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쟁의심판 개관”
▲ 최창호 변호사 |
1. 의의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는 헌법재판소가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을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한쟁의심판제도는 국가기관 사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발생한 경우에, 헌법재판소가 이를 유권적으로 심판함으로써 각 기관에게 주어진 권한을 보호함과 동시에 객관적 권한질서의 유지를 통해서 국가기능의 수행을 원활하게 하고, 수평적ㆍ수직적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려는 데 그 제도적 의의가 있다(헌재 2011. 8. 30. 2011헌라1)
권한쟁의심판제도는 연혁적으로 정부와 의회 간의 다툼을 중립적 헌법수호자인 헌법재판소가 권력분립제도의 취지에 따라 해결하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2. 처분
권한쟁의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은 법적 중요성을 지닌 것에 한하는 것으로,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행위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위 처분과 관련하여, 처분은 입법행위와 같은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과 관련된 권한의 존부 및 행사상의 다툼, 행정처분은 물론 행정입법과 같은 모든 행정작용 그리고 법원의 재판 및 사법행정작용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공권력처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헌재 2006. 5. 25. 2005헌라4)고 판시하고 있다.
3. 부작위
권한쟁의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부작위는 단순한 사실상의 부작위가 아니고 헌법상 또는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1998. 7. 14. 98헌라3 ; 헌재 2006. 8. 31. 2004헌라2).
한편 국회의장이 국회의 자율권 범위 내라고 보이는 국무총리 임명동의 안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투표결과를 선포하지 아니한 부작위(헌재 1998. 7. 14. 98헌라3)와 국회 상임위원회 의안심사와 관련하여 국회의장이 회의의 원만한 진행을 위한 질서유지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작위(헌재 2010. 12. 28. 2008헌라6)에 대하여는 작위의무가 인정되지 않아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가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2항에 의하면, 권한쟁의 심판청구는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
4 ‘권한의 침해 또는 현저한 침해위험’의 가능성
권한쟁의심판에서의 ‘권한’이란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해 법적으로 유효한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 또는 그 범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국가기관의 행위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국가기관에게 부여된 독자적인 권능을 행사하는 경우가 아닌 때에는 비록 국가기관의 행위가 제한을 받더라도 권한쟁의심판에서 말하는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헌재 2010. 7. 29. 2010헌라1).
그리고 일반적인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면 그 권한은 기간 경과 후 소멸하므로 그 기간 경과 이후에는 해당 권한에 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없다(헌재 2013. 9. 26. 2012헌라1, 판례집 25-2상, 652,658-659).
국가기관 상호간에 권한의 침해 또는 그 위험이 있는 경우로는 헌법 또는 법률상의 수권범위를 벗어나 한 국가기관이 권한을 넘는 행위를 함으로써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을 침범하여 잠식하는 경우, 한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의 정당한 권한행사를 방해하는 경우, 입법에 의하여 행정부나 법원의 권한 일부를 삭제하는 경우 등이 존재할 수 있다.
권한쟁의 심판사건에서는 피청구인의 권한 행사가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기 때문에 청구인이 가지는 권한이 침해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 또는 처분의 무효를 확인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는데(법 제66조 제2항),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에 관하여는 법 제66조 제1항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필요적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같은 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에게 재량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부가적으로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의 처분 등이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한 것임을 확인하면서도 해당 처분 등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해서는 기각결정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권한쟁의심판에서는 2단계의 판단과 그에 따른 결정이 행해질 수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장의 국회 특별위원회 위원 개선행위에 의하여 해당 특별위원회 위원이 아닌 국회의원들이 권한을 침해받았거나 침해받을 현저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개선 대상이 아닌 해당 특별위원회 위원들의 경우에도 국회의장의 개선행위만으로는 권한의 침해나 침해의 위험성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특별위원회가 개회되어 안건에 대한 심의 표결 절차에 들어갔을 때 비로소 그 권한의 침해 또는 침해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법률안에 대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 또는 위험은 각 국회의원이 해당 법률안을 심의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으므로, 국회의장의 법률안 수리행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가 법률안에 대한 위원회 회부나 안건 상정, 본회의 부의 등과는 별도로 오로지 전자정보시스템으로 제출된 법률안을 접수하는 수리행위만을 대상으로 하는 한, 그러한 법률안 수리행위만으로는 국회의원으로서 특별위원회 위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다(헌재 2020. 5. 27. 2019헌라3등)”라고 판시하고 있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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