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체계 재정립 소고”
▲최창호 변호사 |
수사권 조정이라는 명칭 하에 이루어진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은 원래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으나, 패스트트랙으로 가면서 그대로 입법이 되었고, 경찰이 제공한 오자가 법안에도 그대로 기재된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소위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부실과 수사의 지연으로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형사사법 절차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모든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언급하고 있다. 사람이 한평생을 사는 동안 수사기관에 거의 갈 일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은 모르지만,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지대하게 느끼고 있다. 단순히 일반 국민에 대한 실태조사로 밝혀질 일이 아니고,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충실하게 경청하여야 한다. 말로는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 된다고 립서비스를 하지만, 고쳐진 것은 없고, 점점 악순환이 지속된다. 문제가 발생할 것이 명약관화함에도 사후에 수정할 수 있다는 주장은 비상식적인 말이다. 더구나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이는 입법하겠다고 하면서, 정치적 목적에 경도되어, 기본적인 제도의 운영에 대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는 입법을 하겠다는 태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현 제도 하에서 검찰과 경찰의 의견이 다른 경우에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건, 재수사를 요청하더라도 검사의 의견이 정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결 방안이 사실상 없다. 지휘를 받는 것이 아니라 대등 기관인데, 경찰 입장에서는 왜 검찰의 말을 따라야 하는가 하는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경찰이 수사중지 사건이라고 하여 검찰의 기소중지, 참고인중지와 유사한 처분을 하는데, 수사중지 사건의 적정 처리 내용은 기록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검찰에서는 대검 또는 고검 감사에서 기소중지 및 참고인중지 사건의 적정 여부를 깊이 있게 감사하고 있다.
경찰이 1차적 종결권을 가지는 것에 대하여 전문가 집단의 의견은 부정적이다. 전건 송치를 통하여 검사가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건 송치 후 필요한 경우 보완 수사를 검사가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시 경찰에 보완 수사 내지 재수사를 하도록 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사건의 지연 처리에 대한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미 송치하거나 송부한 사건을 다시 수사하려고 하면 짜증이 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수사기관 담당자는 누구나 싱싱한 사건을 처리하여 이름을 떨치고 싶어 하는 공명심을 가진 사람이 많다. 이미 김장 김치의 배추처럼 숨이 죽어 있는 사건을 담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국수위를 설치하여 수사기관 사이의 조정을 하겠다는 것도 언어도단이다. 5공 시절의 관계기관 대책 회의도 아니고, 실패할 것이 분명한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같이 모든 수사기관이 이름을 떨치기 위하여 서로 덤벼드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서로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책임을 미루는 사건이 대부분이다.
고소 사건의 처리 지연으로 인한 문제는 사실상 실태 파악 자체가 어렵다. 검찰의 KICS 시스템에 의하면 보완 수사 요구나 재수사 요청을 하면 사건 번호가 종결로 처리되므로, 사건의 추적이 쉽지 않다. 따라서 고소사건의 처리가 얼마나 지연되었는지 여부를 통계적으로 추적하는 것은 곤란하다. 피부로 느끼는 것을 수치로 표시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검찰의 입장에서도 승진에서 발탁되지 못한 검사에게 불송치 송부 기록의 검토를 담당하게 한다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고사하고, 사건이 암장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한 검찰과 경찰의 의견이 다른 경우에 해당 관서의 장이 협의한다는 것은 실무상 상정하기 어렵다. 이례적인 사례가 아니면, 실제로 협의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고, 당연히 통계자료가 없다. 특히 초동수사를 담당한 수사관에 대한 징계 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기관 간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 검사들에게 물어보면 경찰이 검사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 및 반응을 보인다. 오히려 왜 그런 질문을 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나타낸다.
아무쪼록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제도 개편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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