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설은 「환상의 빛」 외에 「밤 벚꽃」, 「박쥐」, 「침대차」, 네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네 편 모두 죽음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모두 뭔가를 잃어버린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그들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모호한 채 남아 있다. 역시 이 소설집의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단연 표제작인 「환상의 빛」이다. 최근의 재밌게 본 영화 중에서 <바닷마을 다이어리>란 영화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1995년 <환상의 빛>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제, 저는 서른두 살이 되었습니다. 효고 현 아마가사키에서 이 곳 오쿠노토의 소소기라는 해변 마을로 시집 온 지 만 삼 년이 되었으니 당신과 사별한 지도 그럭저럭 칠 년이나 되었네요.
「환상의 빛」 의 시작부분이다. 자살한 남편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하는 아내, 현실에서는 재혼해서 새 남편(다미오)과 딸, 아들까지 낳아 함께 살면서도 그녀는 두 마음을 갖고 전 남편에게 계속 말을 건다. 그가 왜 죽었는지 알 수 없기에 끊임없이 자살한 이유를 찾으려고 애쓰지만 그 이유 또한 본인이 만들어내는 것뿐, 결국 그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유미코는 다미오에게 그 사람이 왜 자살했는지를 묻자 사람은 ‘혼이 빠져나가면 죽고 싶어지는 법이야’라고 그는 답한다. 혼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병에 걸린 사람의 마음에는 이 소소기 바다의 그 한순간의 잔물결이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것으로 비칠지도 모릅니다. p.81
치일 줄 뻔히 알면서 한신전차 철로 위에서 그가 본 것은 이 작품의 제목인 「환상의 빛」이 아니었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본다.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한 배우자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은 아내일 것이다. 가장 가깝다고 해서 그의 모든 걸 다 알고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가끔은 나 자신조차도 이해 못할 때가 있는데 나 아닌 누군가를 나보다 더 사랑할 수는 있으나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외로움과 고독은 사전적 의미로 한 끗 차이를 가지는 단어이지만, 내가 느끼는 외로움은 함께 하면 덜어질 수 있지만 고독은 스스로 해결해야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마음’은 말하지 않으면 모르기에, 죽음을 선택한 이는 그걸로 끝이겠지만 남은 이들에게는 숙제이고 상처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을 내 생각대로 이해할 뿐이나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잊지 않는다면...좀 더 나은 세상이지 않을까 싶다.
거칠어지기도 하고 잔잔해지기도 하는 소소기 바다의 일렁이는 잔물결처럼 내 마음속에도 애잔하게 깔려있는 느낌이 들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상실감이 더 묵직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영화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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