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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군필적(東萊君筆蹟) |
[피앤피뉴스=마성배 기자] 조선 초기 문신 정난종(鄭蘭宗, 1433~1489)의 숨겨졌던 필적이 복원되며, 500여 년 전 사라졌던 역사적 기록이 다시 세상에 드러났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김낙년)은 정난종의 서예작품 「동래군필적(東萊君筆蹟)」을 통해 조선 전기 문신 이보정(李補丁, 1393~1456)의 신도비 글귀를 복원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고문헌 수집·정리에 집중해 온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고문서연구실의 오랜 연구의 결실이다. 연구진은 2010년 동래 정씨 종가에서 수집한 4,000여 점의 유물을 토대로 2023년 학술대회를 열고, 지난해 정난종의 필적을 수록한 연구서를 간행했다.
「동래군필적」은 정난종이 탁본으로 남긴 이보정의 신도비문으로, 총 14면 분량의 서첩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 신도비의 내용은 지금까지 어떤 금석문 관련 서적이나 사료에도 기록된 바 없으며, 연구진은 정난종과 이보정의 아들 이숭원(李崇元, 1428~1491)이 친분이 깊었던 점을 근거로 정난종이 직접 비문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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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정 신도비 |
실제로 이보정의 신도비는 1481년에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에 건립됐으나, 세월의 흐름 속에 비문이 완전히 훼손돼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정난종이 남긴 탁본 「동래군필적」이 발견됨에 따라, 연안 이씨 후손들은 이를 원문으로 삼아 신도비 재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이번 신도비 재건은 단순한 복원 작업을 넘어, 가문 후손들이 선조에 대한 예를 실천하는 귀중한 계기가 됐다.
오는 29일(토) 오후 2시에는 복원된 신도비의 제막식이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현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는 “고문헌과 유물은 역사적 뿌리를 이어주는 결정적 실마리”라며 “기록을 외면하면 조상의 삶과 정신도 함께 사라진다. 이번 성과는 고문헌이 가진 실질적 역사 복원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의미를 전했다.
한편, 정난종은 조선 세조와 성종 연간에 활동한 문신이자 명필로, 《세조실록》과 《예종실록》 편찬에 참여한 인물이며, 경기도 군포시 속달마을을 중심으로 한 동래 정씨 문중의 중심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번 발견은 그가 남긴 유산의 또 다른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도 되고 있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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