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학 전공자라면 자연스레 준비하게 되는 사법시험. 그러나 모든 법학 전공자가 사법시험에 뜻을 두고 있는 것도 아니며, 도전한 사람 모두가 시험에 통과하는 것도 아니다.
올해 법원행시 수석 합격자 김무형 씨도 법학 전공자로서 자연스레 ‘고시’를 준비하였지만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의에 의해 시작하다 보니 진도별 모의고사 기간을 넘기지 못하는 등 결국 사법시험을 포기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준비하게 된 법원행정고시. 동기부여는 확실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검찰청에서 복무하면서 종종 법원을 왕래할 일이 있었던 김무형 씨는 현장에서 국민과 소통하며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 본연의 임무에 헌신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고, 보람도 클 것이라고 느껴 법원행정고시를 준비하게 됐다.
그러나 시험 준비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슬럼프는 시험이 주는 스트레스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과정에서 생겼다.
여타 수험생의 경우,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 등 외적인 부분에서 슬럼프를 겪지만 김무형 씨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때문에 매일 1~2시간씩 취침 시각이 늦어지고, 그 여파가 다음날까지 미쳐 주기적으로 낮과 밤이 바뀌게 되는 등 시험 내적인 부분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지게 됐다.
이에 대해 김무형 씨는 “올해의 경우에는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려고 노력했고 장기적으로는 공부할 시간이 더 많이 확보되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올해 법원행정고등고시 수석 합격자 김무형 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김민주 기자 gosiweek@gmail.com
Q.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2019년 제37회 법원행정고등고시에 수석 합격한 김무형입니다. 2차 합격 여부조차 불투명했는데, 수석합격을 하게 되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제게 이렇게 소중한 임무를 수행할 기회를 부여해주신 것에 항상 감사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진해나가는 공직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Q. 시험을 준비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사회복무요원으로 검찰청에서 복무하면서 종종 법원을 왕래할 일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국민과 소통하며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 본연의 임무에 헌신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고 한편으로는 실천적인 결과가 나오는 점에서 업무수행 중에서 느끼는 보람도 클 것이라고 생각하여 법원행정고등고시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Q. 1차 시험은 어떻게 준비하였나요?
2010년에 사법시험을 준비해본 적이 있으나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의에 의해 시작한 것이다 보니 진도별 모의고사 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한 후인 2016년 8월부터 수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강의는 기본강의들만 들었습니다. 순환강의를 다 따라가지 않은 대신에 기본강의를 듣고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기본강의를 듣기도 했습니다. 기본서를 볼 때는 강약조절을 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보려고 했습니다. 매년 경향이 바뀌는 시험에서 제가 기출분석을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강약조절을 하지 않다 보니 회독수가 부족해지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는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대로 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본강의를 들으면서 기본서를 2독 정도 하고 기출문제를 같이 풀었습니다. 기출문제의 경우는 문제당 45초 내에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판례는 최신판례집을 시험 직전에 읽어서 보충하였습니다.
Q. 2차 시험은 어떻게 준비하였나요?
1차와 2차를 한 번에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다 보니 1차 준비하면서도 2차를 염두에 두고 공부했습니다. 2017년 1차에서 30개도 넘게 틀려서 1차 준비도 벅찬 상황이었지만 “2차도 언젠간 보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같이 준비했습니다.
2차도 1차와 마찬가지로 강약조절을 하기보다는 쟁점 전반에 대한 이해를 최우선으로 두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다른 책을 찾아보거나 대법원판례해설과 같은 평석들을 찾아보면서 나름대로 정리를 했습니다.
판례를 볼 때는 가능한 한 원문을 찾아봐서 사실관계를 특히 자세히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나름대로 사례화하여 판례가 접근하는 방법을 흉내 내는 방법으로 연습을 했습니다.
본격적인 사례연습은 1차 시험 이후에 시작했습니다. 답안지에 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사례집의 해설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면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본서를 일정 부분 읽고 해당 부분의 사례문제를 푼 뒤에 해설과 비교했습니다. 혼자서 사례연습을 하다 보니 답안작성 기술을 익히는 것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판결문을 흉내 내면서 비슷하게 써보려고 연습을 했습니다. 답안연습은 하루에 200점 정도는 실전과 똑같이 연습했고 그 외에는 목차와 키워드만 쓰면서 연습했습니다.
Q. 취약했던 과목은 무엇이며, 어떻게 보완했는지.
행정법과 형법이 어려웠습니다. 행정법은 개념들이 낯설다 보니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이번 2차 시험에서도 합격자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너무 이해에 집착하기보다는 빠르게 회독수를 늘려서 개념에 익숙해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법의 경우에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사실관계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서 문제되는 구성요건이 달라지는데, 답안의 첫 시작을 잘못하면 전체 내용이 엉뚱해지는 경우가 많이 나와서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형법의 경우에는 제가 자주 틀리는 판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 등을 따로 추려내어 암기장을 만들어서 봤습니다. 덕분에 이번 2차 시험에서는 실수가 있었음에도 비교적 좋은 점수가 나온 것 같습니다.
Q. 면접시험 준비 과정
2차 합격자 발표가 난 후 바로 면접 스터디에 참여했습니다. 그룹 스터디룸을 빌려서 약 5회 정도 진행을 했습니다. 주제에 대하여 한 명씩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보는 연습을 했는데, 발언의 내용보다도 발언을 해보는 경험 자체가 매우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발언을 할 때는 가장 바람직한 답을 찾아내려고 애쓰기보다는 제 의견을 진솔하게 밝히되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를 가능한 한 상세하게 밝혀보려고 연습을 했습니다. 1차 시험이나 2차 시험과 달리 3차 시험의 경우에는 정답을 찾는 시험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Q. 슬럼프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였나요?
수험생활 내내 생활 패턴이 망가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공부 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성격이 아닌 반면에 공부와 관련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습니다. 집에까지 책을 가져와서 찾아보다 보니 매일 1~2시간씩 취침 시각이 늦어지게 되었고 그 여파가 다음날까지 미쳐 주기적으로 낮과 밤이 바뀌게 되었고 장기적으로 슬럼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경우에는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생활 스터디를 구성해서 일과를 똑같이 반복했고, 공부하는 장소와 휴식하는 장소를 완전히 분리하여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귀가 후에는 다음날을 위해 휴식만 취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으로는 공부할 시간이 더 많이 확보되었던 것 같습니다.
Q. 법원행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정말로 어려운 시험이다 보니 다들 절실하게 공부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보내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시험임을 고려하여 완급조절을 잘 해주셨으면 합니다. 매일 긴장된 상태에서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지치는 때가 오고 그때 슬럼프가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씩은 긴장을 풀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서 애초에 슬럼프가 오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를 해주신다면 장기적으로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확보되지 않을까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
당분간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가족들과 지내고 싶습니다. 집에서 공부를 했음에도 서로 시간이 맞질 않다 보니 부모님과 일주일에 한 번도 제대로 대화를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는데 이제는 여유가 생긴 만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그 후에는 수험생활 기간 중 고마웠던 분들을 찾아가서 감사 인사를 드릴 계획입니다. 수험생활의 시작이 뒤늦다 보니 중간중간에 힘든 시기들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격려해주고 도와주신 분들께 제가 받은 은혜를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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