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를 지내고, 이당 저당 옮겨 다니면서 여러 가지 주장을 하여온 인사가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하라고 주장한 것이 보도되고 있다.
모든 헌법학 교과서들이 기술하고 있듯이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발할 수 있는 긴급권으로 계엄, 긴급명령, 긴급재정·경제명령의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헌법 조문을 모르는 분도 있을 것 같아 헌법 제76조 제1항에 규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 및 처분에 관한 내용을 소개한다.
즉 동 조항은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긴급재정·경제명령 처분을 하려면 네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야 하고’ 둘째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 질서유지를 위하고’ 셋째 ‘법률로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지 않은 특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고’ 넷째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이번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치유 및 예방과 그것을 위한 제반 조치로 기존법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재정·경제상의 위기」가 발생하였느냐 하는 것이다.
모든 조치로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그것이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소득을 감소시켜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전염병 확산 사태가 장기간 계속되면 두 번째의 공공의 안녕질서, 즉 국민보건 질서나 신체 내지 생명에 위해를 줄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 두 가지 요건 면에서 볼 때, 기존 법률로 할 수 없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별한 조치로서는 ①재산가·고소득자에게 특별세금을 물리는 것 ②공무원·공사채의 임직원 월급을 삭감하는 것 ③화폐를 증가 발행하는 것 ④각 분야의 예산을 삭감하는 것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경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 지금 현재의 상황상 경제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 지금 하고 있는 것과 같이 추경예산·국채발행 등으로 대처하는 것이 정도이다.
재정적자를 메꾸거나 국채를 상환하는 것은 사태가 호전되어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면 가능한 것이다.
의사도 환자의 병 등이 확인되자마자 주사를 놓거나 수술부터 하지 않는다. 약으로 치료하다가 도저히 증세악화를 막을 길이 없을 때, 강한 주사를 놓거나 수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이 명령·처분은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허용되는바, 그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없다. 또 지금 국회는 「추경예산의 통과」 등에 잘 협조하는 등 대통령의 비상사태 해결에 동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법률의 흠결」을 메우기 위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이 필요치 않다. 나는 그 인사가 경제를 전공한 인사인지 의문을 안 가질 수 없고, 특히 법적 문제를 도외시하고 정치적 접근은 생각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법학 박사이고, 정치학 박사이면서, 경제학으로 노벨상을 받았던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Friedrich A.Von Hayek)가 경제 문제가 경제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법적·정치적 측면과 철학적 시각을 함께 활용했던 것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그가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경제 문제·난국 문제를 법학·정치학·사회학·철학을 종합하여 해결하려 했던 경제학자들은 모를 리 없다. 경제학을 공부한 자·법을 공부한 자들은 그 함정에 빠지기 쉽다.
경제는 경제이론·순리에 따라야 하나, 법·정치·역사·사회학이 가미되어 고찰하고, 정책을 수행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의회입법으로 뒷받침되어 해결할 생각은 않고, 법치주의에 손상을 주는 긴급권 행사는 더 심한 정치적 분쟁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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