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희 대구 교육감의 대구지방법원 1심 유죄 판결의 범죄사실은 10만 장의 선거 홍보물에 정당 경력이 포함된 점, 선거사무소에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력을 표시한 점이었다. 1심 재판부는 강 교육감의 행위가 지방교육자치법을 위반한 것이 맞고, 선거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하면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이 사건은 권영진 시장의 벌금 90만 원 선고 사건에 비해 극명한 차이를 가져오는 바람에 대구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권 시장은 강 교육감과 달리 정당 이력 표방이 금지된 교육감 후보가 아니었고, 그 행위가 체육대회에서 인사차 대인 접촉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비교적 소극적으로 평가됐다(1행위). 한편 그가 예비후보 개소식에 참석해 발언하는 방법으로 도움을 준 기초단체장 후보는 낙선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도 드러났다(2행위). 반면 강 교육감은 정당 이력을 표시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된 교육감 후보였고, 10만 부나 되는 막대한 유인물이 유권자에게 배포된 점에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일반적으로 평가된다.
강 교육감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처해진 후 바뀐 변호인단의 항소심 변론전략이 최근 드러났다.
피고인 측은 대구고등법원 제1형사부에서 주관적 측면과 객관적 측면 양 쪽의 방어형 공격전략(형식은 방어인데, 실질은 공격하는 양상)을 표출했다. 주관적으로는, 강 교육감이 출마할 당시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당 지지율이 폭락한 상황인데, 피고인이 굳이 정당 경력을 강조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으므로, 정당 이력이 기재된 홍보물이 다량 배포됐더라도 피고인의 고의가 아니라는 주장. 객관적으로는, 후보자가 선관위에 제출한 후보자등록경력신고서에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직선거 입후보 경력이 기재되게 되어 있고, 선관위는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하게 돼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부주의로 공소사실과 같은 선거불공정 사정이 일부 발생했더라도 그로 인해 선거 공정성에 중대한 장애가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피고인이 정당 경력을 선거에 활용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된다)이 그것이다.
필자는 피고인의 고의 부정의 기반은 매우 약하다고 생각된다. 당시 새누리당 경력을 강조하는 것이 어리석은 선거 전략이었고,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경력은 오히려 해당 선거에서 큰 걸림돌이었다는 주장, 그러므로 피고인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경력으로 선거에서 이득을 볼 생각이 없었으므로, 피고인의 고의로 범죄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일련의 주장은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객관적 측면에서 피고인 측이 새롭게 주장한 부분, 즉 의무적으로 선관위에 제출한 경력신고서에 (법에 따라) 과거 선거 입후보 경력을 기재한 것에는 잘못이 없고, 또 선관위가 법에 따라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게 돼 있었는데, 굳이 피고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홍보물에 같은 경력을 기재해야 했던 동기를 찾을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선관위 홈페이지의 파급력과 피고인의 위법행위의 파급력 중 무엇이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 판별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결국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 공정에 중대한 장애를 가져온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과 관련한 주장은 앞서 살핀 고의 부인보다는 설득력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피고인의 주장대로, 실제 선관위에서 회시될 사실조회 결과가 피고인의 두 번째 주장을 일부 뒷받침한다 하더라도 검찰의 주장처럼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경력신고서에 과거 선거 경력을 기재하는 것과 법에서 금하는 정당 경력 표방은 전혀 다른 문제여서 피고인의 그 같은 주장이 무죄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선관위 공식 홈페이지에 정당 경력이 발표되는 것과 별도로 피고인 측은 홍보물을 이용해 선거에서 유리한 결과를 추가로 점하려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당시 경쟁이 박빙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결국 피고인 측의 새로운 주장이 원심의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을 정도는 되지 못한다는 평가에 이른다. 경우에 따라 형 감경요소는 될 수 있다.
한편 피고인이 원심에서는 대체로 인정 후 항소심에서는 전면 부인으로 돌아섰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 선처를 구하는 전략 대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주관적 측면(정당 경력이 이용되고 있는지 몰랐다)과 객관적 측면(정당 경력을 선거에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의 양 쪽에서 완전 부인 전략을 쓰는 것은 벼랑 끝에 몰렸을 때 나오는 전략이 된다.
요컨대 새로운 전략 구성이 다소간 세련된 측면도 있지만, 항소심 전략수립 과정에서 놓친 것을 꼽자면, 첫째,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는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사용될 운명이라는 점, 둘째, 그러한 증거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탄핵증거의 힘이 매우 강대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변호인이 계획한 수단만으로는 현저히 미달되는 점, 셋째, 항소심에서 고의를 전면 부인하는 근거로 대구 민심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간의 당시 소원했던 관계를 주장하는데, 이는 상식에 어긋나 적절한 예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해괴한 주장이 될 수도 있는 점, 넷째, 검찰의 적절한 주장과 같이 선관위에 선거 입후보 경력을 기재해 제출하는 것과 유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불법 홍보물이 대량 발송되게 한 것은 차원을 달리하고,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충분히 볼 수 있는 점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항소심이 원심을 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세부적 파기사유를 예상해 보더라도, 원심이 오인한 사실이 거의 없어 보이고, 지방교육자치법의 입법목적 및 동법 벌칙규정의 취지에 대해 법리를 오해하여 설시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충분한 이유를 설시했을 뿐 아니라 이유간 모순없이 일관적으로 생각되며, 형을 정함에 있어 행위의 엄중성과 침해된 선거의 불공정성을 감안할 때 양형에 부당한 점도 그다지 발견되지 않으므로, 결국 피고인의 항소이유는 여러 모로 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구 형사전문·이혼전문 변호사┃법학박사 천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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