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국회8급 시험 합격자 중 한 사람입니다. 이름을 밝히려니 왠지 쑥스러워서 익명으로 이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저의 수험기간 동안 국어수업과 상담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이재현 선생님께서 합격수기를 하나 써달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저의 공부기록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학습스케줄을 제시해 주길 원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수험생들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상적인 스케줄이 되려면 각자의 상황에 맞는 계획이어야 하므로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보편타당한 학습스케줄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로서는 차선책으로 참고가 될 만한 모범적인 스케줄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는데 저의 수험기간 동안 저의 학습스케줄 자체는 제가 선택한 학원일정을 따른 것에 불과해서 제 나름의 학습스케줄을 갖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이 글에서는 우선 제가 가지고 있는 공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들을 말씀드리고 이어서 제 공부과정을 사실대로 밝힘으로써 수험생 여러분들이 공부계획을 세우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고자 합니다.
Ⅱ. 공부방법에 대하여
제가 생각하기에 시험성적을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그 중 첫째는 공부시간이고, 둘째는 단위시간당 공부량이며 셋째는 효율적인 공부방법입니다. 경제학에서 배운 생산함수처럼 이 세 요소의 곱에 의해서 기본적인 성적이 결정되고 여기에 시험 당일 컨디션이나 운 등의 변수가 어느 정도 작용하여 최종적으로 시험점수가 결정됩니다.
이 세 가지 요소 중에 수험생들의 관심은 주로 공부 방법에 대한 것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첫째 요소인 공부시간은 누구나 열심히 하기 때문에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둘째 요소인 단위시간당 공부량은 IQ 등 타고난 개인적 능력에 좌우되는 고정요소라고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다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공부방법의 차이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일반적인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실제 시험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효율성의 측면에서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선택하는 여러 방법들 간에는 합격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의 본질적 차이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공부시간(또는 공부량)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얼마나 자기관리를 잘 하느냐가 당락을 결정하게 됩니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평균적인 능력을 가진 수험생의 경우라도 수험기간 내내 꾸준히 집중해서 공부할 수만 있다면 1~2년 내에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집중력을 가지고 공부한 시간만을 실제 공부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과 얼마나 꾸준하게 오랜 시간을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즉 수험생으로서의 기본에 얼마나 충실한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수험에 실패하는 것은 공부에 몰입하여 집중력을 가지고 공부한 시간이 실제로는 생각보다 적다는 것과 긴 수험생활 동안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져 허비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 즉 절대적인 공부시간 부족이 일차적인 원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합격에 대한 자신감을 가짐으로써 실제 수험생활에서 꾸준함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물을 주기를 잊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꽃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무원이 되고 싶어서 시험을 준비한다면 그에 필요한 절대적인 공부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은 목표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때 보다 쉽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둘째 요소 즉 단위시간당 공부량은 수험생이 가진 기본적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타고난 능력뿐만 아니라 후천적 노력에 의해 얻을 수 있는 기본실력에 의해서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공부를 할 때 회독 수가 올라갈수록 시간당 볼 수 있는 책의 페이지 수가 달라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공무원시험에는 준비기간의 제한이 없습니다.
따라서 타고난 능력에 대한 자신이 없는 경우에도 수험기간을 조금 늘려서 출발선에 서기 전부터 준비한다면 얼마든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에 필요한 기간도 그리 길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 실천한다면 공무원시험에 필요한 공부 분량이 많다고 해도 충분히 합격에 필요한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요소인 공부 방법에 관해서는 저는 많은 합격생들이 추천하는 방법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한 후에 그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 좋은 방법이었는지는 최선을 다한 후에 결과를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정말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보다 일반적이고 합격자들이 선택한 공부방법이 제각각인 것으로 보아 구체적 방법론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공부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체로 무난하다고 평가받는 방법을 따르는 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강의나 교재의 선택에 있어서는 수험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 한 자신이 보기 편한 강의나 교재를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많은 방법들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를 알기는 어렵지만 정말 나쁜 방법이라면 피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과정에서 문제풀이를 통해서 실력향상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실전을 치르기 전에 모의고사나 다른 시험의 기출문제를 통해 미리 검증을 거치는 것도 필수입니다. 다시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제 생각에 공부 방법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거나 혹은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택하시되 틈틈이 성과를 점검하고 중간에 반드시 실전에 가까운 검증을 통해서 공부 방법에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론에 관해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다면 한 과목씩 집중해서 공부하는 연강 시스템을 적용할 것과 학습 후에는 문제를 풀어봄으로써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제가 다녔던 특정학원을 반드시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영상강의를 듣거나 혹은 자습을 통해서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에도 연강 시스템에 의한 일정관리는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 공부과정에 대한 서술도 연강시스템을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Ⅲ. 저의 공부기록
1. 목표 세우기
