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에는 “마법(魔法)의 검(劍)”, 노동자에겐 “저주(咀呪)의 검(劍)”이 아닌가?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부가 문제가 된 ‘현저한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정부 행정지침이 22일 전격적으로 발표됐으며 25일부터 곧바로 시행한다고 하였다.
정부는 정년 60세 제도의 안착과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노동시장 변화를 위해 양대 지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하였으나 노동계는 ‘쉬운 해고’와 ‘노동개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공정인사’ 및 ‘취업규칙 지침’ 등 양대 지침을 발표하였는데 공정인사 지침은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 운영’과 ‘근로계약 해지’ 등 두 부분으로 이뤄졌다. 공정인사 지침의 핵심적 내용은 ‘저성과자의 해고’이다.
저성과자의 해고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규정하였다. 즉 우선, 현저히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되면 먼저 교육훈련을 통한 능력개발의 기회를 줘야 한다. 그리고 훈련 이후에도 개선이 없는 경우 배치전환 등으로 재도전 기회를 주는 등 해고회피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업무능력 개선이나 태도 변화가 없는 경우 불가피하게 해고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내규칙을 말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피크제처럼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하지는 취업규칙 지침에서는 합리적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노조가 협의를 거부하고 동의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따라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판단토록 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으로는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적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노동조합 등과의 충분한 협의 노력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이 장관은 “양대 지침은 쉬운 해고, 일방적 임금 삭감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며 “1년에 1만3천건 이상의 해고를 둘러싼 갈등을 줄이기 위해 근로계약 관계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정년 60세 시대에 과도한 연공제 중심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토록 우선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하자”고 덧붙였다.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을 가능하게 하는 “정부 지침”은 과연 정당한가?
헌법 32조 제3항에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4조에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관한 규정은 제23조의 해고 등의 제한 규정과 제24조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만이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제23조의 해고 등의 제한을 ‘부당해고’를 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징계해고’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번에 국가가 인정하는 ‘저성과자 해고’를 정당한 해고로 인정한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며, 그 절차를 지침으로 정하여 일반 사업장에서 적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선,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지 않는 ‘저성과자 해고’라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우리 헌법에서 규정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내용의 지침으로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저성과자’란 의미의 불명확성이다. 평가기준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기준은 자의적이어서 법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예컨대 제품생산에서 생산숫자, 품질정도, 아름다움의 정도...등에 관한 내용은 서로 상반될 수 있으며,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런 기준은 일종의 행정규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침으로 생존권을 박탈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다음으로 ‘저성과자’가 어떤 노동자인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음에도 그 절차를 규정한 것은 기업 측의 자의적 잣대에 의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손쉽게 해고가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魔法)의 검(劍)”이 될 것이다.
취업규칙은 임금, 근무시간, 휴가 등에 대한 사내규정을 말하며, 이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취업규칙의 변경’을 손쉽게 가능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에 노동자에게 불리한 규칙을 도입할 때는 노조와 합의하거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이라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동의 없이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문제된 것이 특히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그에 따른 취업규칙의 변경이 문제되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자체의 편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현실적인 우리 노동계의 입장에서 보자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나누어져 있는 경우에 다소간 기업의 입장에서는 손쉽게 타협 가능한 한국노총을 대상으로 협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노조가 설립되어 있지 않는 90%정도의 일반 중소기업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위에서 말한 해고는 물론 취업규칙의 변경도 충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노동개혁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손쉬운 해고와 근로조건의 약화가 뻔히 보인다. 따라서 노동자들에게는 “저주(咀呪)의 검(劍)”이 될 것이다.
기업에겐 “마법(魔法)의 검(劍)”, 노동자에겐 “저주(咀呪)의 검(劍)”이 될 노동부의 양대 지침,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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