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31일까지 대전 동부‧유성경찰서 시범운영
“조사관이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 1987년 1월 박종철 씨가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고문 끝에 사망한 것과 관련해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로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했다.
이후 31년이 흐른 현재, 경찰은 피의자‧피해자‧참고인에 대해 경찰이 조서 작성을 위해 조사를 하는 경우 녹음장비를 설치해 조사 시작부터 종료까지 전체 과정을 녹음키로 했다.
8일 경찰청은 3월 31일까지 수사부서 내 조사실이 마련되어 있는 대전지방경찰청 소속 2개 경찰서(동부경찰서, 유성경찰서)를 대상으로 진술녹음제도 시범운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상녹화의 대상이 되는 범죄를 제외한 전체 사건을 대상으로 진술녹음이 진행되며 진술녹음을 통해 생성된 파일은 △조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점검 △진술자의 기억 환기 △조서내용과 진술자의 진술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으며 연관된 다른 사건 수사를 위해서는 활용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했다.
경찰의 진술녹음제도 시범운영은 지난해 7월 경찰개혁위원회가 수사과정의 인권보호 방안으로서 조사과정을 객관적으로 녹음하는 진술녹음제도 도입을 권고했고, 경찰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그동안 조서 작성 과정이 투명하게 확인되지 않아 자백 강요‧회유, 고압적 언행 등 ‘인권침해’와 ‘진술과 조서 내용 불일치’가 시비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개선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한편, 경찰은 시범운영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경찰관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조사대상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후 시범운영 결과를 분석하여 전국 확대 시행을 검토하고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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