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앤피뉴스=마성배 기자] 디지털 성범죄와 각종 사이버범죄 수사 과정에서 전자증거가 삭제되거나 변경돼 수사에 차질을 빚던 문제를 해소할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전자증거의 멸실과 변경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전자증거 보전요청 제도’를 도입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검사가 직권으로,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전자증거 보전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전요청을 받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전자증거에 대해 즉시 보전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를 검사나 사법경찰관에게 통보해야 한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증거 멸실 우려 등으로 검사에게 보전 신청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보전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즉시 검사의 승인을 받도록 절차적 통제 장치도 함께 마련됐다.
그동안 현행 형사절차에는 전자증거의 소멸을 사전에 막는 제도가 없어,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디지털 증거가 삭제되거나 변경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특히 해외 플랫폼이나 국외 서버에 보관된 전자증거가 늘어나면서, 증거 확보 이전에 자료가 사라지는 문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제도 도입으로 국내외 플랫폼에 단기간만 보관되는 로그 기록 등 전자정보가 일시적으로 보전될 수 있게 되면서, 온라인 단체방을 매개로 한 디지털 성범죄, 금융상품 리딩방 사기, 개인정보 침해와 각종 해킹 사건 수사에서 증거 확보의 실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전자증거 보전요청 제도는 말 그대로 증거의 ‘보전’에 한정되며, 실제 증거 취득을 위해서는 압수영장 발부 등 기존 형사절차에 따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이번 개정은 국제 공조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라는 의미도 함께 갖는다. 법무부는 2022년 10월 유럽평의회에 ‘부다페스트 사이버범죄 협약’ 가입 의향서를 제출한 뒤, 2023년 2월 공식 가입 초청을 받은 이후 협약 이행을 위한 관련 입법과 절차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부다페스트 사이버범죄 협약은 2001년 11월 유럽평의회에서 채택된 세계 최초의 사이버범죄 국제협약으로, 현재 미국·일본·호주 등 비회원국을 포함해 총 81개국이 가입해 있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협약 이행을 위한 핵심 제도가 완비돼, 우리나라의 협약 가입 절차 역시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협약 가입이 완료될 경우, 우리나라는 해외 플랫폼에 보관된 전자증거를 형사사법공조 절차를 통해 보다 신속하게 보전·확보할 수 있어, 국경을 넘는 사이버범죄에 대한 대응 역량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 통과로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해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에 보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국민을 사이버범죄로부터 보호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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