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 : 외교관’ 최연소 합격으로 이루다
“자신을 믿고 꾸준히 나아간다면 분명 좋은 결과 있을 것”

언제나 ‘최연소’, ‘최고령’ 등의 타이틀에는 “어떻게 그 나이에” 하는 감탄사가 수식어처럼 따라다닌다. 동시에 우려와 시기도 따른다. “그 나이에 잘 할 수 있을까?” 등의 시선 말이다.
따라서 이들에겐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크다. 더욱이 외교관이라는 직업은 실력과 사명감을 갖고 있어야 하는 ‘멀티플레이어’ 그 자체로, 하나의 종목으로도 국가대표가 되기 어려운데 ‘국가대표 멀리플레이어’라니 외교관의 역할과 사명감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올해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종합격자가 지난 10일 발표된 가운데, 최연소 합격자는 모두 5명으로 일반외교 분야의 1995년생(24세) 여성 합격자 4명과 남성 합격자 1명이다. 이에 공무원 신문의 대표적 저널인 고시위크는 최연소 합격자 정형호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김민주 기자 gosiweek@gmail.com
Q.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2019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 합격한 정형호입니다. 파주시 교하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Q. 외교관후보자 선발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
어릴 때부터 외교관을 꿈꿔왔기에 학부 전공도 정치외교학을 선택했습니다. 대학교에서 전공을 깊이 공부하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통일아카데미 등 관련 활동에 참여하면서 외교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확신을 얻어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Q. PSAT 준비 과정
본격적인 시험 진입 이전 대학교 도서관에서 풀어본 2018년도 PSAT 점수가 괜찮았기에 개인적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 1월부터 행정고시 및 입법고시 PSAT 기출문제 10개년 치를 반복적으로 풀이하면서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시간 관리에 익숙해지는데 집중했습니다.
따로 오답노트 같은 것을 만드는 성격이 아니기에, 문제 풀이 후 답을 확인하여 틀린 문제들은 곧바로 다시 풀어보고 이해되지 않으면 그냥 넘겼습니다. 이는 PSAT이 반드시 모든 문제들을 맞혀야 하는 시험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선을 넘기면 되는 시험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입니다. 즉 반복해서 풀이해도 어려운 문제는 실전에서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없는 유형이라 판단해 과감히 넘기고, 대신 계산 착오나 단어 혼동 등의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데 집중했습니다. 예컨대 문제 풀이에 앞서 ‘옳은 것’ 혹은 ‘옳지 않은 것’ 중 어느 것을 묻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한 문제를 풀 때마다 답안지에 마킹하는 습관을 들여 시간 부족에 따른 조급함을 줄이고 답안 밀려쓰기를 방지했습니다.
Q. PSAT 공부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자료해석 과목에서 시간 관리 및 계산 실수 문제가 가장 까다로웠습니다. 본래 수학이나 암산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대학수학능력평가를 비롯한 실제 시험에서는 긴장한 나머지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오류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료해석 과목은 시험에 적합한 기술적 능력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따로 석치수 강사님의 모의고사를 구해 추가적으로 대비하였습니다. 행정고시 기출문제에 비해 입법고시 기출문제 및 석치수 강사님의 모의고사의 난이도가 훨씬 높았기 때문에 계산이 어려운 문제에 침착하게 대처하고 실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2차 시험 준비 과정
저는 2018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준비했기에 2차 시험 세 과목의 모든 순환을 거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전공인 국제정치학은 미루어두고, 이전에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아 백지상태였던 경제학과 국제법을 공부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첫째, 경제학은 황종휴 강사님의 경제학 및 국제경제학 예비순환, 1순환, 3순환을 차례대로 수강했습니다. 경제학에 완전히 무지했기에 초기에는 여러모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각 순환을 거치면서 점차 시야가 트이는 느낌을 받고 경제학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습니다. 미시경제학은 계산 연습, 거시경제학은 그래프 도해를 중심으로 꾸준히 문제를 풀이하면서 경제학적 사고에 익숙해지는데 집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차 시험 직전에 이르러서는 경제학을 가장 자신 있는 과목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둘째, 국제법은 김대순 교수님의 「국제법론」과 정인섭 교수님의 「신국제법강의」를 혼자 읽고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국제법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랐기에 일단은 판례를 중심으로 국제법 전반에 친숙해지는데 집중했습니다. 이후 이종훈 변호사님의 1순환과 3순환 강의를 차례로 수강하면서 수험 적합적인 공부에 적응했습니다. 국제법은 국제경제법까지 포함해 워낙 분량이 방대하기에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회독수를 늘려가면서 반복 암기에 집중했습니다.
