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정 변호사(법무법인 동률)>
I. 들어가며
안녕하십니까. 김용정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의미 및 정당행위의 성립요건 등과 관련하여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II. 사실관계
甲은 2019. 10. 9. 여의도 각 동 1층 게시판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甲의 승인 없이 동대표들이 관리소장과 함께 게시한 ‘2019. 10. 입주자대표회의 소집공고문’을 뜯어내 제거하였다.
III.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가.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피고인으로서는 별도 공고문을 부착하는 등 다른 수단을 활용할 수 있었고, 입주자대표회의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통하여 그 결의의 하자를 다툴 수 있었으며, 공고문 부착 여부가 관리주체의 권한이어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고문을 제거할 권한이 없었던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을 뜯어내 제거한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6761 판결 등 참조). 한편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 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규약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장이 소집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입주자대표회의 소집공고문 역시 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게시되어야 하는 점, 이 사건 공고문이 계속 게시되고 이를 방치할 경우 적법한 소집권자가 작성한 진정한 공고문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를 신뢰한 동대표들이 해당 일시의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던 점, 게시판의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이 이 사건 공고문을 게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소집절차의 하자가 치유되지 않는 점, 피고인이 위 공고문을 발견한 날은 공휴일 야간이었고 그 다음 날이 위 공고문에서 정한 입주자대표회의가 개최되는 당일이어서 시기적으로 달리 적절한 방안을 찾기 어려웠던 점, 피고인이 게시판의 관리주체이자 적대적 입장을 취한 관리소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이 사건 공고문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반박 글을 게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절차적 위법성 시비를 야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경우 입주민들과 동대표들에게 큰 혼란과 불신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사태 해결책으로 선뜻 생각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이 정당한 소집권자인 회장의 동의나 승인 없이 위법하게 게시된 이 사건 공고문을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손괴한 조치는 그에 선행하는 위법한 공고문 작성 및 게시에 따른 위법상태의 구체적 실현이 임박한 상황 하에 그 행위의 효과가 귀속되는 주체의 적법한 대표자 자격에서 그 위법성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나아가 이는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하여 입주자 및 사용자의 보호와 그 주거생활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의 대표자로서 공동주택의 질서유지 및 입주자 등에 대한 피해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지나지 아니한다고도 볼 수 있다.
(3)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소집절차 및 소집권자에 관한 관리규약의 내용, 이 사건 공고문의 작성 경위 및 그 표시된 내용, 입주자대표회의의 적법한 소집행위로 볼 수 있는지 등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의 손괴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사정과 그 행위의 사회상규 위배 여부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IV. 대상판결에 대하여
가. 형법 제20조에서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 대상판결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의미, 정당행위의 성립요건 그리고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의 의미를 밝혔습니다. 대상판결은 구체적 사안을 통해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대해서 상술하였는바, 관련 법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일독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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