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동춘 변호사(법무법인 집현)
[이동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혼인 중 제3자의 정자로 인공수정되어 출생한 자에 대한 친생추정 규정 적용 여부
-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법률상 부부인 원고와 그의 아내가 원고의 무정자증으로 자녀가 생기지 않자, 아내는 남편인 원고의 동의를 얻어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로 피고1을 출산하였고 혼외 관계로 피고2를 출산하였다. 원고는 피고들을 원고와 아내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하였는데, 그 후 원고가 아내와 이혼하고 혈연관계가 없는 피고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을 구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혼인 중 제3자가 정자를 제공한 인공수정의 방법으로 출생한 자에게 친생추정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 그리고 혼인 중 임신 출산한 자녀와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진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되었다.
2. 원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내가 원고의 동의를 얻어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을 통한 인공수정의 방법으로 피고1을 임신ㆍ출산하였으므로, 피고1은 민법 제844조 제1항에 따라 원고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피고1에 대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는 부적법하고, 원고와 피고2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나, 원고는 늦어도 피고2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교통사고를 당했을 당시에 병원 검사를 통하여 피고2가 원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피고2가 친생자로 출생신고된 사실에 관하여 문제 삼지 아니한 채 피고2와 동거하면서 아버지로서 피고2를 감호ㆍ양육하며 양친자적 생활관계를 계속 유지하여 왔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2의 입양을 추인하고 친모인 아내의 사실상의 대낙을 받는 등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 원고와 피고2 사이에는 양친자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되었고, 원고와 피고2 사이에 파양에 의하여 양친자관계를 해소할 필요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피고2에 대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고(서울가정법원 2016. 9. 21. 선고 2015르1490 판결), 원고는 이에 대해 상고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상고 기각)
[1] [다수의견] (가) 친생자와 관련된 민법 규정, 특히 민법 제844조 제1항(이하 ‘친생추정 규정’이라 한다)의 문언과 체계, 민법이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입법 취지와 연혁,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 등에 비추어 보면,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민법은 친생추정 규정과 이에 대한 번복방법인 민법 제847조의 친생부인의 소 규정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고, 친생부인을 할 수 없게 된 경우 자녀의 법적 지위가 종국적으로 확정된다. 따라서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부자관계는 민법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이고 혈연관계를 개별적ㆍ구체적으로 심사하여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② 친생추정 규정은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적용되는데, 친생추정 규정의 문언과 입법 취지,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헌법적 보장 등에 비추어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도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③ 자녀의 복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부모에게 자녀와의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자관계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인공수정 자녀를 양육해 왔던 혼인 부부에게 커다란 충격일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가족관계를 형성해 온 자녀에게도 회복하기 어려운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④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과정과 이를 둘러싼 가족관계의 실제 모습에 비추어 보더라도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에 사회적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정상적으로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 사이에서 인공수정 자녀가 출생하는 경우 남편은 동의의 방법으로 자녀의 임신과 출산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것이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인공수정 동의와 관련된 현행법상 제도의 미비, 인공수정이 이루어지는 의료 현실, 민법 제852조에서 친생자임을 승인한 자의 친생부인을 제한하고 있는 취지 등에 비추어 이러한 동의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던 사정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친자관계가 부정된다거나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는 남편의 동의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는 다른 명확한 사정에 관한 증명이 없는 한 남편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의서 작성이나 그 보존 여부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라는 사실을 알면서 출생신고를 하는 등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친자로 공시하는 행위를 하거나,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하면서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알리는 등 사회적으로 보아 친자관계를 공시ㆍ용인해 왔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동의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야 한다.
[2] [다수의견] 친생추정 규정의 문언과 체계, 민법이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입법 취지와 연혁,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부부와 자녀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이익의 구체적인 비교 형량 등을 종합하면,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혈연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는 것은 민법규정의 문언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친생추정 규정을 사실상 사문화하는 것으로 친생추정 규정을 친자관계의 설정과 관련된 기본 규정으로 삼고 있는 민법의 취지와 체계에 반한다.
② 혈연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가족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부부관계나 가족관계 등 가정 내부의 내밀한 영역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혼인과 가족관계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국가기관의 개입은 자제하여야 한다.
③ 법리적으로 보아도 혈연관계의 유무는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사유에는 해당할 수 있지만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정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3. 판례 해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친생추정 규정의 취지와 자녀의 복리라는 관점에서 혈연관계 유무는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사유는 될 수 있지만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사유가 될 수는 없으며,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전제사실로 보는 것은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 규정의 해석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친생추정의 예외 인정의 필요성은 자녀의 복리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하므로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에는 사회적 친자관계의 형성 및 파탄 여부에 따라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별개의견과, 동거의 결여뿐만 아니라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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