제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로 결심한 것은 작년 8월 말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확실한 목표의식이라고 생각했고 제 나이가 많은 만큼 반드시 한 번에 서울시 7급 시험을 합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저의 경우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었고 영어는 잘할 자신이 있는 과목이라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앞선 지점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과한 목표를 세웠고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서 분명한 목표를 갖는 것은 수험기간 동안 꾸준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현가능성이 없는 무리한 목표를 세우게 되면 일찌감치 포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2. 수험생활
(1) 학원수강
11월에 토익시험을 보고나서 12월에 노량진에 가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앞서도 밝혔듯이 저는 한 과목씩 집중해서 보고 그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원 선택은 비교적 쉬웠습니다. 제가 다닌 학원은 1순환부터 4순환까지 각 순환계획에 따라 어학과목(국어, 영어)은 격일제로 매일 수업하고 어학과목을 제외한 다섯 과목은 한 과목씩 집중적으로 수업하는 연강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연강시스템에 따라 공부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수험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과목별로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시험을 통한 검증을 반복함으로써 보다 큰 학습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정수준에 도달해 있지 않은 초보 수험생의 경우에는 과정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전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여 기본실력을 갖출 것을 권합니다. 그럴 만한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연강반의 진도 내에서 회독 수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처음에 말했던 집중력과 꾸준함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2) 1순환
1순환은 각 과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실력을 쌓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므로 비교적 강의수가 많고 상세한 설명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순환 과정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목표를 좁히는 것이 필요한데 전체적인 목표는 각 과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면서 개요를 파악하여 중요한 부분이 어디인지 어려운 부분은 어디인지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목별로는 어학과목에 있어서 큰 폭의 실력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어학과목에 대한 집중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뒤로 갈수록 어학과목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므로 어학실력은 최소한 2순환 마지막 무렵에는 실전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에 1순환 시작부터 수업을 듣지 못하고 어학과목 외에는 국사와 경제학 두 과목만 1순환을 들었는데 애초에 전 과목을 듣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과감하게 영어와 국어에 투자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3) 2순환
2순환 과정에서 해야 할 것은 우선 1순환에서 배웠던 기초를 바탕으로 전체 내용을 이해하고 1순환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나 반드시 암기해야 할 사항 등 중요내용을 구분하여 정리함으로써 3순환 문제풀이 과정에서 짧은 시간에 전체 내용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하는 한편 문제풀이를 통해서 출제 경향을 파악하고 문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목별 목표로는 국사, 행정학, 경제학 등 짧은 시간에 점수를 올리기 어려운 과목들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함으로써 3순환에서 취약과목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1순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2순환에서 처음 시작하는 과목들이 많아서 기본서 외에 문제집을 풀거나 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또한 영어와 국어 모의고사 점수가 좋지 않아서 문제풀이 실력 향상을 위해서 9급 4순환 문제풀이 반 수업을 추가로 듣고 국어의 경우에는 이재현 선생님의 압축국어 단과 수업도 더 들었습니다. 학원교재 외에 다른 교재는 보지 않았고 수업에 충실하려 노력했습니다. 4월에 9급 시험을 시험 삼아 응시했는데 77점을 받았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실전을 치르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전 범위 모의고사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4) 3순환
3순환 과정은 본격적인 문제풀이 과정이었습니다. 매일 진도별 모의고사를 보느라 너무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들이었지만 시험을 위한 예습과 모의고사 및 복습을 거치면서 실력을 배양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에는 준비기간이 조금 짧았기 때문에 3순환에서 요구하는 공부분량을 완전히 소화하지는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3순환 직후에 본 서울시 7급 시험에서 준비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커트라인에 많이 못 미치는 62점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5) 4순환
4순환은 각 과목별로 전범위 모의고사를 푸는 과정이었는데 학원에서 설명하기로는 3순환에서 올라간 실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감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3순환까지의 공부가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했기 때문에 4순환을 통해 그동안 미진했던 부분이 정리되고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가직 7급 시험에서 원래 점수는 83.57이었는데 영어 답안 일부를 밀려 쓰는 바람에 5문제를 더 틀려서 80.28점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마킹을 급히 서두르다 실수하게 된 것은 그 만큼 시간이 부족했다는 뜻이므로 단순히 실수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 것(국가직 합격자발표 전에 불합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국회시험을 준비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6) 국회 8급 시험준비
국가직 7급을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국회 8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출문제를 분석한 결과국회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영어와 경제학에서 과락 없이 안정적인 점수를 받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운 좋게도 학원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스터디를 같이 했습니다. 영어와 경제학 두 과목만 꾸준히 문제풀이를 하는 스터디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같이 공부했던 사람들 중에 저만 합격해서 지금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필요한 경우라면 스터디를 운영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Ⅳ. 마치며
이 수기를 쓰기 전에 어떻게 하면 수험생 여러분께 도움이 되는 좋은 수기를 쓸까하고 다른 사람들이 쓴 합격수기를 읽어보기도 하고 고민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부족하고 글재주도 없다보니 알맹이 없이 그저 제 수험과정만 늘어놓은 것 같아 민망합니다. 그래도 이 글이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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