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대리모 출생아의 모자관계 및 대리모계약의 효력
- 서울가정법원 2018. 5. 9.자 2018브15 결정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불임부부인 甲과 乙은 대리모의 방법으로 출산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甲과 乙 사이의 수정란을 대리모인 한국인 丙의 자궁에 착상시켰고, 丙은 미국에서 丁을 출산하였다. 유전자검사에 의하면 丁은 甲과 乙 사이의 친자관계가 맞지만, 미국의 병원에서 발행한 출생증명서에는 丁의 모(母)가 丙으로 기재되었다.
甲은 구청에 丁의 출생신고를 하면서 부(父)란에 甲, 모(母)란에 乙을 기재하였으나, 담당 공무원은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성명이 출생증명서의 성명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생신고에 대한 불수리처분을 하였고, 이에 甲은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하였다.
1심 법원은 이를 각하하였고(서울가정법원 2018. 2. 14.자 2018호기13 결정), 甲은 생명윤리법이 금지하는 영리 목적의 대리모계약도 아니며, 수정란을 착상하는 방법에 의한 대리모의 경우 법률상 금지된 것도 아니므로, 1심 법원의 판단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항고를 하였다.
2. 서울가정법원 판결요지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은 다른 기준에 비해 그 판단이 분명하고 쉬운 점, 모자관계는 단순히 법률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정, 약 40주의 임신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고, 그러한 정서적인 유대관계 역시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한 점, 그런데 유전적 공통성 또는 관계인들의 의사를 기준으로 부모를 결정할 경우 이러한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출생자의 복리에도 반할 수 있는 점, 또한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를 부모로 볼 경우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게 되거나 형성된 모성을 억제하여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러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 정서에도 맞지 않는 점, 정자나 난자를 제공한 사람은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 입양을 통하여 출생자의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라고 할 것이다.
출생신고에 관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령의 문언이나 취지를 고려할 때에 출생신고서 및 출생증명서에 ‘모의 성명 및 출생연월일’을 기재하게 한 것은 우리 민법상 모자관계를 결정하는 기준인 ‘모의 출산사실’을 출생신고에 의하여 확인하고, 출산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형성된 모자관계를 법률적으로도 일치시키기 위한 조치이므로,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인적사항과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모의 인적사항은 동일하여야 하고, 만일 그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출생신고서를 수리하여서는 아니 되는바, 丁의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乙)의 인적사항과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모(丙)의 인적사항이 일치하지 아니하므로, 甲의 출생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한 처분은 적법하고,
한편 우리 민법상 모자관계의 결정 기준이‘모의 출산사실’인 점,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상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출생신고서에 첨부하는 출생증명서 등에 의하여 모의 출산사실을 증명하여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남편이 배우자 아닌 여성과의 성관계를 통하여 임신을 유발시키고 자녀를 낳게 하는 고전적인 대리모의 경우뿐만 아니라,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수정체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킨 후 출산케 하는 이른바 ‘자궁(출산)대리모’도 우리 법령의 해석상 허용되지 아니하고, 이러한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써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이다.
※ 위 서울가정법원의 결정 이후 甲은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재항고하였으나, 이후 재항고를 취하함으로써 결국 위 결정은 확정되었다.
3. 판례 해설
불임부부의 증가로 인해 세계적으로 대리모를 통한 출산 또한 증가 추세에 있으나 우리 법은 대리모를 통한 출산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지 않은바, 대상판결은 정면으로 대리모 출생아의 모(母)의 결정기준 및 대리모계약의 효력에 관해 판단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은 우리 민법상 모자관계의 결정기준인‘모의 출산사실’이 대리모 출산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므로 대리모(사안의 丙)가 아이의 친모이고, 정자나 난자를 제공한 사람(사안의 甲과 乙)은 민법상‘친양자 입양’을 통하여 법적 친자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아울러 甲은 혼외자인 丙을 인지함으로써 법적 부자관계를 형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리모계약의 효력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나,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음을 감안한다면, 대리모계약을 무효로 보아 이를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함으로써 대리모계약에 의해 태어난 자녀의 복리가 저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전향적인 접근의 입법을 통해 대리모계약의 허용범위와 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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