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12. 19. 선고 2016다24284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건설공사 수급인이 도급계약상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공사대금채권을 하수급인들에게 양도한 후 도급인인 피고를 상대로 양도한 공사대금채권을 포함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자, 피고가 위 채권양도의 유효성을 전제로 채권이 하수급인들에게 이전되었다고 항변한 사안
2.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경우 이에 위반한 채권양도행위가 효력이 있는지’여부 이다.
채권양도금지특약은 실무상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양도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행위의 효력에 대하여도 확립된 법리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본 판결에서는 양도금지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행위의 효력에 관한 기존 법리를 변경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3. 판결요지 (다수의견)
가.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449조 제1항). 그리고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449조 제2항). 이처럼 당사자가 양도를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이하 ‘양도금지특약’이라고 한다)한 경우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한다.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에 채권양수인이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면 채권 이전의 효과가 생기지 아니한다. 반대로 양수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양도금지특약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면 채권양도는 유효하게 되어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양도금지특약을 가지고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없다. 채권양수인의 악의 내지 중과실은 양도금지특약으로 양수인에게 대항하려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나.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것이 통설이고, 이와 견해를 같이하는 상당수의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어 재판실무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법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①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이 당사자가 양도를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채권을 양도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것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하는 의미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법조문에서 ‘양도하지 못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양도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나아가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는 본문에 의하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가 무효로 됨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는 당연히 무효이지만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선의의 제3자에게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로 위 단서규정을 해석함이 문언 및 본문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다. ② 이처럼 해석하는 것이 지명채권의 본질과 특성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다. ③ 물권에 관하여는 물권법정주의에 따라 법이 규정하는 바에 의하여 물권의 종류와 내용이 정해지는 반면(민법 제185조), 채권관계에서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어 계약당사자는 원칙적으로 합의에 따라 계약 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자와 채무자가 그들 사이에 발생한 채권의 양도를 금지하는 특약을 하였다면 이는 채권의 내용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그 속성을 이루는 것이어서 존중되어야 한다. ④ 계약당사자가 그들 사이에 발생한 채권을 양도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당연히 허용되는 것인데, 민법에서 별도의 규정까지 두어 양도금지특약에 관하여 규율하는 것은 이러한 특약의 효력이 당사자 사이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까지 미치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⑤ 채권은 이전되더라도 본래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그대로 유지함이 원칙이고 양도금지특약도 이러한 계약의 내용 중 하나에 속하므로, 원칙적으로 채무자는 지명채권의 양수인을 비롯하여 누구에게도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은 명문으로 이를 다시 확인한 규정이라 볼 수 있다. ⑥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경우 채권의 양도성이 상실되어 원칙적으로 채권양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악의의 양수인과의 관계에서 법률관계를 보다 간명하게 처리하는 길이기도 하다. ⑦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에 대한 압류나 전부가 허용되는 것은 양도금지특약의 법적 성질과 상관없이 민사집행법에서 압류금지재산을 열거적으로 규정한 데에 따른 반사적 결과에 불과하다. 나아가 양수인이 악의라고 하더라도 전득자가 선의인 경우 채권을 유효하게 취득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은 채권의 양도성을 제한하려는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의 취지를 중시하여 제3자의 범위를 넓힌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⑧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양도성을 제고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라 하더라도 이는 대부분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해석이 아닌 법규정을 통해 달성되고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문언상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이 부인된다는 의미가 도출되는 민법 제449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를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는 새로운 해석을 도입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4. 평가
대법원은 ‘양도금지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행위는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없다’는 기존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즉, 민법 제449조는 제1항에서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제2항에서 “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는바, 대법원 다수의견은 위 조문에 충실한 의견이다.
따라서 양도금지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행위는 무효이고, 다만 (예외적으로) 양수인이 그러한 사실을 몰랐고, 몰랐음에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유효하며, 양수인의 악의, 중과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양도금지특약으로 양수인에게 대항하려는 자( 채무자 등)이 부담한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처럼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근거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채권의 이전’이라는 효과가 동일한 ‘전부명령에 의한 (대상)채권의 이전’과는 그 취지가 다르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당사자간 계약으로 채권을 양도함에 있어서는 채권양도금지특약이 있는지, (있다면)채권양수인의 악의,중과실(선의, 무중과실)에 관한 사정이 존재하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불측의 손해를 보는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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