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이경(2019년 5급 공채 국제통상직 최고득점자)
말도 안되는 실수로 날린 1년, 그리고 최고득점...“비 온 뒤 땅은 더 굳는다”
강도 높은 긴장 속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의 경우 실전에서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곤 한다. 평소에는 상상도 못했던 실수들이 이상하게 시험 당일에는 나타난다.그런데 이 실수가 그저 ‘실수’로 끝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앞에서 찰나의 실수가 시험 전체를 망친다고 생각하면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 것은 사실 굉장히 힘든 일이다.올해 5급 공채 국제통상직에 수석 합격한 윤이경 씨는 지난해 2차 시험에서 시험 시간을 착각해 4일차부터 응시하지 못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 누구의 탓이 아닌 본인의 실수였기 때문에 다시 도전하기까지는 더욱 괴로웠을 것이다. 윤이경 씨는 “부모님께 너무나 죄송했고 무엇보다 인생을 건 시험에서 말도 안되는 실수로 1년을 날렸다는 생각에 많이 스스로 많이 부끄럽고 괴로웠다”라며 다시 시험을 준비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고 밝혔다.그러나 ‘비 온 뒤 땅이 더 굳는다’는 말이 있듯이 그러한 실수가 있었기에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말도 안되는 실수 후 받게 된 수석 합격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윤이경 씨. 이에 공무원 신문의 대표적 저널인 고시위크는 윤이경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김민주 기자 gosiweek@gmail.com
Q 본인 소개 및 최고득점 소감
안녕하십니까. 이번 5급 공채 국제통상직렬에 지원하여 최종 합격한 윤이경입니다. 2차와 3차 발표 전에 항상 ‘떨어진다면 다시 이 공부를 할 것인가? 한다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어느 정도 계획을 세워야 불합격이라는 결과가 닥쳤을 때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보니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얼떨떨한 기분입니다.
Q 시험을 준비하게 된 동기와 국제통상직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떤 직업이든 근무하다 보면 분명 회의감이 드는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내가 하는 일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런 시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기획하고 추진한 일이 공익에 보탬이 된다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 같기에 행시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국제통상직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중고교 재학시절 해외거주 경험 덕에 국제적인 업무에 줄곧 관심이 있었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협상이라는 분야에 큰 매력을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Q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며, 또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말씀해 주세요.
작년 2차 시험에서 시험시간을 착각하여 4일차부터 응시하지 못해서 불합격한 것이 가장 힘들었던 기억입니다. 부모님께 너무나 죄송했고 무엇보다 인생을 건 시험에서 말도 안되는 실수로 1년을 날렸다는 생각에 많이 스스로 많이 부끄럽고 괴로웠습니다.
당시에는 제 자신에게 너무 실망한 나머지 공부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선생님께서 붙잡아주었고 부모님께서도 질책보다는 믿음으로 감싸주셨습니다. 덕분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경제학 1순 실강 조교에 지원하여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다만 멘탈이 많이 무너져 있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공부하지는 못했고 억지로라도 책보는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고 2차 결과가 나왔을 때 응시한 3과목의 점수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기에 한 해 더 공부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Q PSAT 준비 과정과 본인만의 PSAT 공부방법이 있다면?
저는 피셋형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1월, 2월에는 피셋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시중 모의고사 한 세트를 하루 동안 풀고 다음 날은 스터디원과 모든 문제를 리뷰했습니다. 그러면서 놓친 부분이나 각자의 풀이법을 공유하였습니다. 또한 자주 보이는 오답유형별로 틀린 문제를 분류해서 링으로 묶어 모의고사와 실제 시험 시작 전에 훑어서 같은 실수의 반복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Q 2차 시험 준비 과정
각 과목별 특징마다 구체적인 공부법이 다를 것이고 시기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것인지도 상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강의 공부내용을 말씀드리면, 행정법의 경우 3순환 동안 거의 매일 핸드북 암기스터디에 참여했고 모의고사와 부록 문제로 답안을 쓰거나 목차를 잡는 스터디도 오전에 병행하였습니다. 특히 각론 부분에서는 판례집을 통해 최신 판례와 관련 법리를 익히고자 노력했습니다.
