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삼성증권 직원들에 대한 자본시장법위반죄, 컴퓨터등사용사기죄를 살펴보았다. 검찰은 피고인들을 업무상 배임죄로도 기소한바 추가로 살핀다. 피고인들은 삼성증권 직원으로서 배당오류 사고를 인지했다면 마땅히 사고수습사무 등에 협력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배하여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에서 업무상 배임죄(형법 제356조)가 성립한다.
배당오류와 연속된 피고인들의 본 건 매도행위로 삼성증권 주가가 개장 1시간도 안 돼 전일 종가 대비 12%까지 급락한 점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 맞고, 배임은 기수가 된다. 업무상배임죄는 범의가 외부에 표출되고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이 현실화되면 기수에 이른다(대법원 2003도4382 판결). 대법원은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일단 손해의 위험성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피해가 회복됐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99도3338 판결).
삼성증권이 피고인들을 대신해 결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92억 원 말고도 장래 투자자들이 주가하락 피해를 이유로 공동불법행위소송이나 사용자책임소송을 제기해 올 경우 입게 될 손해 역시 삼성증권의 손해액으로 볼 여지가 있다. 검찰은 주가하락으로 인해 손해 입은 일반 투자자가 최소 5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았다.
실제 삼성증권은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5억원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했고, 금융당국으로부터 1억 44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또 일부(위탁매매) 신규 영업정지, 대표 직무정지 및 전 대표에 대한 해임권고 등 여러 제재를 받을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한편 피고인들은 결심재판 최후진술에서 "한순간의 어이없는 행동이었다"거나, "이익을 취할 생각이 없었다"고 변명했다는데, 이는 고의 부인 내지 범행동기 주장(우발성)에 해당한다. 그러나 검찰은 고의행위로 보고 있다. 특히 구속피고인을 포함한 4명의 직원들은 당시 회의실에서 네이버증권과 카카오스탁을 통해 주가하락 사실을 확인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본 건 범행에 나아갔고, 불구속피고인 5명도 3억 원에서 279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할 때에 카카오톡 메신저로 정보를 소통했다고 하므로, 이러한 메시지는 피고인들의 고의, 암묵적·묵시적·순차적 공모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다. 나아가 "빨리 팔고 회사를 퇴사하자"라든가, "판 돈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자"는 취지의 내용도 있었다는 점에서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이므로, 책임조각•감경 요소도 없는 사건이다.
법관이 판단해야 할 머리 아픈 쟁점은 첫째가 고의, 둘째가 불능미수 내지 불능범, 셋째가 장애미수 내지 기수 판단일 수 있다(어디까지나 피고인 편에서 가정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첫째, 매도는 됐지만 실제 현금화되지 못했고, 현금화되어 출금하기까지 2거래일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증권 전문가들인 피고인들이 몰랐을 리 없는데, 이 같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범의, 즉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느냐, 둘째,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애초부터 범죄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아 불능미수 감면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범죄발생의 위험성조차도 없었다고 보아 불능범으로 불벌 사안이냐, 셋째, 삼성증권의 봉쇄 조치로 현금화되지 않았을 뿐 범죄완성이 가능했던 사안으로 보아(위험성이 있다고 보아) 장애미수를 인정해야 하느냐, 아니면 매도의 성공만을 놓고 기수 책임을 지울 수 있느냐가 그것이다. 필자는 앞서 본 세 개 범죄 모두에 대한 고의 기수범이 맞다고 보나, 현재 이 사건과 같은 증권사 내 배당오류와 공격적 매도 사고는 선례를 찾기 힘든 특이 사건이므로, 장차 판결 결론에 주목할 만하다.
참고로 피고인들은 회사로부터 5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상태이기도 하다. 한 순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는 사건이다.
대구 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형사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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