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주현 변호사(형사전문변호사, 법학박사)
[천주현 변호사의 사건이슈] 정당방위 배척
정당방위는 미국영화의 단골 메뉴다. 가택침입자 내지 강간범을 총으로 살해했지만, 정당방위로 무죄라는 주장. 드물지 않게 무죄 근거로 인용되기도 한다. 심지어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미국 국민은 총기와 총알 구입에 나섰고, 이들은 자신들의 생필품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본시 부당한 침해에 대해 정당하게 반격하는 점에서 정당방위는 폭넓게 인정돼야 할 것 같지만, 실무에서는 상대의 가해행위를 넘어서는 대응행위나 또 그로 인해 사상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유죄판결이 흔하다.
소극적 저항행위가 별도의 '정당행위'로 인정되는 점에서, 적극적 저항행위는 정당방위가 돼야 하고 넓게 인정돼야 하는데, 방어의 상당성을 토대로 과격한 방어에 감점 내지 영점을 준다.
또 싸움은 공격과 방어의 교차로 보므로, 쌍방 처벌한다. 분함을 참지 못하고 반격할 때에 피해자의 공격도 개시된 것으로 본다. 이런 법리는 방어자가 경찰이었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폭행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싸움을 말리다가 노숙자로부터 눈 부위를 얻어맞자, 흥분하여 노숙자의 얼굴을 때리고 바닥에 쓰러뜨린 뒤 폭행한 사건에서, 1심, 2심, 대법원은 모두 한결같이 경찰관인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죄명은 독직폭행죄.
< 형법 >
제125조(폭행, 가혹행위)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이 죄는 신분범이고, 신분으로 인해 책임이 가중되는 범죄다. 일반 폭행죄보다 형이 높다. 법원은 '현행범 체포에 저항하는 피해자를 제압하는 데 필요한 정도를 넘은 유형력의 행사'라고 보아 유죄를 선고하면서, 다만 경찰관의 신분상 불이익을 고려해 선고유예형을 택했다(징역 6월과 자격정지 6월의 형 선고유예).
이 사건 결론을 떠나, 방어의 상당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미국이든 한국이든 형사소송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사건이 하나도 없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제시한 책으로, 필자의 「수사와 변호」, 「시민과 형법」이 있다.
대구 형사전문·이혼전문 변호사 | 법학박사 천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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