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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지휘 체계 잃은 특사경과 ‘수사권 만능주의’의 덫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3-30 1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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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 체계 잃은 특사경과 ‘수사권 만능주의’의 덫
: 국가 형벌권의 사유화인가, 행정 편의의 산물인가

 

 

 

▲최창호 변호사
1. 특사경 제도의 개관 및 비대해진 현황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제도는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특정 분야에 한하여 일반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예외적 장치라 할 수 있다. 1956년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이하 사법경찰직무법)’이 제정된 이래, 특사경은 시대적 요구라는 명분 아래 비약적으로 팽창해 왔다.

2026년 현재, 국내 특사경 규모는 약 2만 5,000명에 육박한다. 이는 일반 사법경찰 인력의 약 20%에 달하는 거대한 수사 집단이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을 필두로 관세청, 식약처 등 40여 개 중앙부처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의 ‘민생사법경찰단’에 이르기까지 그물망 같은 수사망을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이 비대해진 조직이 ‘전문성’이라는 방패 뒤에서 법치주의의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2. 허약한 기초 위에 세워진 130회의 누더기 개정

국가 형벌권의 행사는 엄격한 법치주의와 정교한 수사 지휘 체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특사경 제도의 법적 근거는 그 중요성에 비해 극히 위태롭다. 근거 법령인 사법경찰직무법은 현행 법률 제21066호에 이르기까지 무려 130여 회의 개정을 거쳤다.

이는 현대적 수사 체계로의 질적 발전이 아니라, 새로운 행정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수사권’이라는 손쉬운 칼을 쥐여주는 식의 행정 편의적 확장일 뿐이었다. 왜정 시대의 골조를 유지한 채 필요할 때마다 방을 달아내듯 외형만 키워온 이 법은, 이제 ‘허약한 기초 위에 버겁게 기둥만 세워놓은’ 기형적 형국이다. 이러한 법적 정합성의 결여는 결국 수사 대상이 되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3. 자치단체장의 ‘사병화’된 수사권과 정치적 오남용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였으나, 지자체 특사경의 확대는 ‘수사권의 정치적 사유화’라는 치명적인 독배를 안겼다. 최근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자신의 정치적 공약이나 시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사경을 마치 개인의 수족(手足)처럼 동원하고 있다.

단체장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특정 시기에 수사력을 집중하거나, 정치적 타깃을 정해놓고 벌이는 ‘성과 보여주기식 수사’는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중립성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단체장의 하명(下命)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특사경은 시민을 보호하는 파수꾼이 아니라, 반대 세력을 압박하거나 정치적 치적을 쌓기 위한 ‘행정 병기’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고도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수사권이 지방 권력의 도구가 되는 순간, 헌법이 예정한 법치주의는 실종된다.


4. 금감원·심평원의 수사권 욕구와 ‘검사 지휘 삭제’의 위험

최근 검찰개혁의 여파로 공소청법 등 수사 구조 개편 과정에서 검사의 특사경 수사 지휘 규정이 약화된 틈을 타, 금융감독원(금감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같은 준정부·민간 성격의 기관들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법치 행정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특히 금감원은 공무원 조직이 아닌 민간 기구적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헌법상 적법절차를 통제할 검사의 지휘조차 거부한 채 독자적 수사권을 탐내고 있다. 심평원 역시 행정 전문성을 수사권으로 치환하려 하지만, 형사법적 소양과 중립성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에게 수사권을 남발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검사의 사법적 통제가 단절된 채 전문성이 결여된 이들이 수사권을 행사한다면, 실체적 불법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하자로 인해 무죄가 선고되는 사법 정의의 파탄이 예견될 뿐이다.


5. 민간 위탁 수사권의 위헌성과 ‘시행령 통치’의 함정

입법자가 수사권 부여의 외형만 규정할 뿐 선발과 교육훈련에 대해 침묵하는 사이, 특정 분야의 민간 위탁 수사권이나 민간 조사관 도입 시도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면허 없는 자에게 수술칼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국가 형벌권은 국가가 독점해야 하는 본질적 권능이다. 고도의 공정성과 책임성이 요구되는 수사 업무를 행정 편의적으로 민간이나 준정부기관에 넘기는 것은 책임 행정의 원칙에 반하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현재와 같은 ‘지휘 없는 독자 수사권’의 확산은 국가가 스스로의 인권 보호책임을 방기하고 통제되지 않는 국가 폭력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6. 대안적 제언: 특사경 폐지와 ‘사소(私訴)제도’의 도입

이제는 근본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특사경 제도가 존속할 가치가 있다면 공소청법 등 상위 수사 체계 법령과의 정합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검사의 사법적 통제와 지휘 체계를 엄격히 복원해야 한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특사경 제도를 폐지하고 일반 사법경찰 체계로 흡수하는 것이 타당하다. 전문 수사 부서를 자치경찰 내에 신설하여 수사의 전문성과 인권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금감원이나 심평원처럼 전문 분야의 범죄 적발이 필요한 경우라면, 위험한 수사권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나 이해관계인이 직접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사소(私訴, Private Prosecution)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하는 수사권보다 전문성을 가진 기관이 법적 절차를 통해 범죄를 소추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훨씬 헌법 부합적이며 인권 침해의 소지도 적다.


7. 결론

행정 편의주의와 정치적 목적이라는 명분 아래 ‘지휘 없는 독자 수사권’이나 ‘지자체장의 수사권 사유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별사법경찰제도의 기초부터 다시 세우고, 수사권 남용을 막을 실질적인 사법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만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다. 수사권은 결코 행정의 효율성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오직 정의 실현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남아야 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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