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낙준 변호사의 사건기록] 재단법인 이사 모두가 임기 만료로 퇴임한 경우 후임 이사를 선출하는 방법
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최낙준 변호사입니다. 재단법인 이사회의 의사·의결정족수 흠결 유무가 쟁점이었던 사건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사건 법인은 이사회의 이사 정수에 결원이 생겨 조속히 새로운 이사들을 선임해야 했는데, 법인 정관규정(의사, 의결정족수에 관한 규정)을 고려할 때 어떤 방법으로 이사들을 선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 문제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민법 소정의 법인은 물론이고 주식회사, 종중의 경우, 이사회 또는 총회의 결의 내용에 반대하는 측이 결의 무효를 주장하기 위해 우선 검토하는 사유가 의사·의결정족수 흠결 유무입니다. 이렇듯 정족수 문제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 사건은 일반적인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의사·의결정족수 해석 문제와 함께 이사 결원시 추가 이사 선임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례라고 보여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 구체적 사실관계
이 사건 재단법인의 정관은 이사의 정수에 관하여 대표권 있는 이사(이사장)를 포함하여 모두 6인 이상, 임기는 3년으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설립 당시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6인으로 설립·등기되었다가, 추가로 이사가 선임되면서 법인 이사는 총 10인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이사 중 일부의 사임, 임기만료에 의한 퇴임, 신규 선임 등의 사유가 발생하여 법인의 이사는 총 9인이 잔존하였는데, 이사 9인 중 이사 6인은 적법한 이사회 선임결의 없이 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소송절차를 거쳐 내려진 확정판결에 터잡아 소위 비결의 이사들의 취임등기는 말소등기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법인의 잔존 이사는 정관이 규정하고 있는 이사 정수 6인에 미달하는 3인으로 줄어들었으나, 위 잔존이사도 정관 소정의 이사 임기 3년이 이미 만료된 상태가 되었습니다.
법인은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시급히 정관 규정에 따라 6인의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건 법인의 정관 제5조는 「법인은 이사 6인 이상을 둔다.」, 제10조는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는 규정하고 있는데, 필자 사무실은 위 정관규정을 근거로 ‘임시이사 선임’ 없이 잔존이사만으로 적법한 새로운 이사 선임이 가능하다고 보고, 이에 따른 절차 진행을 조언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인은 긴급사무처리권이 있는 3인의 잔존(재적)이사에게 이사회 소집을 통지하였고, 위 재적이사 3인 중 2인의 출석한 이사회에서 출석이사 전원 찬성으로 신규이사를 선출하였습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친 법인은 관할 등기소에 ‘법인이사 변경등기’를 신청하였으나 등기소가 각하결정을 하였고, 법인은 법원에 등기소의 각하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한 사건이었습니다.
3. 임시이사 선임 여부
이 사건 법인은 잔존이사 3인이 임기가 만료한 상태였으므로, 임시이사를 선임하여 이사정족수(6인 이상)를 충족한 상태에서 새로운 이사를 선출하는 방법도 가능하였습니다.
민법 제63조는 이사가 없거나 결원이 있는 경우 이로 인하여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임시이사를 선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인 역시 임시이사 선임 후 새로운 이사를 선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법인은 말소등기가 된 ‘비결의 이사들’이 법인 밖에서 법인 업무를 지속적인 방해하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새로운 이사 선출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임시이사 선임’은 그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임시이사를 선임하더라도 새로운 이사 선임 절차가 수월하다고 보장할 수 없어, ‘임시이사 선임’ 방법을 선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4. 잔존이사 3인에게 긴급사무처리권이 있는지 여부
만약 임기가 만료된 잔존이사 3인에게 긴급사무처리권이 있다면, ‘임시이사 선임’ 없이 잔존이사 3인만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법인에게 더 적절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 법인처럼 이사나 후임이사가 없는 경우 ‘수임인의 긴급사무처리에 관한 민법 제691조’를 유추적용 하여, 임기 만료한 이사가 종전 사무를 계속 처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역시 “학교법인의 이사 전원 또는 그 일부의 임기가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임이사를 선임하지 않았거나 또는 그 후임이사를 선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선임결의가 무효이고 임기가 만료되지 아니한 다른 이사나 감사만으로는 정상적인 학교법인의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 임기가 만료된 구 이사로 하여금 학교법인의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691조를 유추하여 구 이사에게는 후임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계속하여 수행할 긴급처리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며, 학교법인의 경우 민법상 재단법인과 마찬가지로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은 이사회에 있으므로, 임기가 만료된 이사들의 참여 없이 후임 정식이사들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임기가 만료된 이사들로서는 위 긴급처리권에 의하여 후임 정식이사들을 선임할 권한도 보유하게 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5. 이 사건 법인 정관에 따르면 이사 정수는 6인 이상 인데, 현재 긴급사무처리권을 가지는 이사 3인만으로 새로운 이사 선출이 가능한지 여부
이 사건 법인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합니다. 이 사건 법인의 재적이사는 긴급사무처리권을 가지는 잔존이사 3인만 존재하므로, 의사정족수는 위 이사 3인의 과반수 출석, 의결정족수는 출석 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3인의 잔존(재적)이사 중 2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출석이사 전원 찬성으로 신규 이사를 선출·선임하였고, 이 사건 법인은 위 이사회 결의를 근거로 관할 등기소에 법인이사 변경등기를 신청하였습니다.
하지만, 관할 등기소는 위 변경등기 신청을 각하하였습니다. 그 근거는 이 사건 법인 정관에는 「법인은 이사 6인 이상을 둔다.」,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는 규정하고 있고, 위 ‘재적이사 과반수 출석’에서 ‘재적이사’라 함은 정관상 이사정족수인 이사 6인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이 사건 법인 이사회에는 이사정족수인 이사 6인 중 최소 3인의 이사가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는데, 이 사건 이사회에는 이사 2인만이 출석했으므로 의사정족수는 물론 의결정족수에도 흠결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필자 사무실은 이 사건 법인을 대리하여 법원에 위 등기소의 각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면서 “법인 이사의 정관 소정의 정수는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수시로 증감이 이루어지는 것임이 당연하고, 이에 따라 이사 총수의 증감이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사회 개의 당시 재임(재적)하는 이사를 기준으로 하여 그 정족수의 충족여부를 가려야 하는 것이며, 결코 재임과 무관한 이사 정수를 기준으로 하여 정족수의 충족여부를 가릴 것이 아님이 논리 및 경험칙에 부합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재적이사 과반수인 2인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이사 2인 전원이 찬성하여 법인 정관 규정에 의한 의결성립정족수를 충족하였다.”라고 보고 등기소의 각하결정을 취소하고 등기실행을 명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후 법인은 법인이사 변경등기를 마치고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6. 마무리하며
자문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여러 방안 중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찾느라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필자 사무실은 법인의 상황을 고려할 때 ‘임시이사 선임’ 방법 대신 ‘잔존하는 재적이사들의 결의’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등기소가 법인의 이사변경등기 신청에 대해 각하결정 하는 바람에 예상과 달리 법원에 이의신청까지 했고, 법원의 취소결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최적의 방안일지라도 이를 실현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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