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차인인 종전 임대인에게 전세계약 연장 의사 밝혔다면 실거주 목적 새주인도 계약갱신 거절 못해
1. 들어가며
안녕하십니까? 강동호 변호사입니다.
최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인하여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신설이 있었는데, 그 적용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되는지 명확한 법률이나 확립된 판례가 없어서 불명확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임차인이 기존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 갱신 의사를 밝혔다면 이후 이 주택을 매수한 새로운 소유자가 실거주를 하겠다고 해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없다는 1심 법원 판결(수원지방법원 2021. 3. 11. 선고 2020가단569230)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 관련 법규
우선 이와 관련한 법규는 아래와 같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계약갱신 요구 등) ① 제6조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제6조제1항 전단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8.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위와 같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인이나 임대인의 직계존속ㆍ직계비속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가 제한됨을 규정하고 있지만, 주택의 새로운 소유자와 임차인과의 관계에 대해선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개정되기 전의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더라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를 받고 전입신고 등 주민등록을 마친 경우 임차인은 주택에 대하여 대항력을 취득하고, 그 이후 임차주택을 양수한 사람은 종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되기 때문에(주택임대차보호법 제1항 및 제3조 제4항)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종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주택의 새로운 소유자에 대하여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3. 최신 1심 법원의 판결 및 사실관계
사안의 개요
1. 기초 사실
가. 피고(임차인)는 2019. 2. 19. 소외 1, 소외 2(임대인)로부터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을 임대차보증금 305,000,000원, 기간 2019. 2. 22.부터 2021. 2. 21.까지로 정하여 임차했습니다.
나. 원고들(새로운 소유자)은 2020. 8. 11. 소외 1, 소외 2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20. 11. 12. 위 부동산 중 각 1/2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다. 피고는 2020. 9. 20. 소외 1, 소외 2 측에게 ‘알아보니 전세계약갱신청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전세계약 연장했으면 한다.’고 문자를 보냈고, 소외 1, 소외 2 측은 ‘매매계약이 되어서... 새 주인과의 관계이다. 매수인이 세입자분이 안 나간다고 하니 많이 당황스러워한다. 아까 말한 대로 계약 체결하고 저녁에 전화드릴 때 만기 전에 집을 알아보신다고 하셔서 나가시는 줄 알고 있었는데, 매수인이 꼭 이사 오셔야 하는 형편인가 보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고 답문을 보냈습니다. 이에 피고는 다시 ‘사정은 이해하지만 저희도 사정이 아주 어렵다. 그래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다.’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라. 원고들은 2020. 10. 23. 및 같은 해 11. 13. 피고에게 ‘피고가 임대차기간 만기가 되면 이사할 것이라는 의사를 통지하였고, 원고들이 실제 거주할 것이므로 피고의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한다.’는 취지로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2.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가.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원고들은 실거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임을 반복하여 고지하였고, 피고가 임대차 계약기간 만료 이후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이사를 갈 것이라는 의사를 표시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이를 신뢰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것입니다.
나. 이후 피고가 의사를 번복하여 계약갱신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들은 이 사건 부동산에 실제 거주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들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라고 주장하며 ‘피고는 2021. 2. 21.이 도래하면 원고들로부터 305,000,000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들에게 이 사건 주택을 인도하라’며 피고를 상대로 건물인도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피고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기로 전 임대인 내지 원고들과 합의하였는지 여부
법원은,
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신설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2020. 7. 31. 에 시행되었고 해당 조항은 동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위 법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되는 점,
나. 원고들의 매매계약 체결일은 2020. 8. 11. 로 위 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피고의 계약갱신요구가 가능한 시기 이전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가 자신이 계약갱신요구권을 취득하여 행사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도 계약만료일에 퇴거하기로 상대방과 합의하여 원고들에게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으며, 또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사전 약정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이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의해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 원고들이 피고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은,
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계약갱신요구권의 도입취지가 임차인이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안정적으로 연장하여 임차인의 주거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인 점,
나.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의 법적 성격이 임차인이 갱신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바로 그 효과가 발생하는 형성권인 점,
다. 임대인의 계약갱신 거절 사유 중 임대인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사유(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는 임차인 측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임대인의 주관적 사유에 해당하는 점,
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이후 임차목적물이 양도되어 그 양수인이 실제 거주를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있다고 한다면 주거권 강화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 사유가 퇴색하게 되므로 실제 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 가능 여부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 점
등을 근거로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여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규정한 것은 임차인이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안정적으로 연장하여 임차인의 주거권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데 그 도입 취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 갱신요구권에 대한 임대인의 거절사유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한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합니다.
특히 가장 빈번하게 주장되는 거절사유가 바로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것인 바, 이는 임차인이 예측하기 어려운 주관적인 사유에 해당하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여 위 거절사유를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에 대한 관계까지 확대해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것을 밝혔다는 것에 대상판결의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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