국제경제학의 경우 문제풀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연습책과 실전문제집을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포스트잇을 색깔을 달리하여 ▲문제에서 힌트얻는 경우 ▲좋은 목차 ▲공식처럼 적어줄 수식 ▲가장 잘 쓰일 것 같은 그래프 ▲심화문제 등 분류를 지정해서 해당되는 페이지에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문제집을 다시 풀 때 그 점을 집중해서 보았습니다.
단권화를 할 때나 궁금했던 부분을 찾을 때도 도움이 되었던 방법으로 기억합니다. 단권화는 트리니티에 수업에서 배부되는 자료와 보충 필기를 추가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또한 시험 직전 회독수를 늘리고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기 위해서 단원마다 목차만을 적은 리마인드용 페이퍼를 만들었습니다. 그 페이퍼를 보고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 부분은 다시 책을 찾아보고 자주 빠뜨리고 실수하는 부분을 작게 필기하거나 표시했습니다.
중국어와 영어의 경우 뉴스와 칼럼 등에서 좋은 표현을 찾아서 정리하고 통째로 암기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중국어는 환구시보와 같은 신문의 국제 부분, 신문잡지 ‘독자’를 주로 보았고, 영어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개인과외를 꾸준히 받았기에 수업에서 제공되는 글을 주로 보았습니다.
국제법은 답안스터디를 꾸준히 해오다가 올해부터는 답안지 특강으로 갈음하고 서브노트를 만드는데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다만 서브노트의 내용은 마치 약술형 문제에 답하듯이 구성하여서 시험 직전에 활용도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미세먼지, 한-일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등 주요 쟁점은 별도로 예상되는 목차구성과 주요 내용을 정리해서 서브노트에 추가하였습니다.
과목별 시간배분의 경우 작년과 올해 모두 3순환 시기에는 매일 3과목 이상 보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중국어를 주 2회로 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Q 취약했던 과목은 무엇이며, 어떻게 보완하였나요?
제가 올해 시험 직전까지 힘들어했던 과목은 영어였기 때문에 영어를 중요과목으로 삼았습니다. 언어 실력이 단기간에 향상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문법 실수를 줄이고, 단순하더라도 영어스러운 표현을 쓰도록 노력했습니다. 다른 합격자 분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점수이지만 목표한 점수대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면접 준비 과정과 면접시 기억에 남는 질문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국제통상직렬은 직렬별 2차 합격자들이 모여서 함께 스터디를 진행합니다. 매년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올해는 오후에는 인성 혹은 직무역량면접을, 저녁에는 집단토의면접을 준비했습니다. 각 스터디원이 서로의 면접관이 되어 질의응답을 주고 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국내정책 일반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 및 배경지식이 부족한 편이었기 때문에 희망부처의 업무보고서와 100대 국정과제를 참고해서 배경지식을 넓히고자 했습니다. 그렇지만 정책 결정·집행 과정의 전반적인 절차나 기본 원리를 이해했다면 실제 면접에서 보다 좋은 대답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인성면접은 예상질문 리스트에 근거해서 제 경험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거쳐서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서 대답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했습니다.
면접질문 중에서는 “법령을 개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기억이 납니다. 막연하게 법령개정이라는 개념만 알고 있었지 실제로 이를 추진할 때 어떤 작업들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고민하지 못했기에 많이 당황했고 또 이것도 모르는 내가 사무관이 될 자질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공직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 만큼 부족한 점을 계속 개선해 나가면서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Q 5급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작년의 저처럼 수험생께서도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분명 한두 번쯤 견디기 어려운 시간을 겪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목표하는 바를 향해 끝까지 달리신다면 분명 해뜰 날이 올 것이니 조금만 더 힘을 내시라는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
우선 그동안 공부 핑계로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한 가족들,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시하느라 대학시절을 잘 보내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쉬웠기 때문에 마지막 학기를 즐겁게, 충실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영어와 중국어 실력도 향상시키고 싶습니다.
*감사 인사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신 부모님과 친지분들 친구들과 선후배,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앞으로 매사에 겸손하고 열정적으로 맡은 일에 임하는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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