셋째, 국제정치학은 대학교 전공과목으로 충분히 배웠다고 판단해 따로 강의를 수강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이근욱 교수님의 「왈츠 이후」, 박건영 교수님의 「국제관계사」, 윤영관 교수님의 「외교의 시대」 등 크게 이론·역사·정책 세 분야의 주요 국제정치학 서적들을 읽고 정리하면서 기반을 다졌습니다. 이후 정원준 강사님의 2순환 논문집 및 3순환 모의고사를 구해 2차 시험에 적합한 답안 작성을 연습했습니다.
Q. 어려웠던 과목과 그 대책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준비하기 전에는 경제학과 국제법을 전혀 접하지 못했는데, 그 중에서도 국제법은 압도적인 분량 덕에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기존에 많이 공부했던 국제정치학이나 문제풀이가 비교적 명확한 경제학과 달리, 국제법은 법적 사고를 기반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생소해 가장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점점 공부를 심화할수록 국제법은 성실함이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과목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꾸준함을 기반으로 회독수를 늘려가면서 끈기 있게 국제법을 공부했습니다. 특히 저는 국제법 판례들이 매우 흥미로웠기에 개념과 판례를 지속적으로 같이 보면서 연계하고자 했습니다.
Q. 2차 시험에 임박하여서는 어떻게 학습했나요?
저는 글씨가 나쁘고 정리에 소홀해 일일이 서브노트를 만들기에는 스스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차 시험이 나흘간 치러지는 만큼, 각 과목을 반드시 하루 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봐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공부하면서 과목별로 어려웠던 개념이나 이론 등을 따로 모아두고 2차 시험 준비 막바지에 차례대로 정리했습니다. 경제학은 A4 용지에 직접 개념과 그래프를 도해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국제법은 이종훈 변호사님의 「수험국제법」 및 「국제경제법기본서」를 제 나름대로 목차화하여 시험 전날과 당일에도 짧은 시간 내에 기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준비하였습니다. 국제정치학은 노트북으로 외교사를 연도별로 정리하고 주요 이론과 현안을 짧은 문장과 키워드로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Q. 면접 준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의 3차 면접시험은 전통적으로 모든 2차 합격자들이 모여 함께 스터디를 진행합니다. 올해에도 일반외교·지역외교·외교전문 직렬의 2차 합격자들이 모여 다 같이 면접시험에 대비했습니다. 익숙지 않은 면접 형식을 함께 알아보고 조별로 자료조사를 하는 등 뛰어난 분들과 협력하면서 3주 동안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실제 면접시험은 스터디에서 준비한 형식과 동일하게 치러졌기에 스터디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면접시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이 외교관의 지식을 증명하는 관문이라면, 3차 면접은 외교관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표현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스터디를 통해 면접 형식에 익숙해져서 실제 면접에서 당황하지 않고 여유 있게 대처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며, 또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말씀해 주세요.
제게 가장 큰 문제는 수면 패턴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잠이 많고 새벽 늦게까지 빈둥대는 일이 잦아 생활 리듬이 불규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집에서 공부했기에 스스로 생활 습관을 관리하기 어려웠고, 한때는 새벽 4시에 취침해 12시에야 기상하곤 했습니다. 이에 해이하거나 나태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하였지만, 실제 공부시간을 측정해보니 평균 7시간 정도 집중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제 자신에게 맞는 수면 패턴이라 판단하고 부담을 덜었습니다. 즉 하루에 필요한 공부시간만 적절히 확보된다면 일반적인 고시생의 일과에 자신의 생활 패턴을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외교관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한마디.
본격적으로 시험에 진입하지 않은 분들은 관련 정보를 모으면서 차근차근 시험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시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깊이 공부하고 고민한 것이 실제 시험에서 큰 도움이 되었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경제학이나 국제법 등 관련 과목을 미리 공부하거나 접해보신다면 두려움을 없애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저는 1차 시험 응시에 필요한 한국사 자격증과 제2외국어 점수를 미리 구비하지 않고 본격적인 시험 진입 후에야 마련했는데, 그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시험에 진입해 열심히 공부하고 계신 분들은 자신감을 갖고 지치지 않으시길 응원합니다. 저 역시 시험 합격 이전이나 이후에나 여러분과 별반 다르지 않은 한 사람일 뿐이므로, 여러분도 스스로를 믿고 꾸준히 노력하신다면 분명 성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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