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주현 변호사(형사전문변호사, 법학박사)
[천주현 변호사의 사건이슈] 중도금 지급의 효력
건물, 땅, 아파트, 빌라, 자동차 및 중기, 선박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타에 매각해 버리면 배임죄가 될까?
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띠고 있고, 쌍방은 계약금만 교부한 상태에서는 누구든 자유롭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매도인은 두 배를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몰취당하는 불이익이 있다. 그뿐, 형사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반면 중도금을 수령하면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고, 이때는 별도의 취소사유가 없는 한 상대의 이행지체, 이행불능이 있고 적법한 해제권을 행사한 경우에 한해 계약의 구속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중도금을 수령한 매도인이 상대방인 매수인의 잔금이행지체가 전혀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중도금 수령 즉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 협력의무를 지게 된다. 이러한 매도인이 함부로 타에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후 담보대출을 받아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울산 남구의 신축빌라에 대해 피고인은 계약금으로 2,300만원, 중도금으로 1억 5천만원을 받고는, 임의로 처 명의로 건물을 보존등기한 후 은행에서 1억 8천만원을 대출받았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은 사안에서 피고인이 부동산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를 함부로 저버린 것은 임무위배행위(매수인의 부동산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며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행위라고 보았다(울산지법 2017노1159 판결).
배임죄 성립의 선결조건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해야 하는데, 법원은 중도금 수령 즉시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정확히는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타인의 재산관리에 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가 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계약이 이행 중인 상태에서 함부로 계약의 급부를 침해할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준 사건이다. 덧붙여 배임행위를 적극 교사하거나 가담한 자(예컨대 제2매수인)는 배임죄의 공범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대구 형사전문·이혼전문 변호사 | 법학박사 천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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