실이 더욱 슬프다.
 
그리고 이런 인식이 반영된 것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의 부고관련 논쟁이었다. 생을 마감한 동기의 부고소식을 주변에 알려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글이 올라온 것이 논쟁의 시작이었다. 고인의 부고소식을 알리고 슬퍼하는 가족을 위로하는 것이 우리사회에 아직까지 통용되는 통념이지만, 의견은 ‘가족들에게 부고소식을 알리는 것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한다.’와 ‘알려야 한다.’가 반반이었다. 로스쿨에 실상을 모르는 이들이 봤을 때는 ‘뭐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내부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로스쿨생들 그리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이미 혐오의 표현이 넘쳐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작년에도 글을 쓴 적이 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곳에서 고인에 대한 애도, 그리고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는 ‘시위충(문제해결을 위해 집회를 했던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 하위루(모 유명 BJ가 사용하는 인사말에 성적이 하위라는 표현을 합성한 비하어)’들의 시체팔이로 전락된다.
 
커뮤니티들의 운영자는 로스쿨을 졸업한 현직 변호사들이다. 그곳의 글의 수준은 일베 혹은 워마드와 다르지 않다. 차이는 일베 워마드의 운영자는 해외도피 중이지만 위 커뮤니티의 운영자는 법정을 드나든다는 것 정도이다. 표현수위가 문제가 되면 게시판을 실명으로 전환했다가 상황이 잠잠해지면 다시 익명게시판은 부활한다. 그리고 그런 커뮤니티에서는 끊임없이 혐오가 재생산된다.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은 숙청당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은 살아남는다.
 
이런 분위기 자체는 로스쿨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연결된다. 지난주, 이번주를 기점으로 전국 25개 로스쿨의 졸업사정이 마무리 될 것이다. 이미 정원의 약 40%가 반수, 휴학, 유급, 졸업시험 탈락 등으로 걸러지고 있다. 이 정원 중 약 10%는 반수로 입학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정원의 절반을 걸러내는 학교들이 전국에 부지기수이다.
 
심지어 졸업시험으로 사람을 거르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학교들 중에서는 3학년 2학기에 전공필수 과목을 넣고, 변호사시험이 안될 것 같은 이에게 F를 주어 거르는 새로운 방법마저 등장하였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졸업을 한 이들 중에 절반은 낙방의 고배를 마신다.
 
그러나 외부에 알려진 내용은 현실과 전혀 다르다. ‘로스쿨 입학 = 변호사’라는 잘못 알려진 프레임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프레임을 만드는 선봉장이 법무부였다. ‘고시낭인은 없어져야 한다, 변호사 수임비용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법조카르텔을 부수어야 한다.’ 라는 취지에서 로스쿨을 만들었고, 법무부는 이를 정착시킬 주무부서로서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현실은폐와 학생탄압의 주범에 불과하다. 법무부에서 발표하는 통계자료 및 공보자료에는 진실이 없다. 이런 현실과 법무부의 홍보사이의 괴리가 낙오되는 것에 대한 극한 공포와 비하를 발생시킨다.
 
재학생들에게 N시생은 ‘자신들이 되기 싫은 모습’이자 정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변호사시험 하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을’사람에 불과하다. 매 학기마다 N시생이 청강을 하는 것이 짜증난다는 글은 커뮤니티에 항상 올라오고 있다. 남들 다 되는 시험(?)으로 알려진 시험에서 떨어진 상태, 위축된 상태의 사람들에게 이런 현실은 가혹하다. 애초에 이런 상태를 계산하고 만든 로스쿨이 아니기에 모든 인프라가 수용인원을 초과하고 있다. 재학생들의 입장에서 N시생은 자신보다 1년 더 공부한 경쟁자에 불과하다. 그것도 자신을 나락으로 보낼 수 있는. 결국 재학생들을 치졸하다는 식으로 나무랄 수는 없다. 살고 싶은 것이 죄일 수 없으니까.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변호사가 된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이기에 ‘가족드립’에 찬반이 분분한 것 이다. 로스쿨의 참상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인식의 이면에는 자신들이 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니까. 설사 자신들의 이익과 상관이 없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으니까. 고생하는 것이 싫으니까.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자신의 인격의 너절함이 드러나니까. 그렇기 때문에 ‘가족드립’을 시전하는 것이다. 자식이 죽었는데, 가족이 죽었는데 ‘자식 또는 가족의 죽음을 널리 알려달라’고 할 사람은 없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자신의 부작위를 유가족에게 떠미는 행위에 불과하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로스쿨이 지옥이 된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는 그 지옥을 통과했다, 그리고 살아남았는데 그곳에 남겨진 이가 비극적인 일을 맞이했다는 것, 그 자체를 아는 것이 고통이라는 암묵적 공감대가 그들에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본인의 모습을 직시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고문이 되는 것이다. 딱히 그들이 뭘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기억하기 싫은 트라우마가 있는 것 이니까. 그리고 그 트라우마가 그들에게 저런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반응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로스쿨이라는 제도에 대하여 모르는 사람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에 대하여 깊은 자조와 한탄을 금할 수가 없다. 나도 어쩌면 앞서 언급한 이들과 비슷한 종류의 ‘것’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을 짓누른다.
 
가혹한 경쟁에 지친 한 원우의 죽음, 그리고 그 경쟁에서 밀려나고 주변에서조차 소외되어 사실상 고독사 한, 한 원우의 죽음. 이 두 죽음 모두가 비극적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죽음만큼 비극적인 것은 이 두 죽음을 바라보는 일그러지고 역겨운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을 로스쿨생들이 처한 현실속에서 나름 납득가능하게 설명가능한 현실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자신이 더 일그러졌다는 비통한 자조를 금할 수가 없다. 어느 누가 또다시 떠나가도 이상할 것이 없는 현실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에 대한 비통함을 금할 수가 없다.
 
이런 현실속을 살다 가신 고인분들의 명복을 빈다. 가신 그 곳에서는 평안하시기를 간곡히 빈다. 그리고 더 이상 명복을 빌 고인이 없기를 빈다. 간곡히 빈다. 제발 극단적 선택을 하지 말기를 빈다. 혹시나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절대 그러지 말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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