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뉴스편집권 법제화의 문제점 : 국가와 규제의 덫에 걸린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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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뉴스편집권 법제화의 문제점 : 국가와 규제의 덫에 걸린 언론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5-18 14: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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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편집권 법제화의 문제점 : 국가와 규제의 덫에 걸린 언론”




1. 서
 

▲최창호 변호사
언론의 자유와 뉴스편집권의 독립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라 할 것이다. 정치권력과 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오직 진실만을 보도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하여는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최근 언론계 일각과 정치권에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세 가지 방안을 강력히 제시하고 있다. ① 특별법에 기반한 공적 소유구조의 법제화, ② 이사회의 사회적 다양성 확보를 통한 지배구조의 민주화, ③ 보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내부 시스템의 법제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외면상으로는 언론의 공공성을 높이고 내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언론의 본질과 시장의 자율적인 자정능력, 그리고 법치주의의 한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할 것이다. 편집권의 독립을 법이라는 강제적 수단으로 얽어매려는 시도는 결과적으로 언론을 국가 규제의 덫에 가두고, 또 다른 형태의 정치적·정파적 종속을 낳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법은 한 번 제정되면 고정적이고 강제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시장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실시간으로 변하는 것인데, 법률이라는 수단으로 언론을 규제하려고 할 경우에는 소비자의 선택과 경쟁이라는 시장의 역동적인 메커니즘이 가진 자율 정화 기능이 무시될 수밖에 없다. 편향된 언론이 반드시 시장에서 퇴출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 규제보다 독자의 선택과 평판 메커니즘이 언론의 자율성을 덜 침해하는 방식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2. 공적 소유구조 법제화: ‘공적’이라는 이름의 정치적 종속

특별법을 통하여 언론사의 공적 소유구조를 법제화하자는 주장은 지극히 순진한 발상으로 생각된다. 소유구조를 ‘공적’으로 전환하면 자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공익적 보도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믿음은 역사적 경험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우리 사회는 이미 KBS, MBC, 연합뉴스 등 공적 소유구조를 가진 다양한 형태의 공영·공공 언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언론사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극심한 정파성 논란과 사장 선임 갈등에 휩싸였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적 소유구조'는 필연적으로 공적 자금의 투입이나 제도적 특혜를 동반하게 되는데, 이는 곧 국가 권력이나 의회 다수당이 언론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국가 권력에 언론의 운명을 맡기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시장의 감시를 받는 민간 언론보다,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공적 언론이 과연 더 독립적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특별법을 통한 소유구조 규제는 언론의 다양성을 말살하고, 언론을 정치권력의 전장(戰場)으로 만드는 잘못된 선택에 불과하다. 공적 소유구조 자체가 곧바로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지만, 한국 정치 구조의 극단적 대립 현실에서는 정권 개입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3. 이사회 다양성 확보: 사회적 합의 없는 진영 논리의 복제

이사회의 사회적 다양성 확보를 통한 지배구조의 민주화 역시 현실에서는 '진영 논리의 제도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추천 권한을 학계, 시민단체, 직능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으로 분산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는 일응 동의할 내용이 없지 아니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시민사회나 학계, 직능단체들 역시 이미 극단적인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언론사 지배구조에 참여할 자격을 갖춘 '대표성 있는 단체'를 선정하는 기준부터가 극심한 정치적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사회의 다양성 확보라는 명분은 각 정파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민단체나 대리인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려는 '지분 나눠먹기' 경쟁으로 변질될 것이다.

이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출신 집단이나 정파적 이익을 대변하기 시작하면, 언론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뉴스 가치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당의 대리전이 치러지는 정기 국회의 축소판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지배구조의 민주화가 아니라, 지배구조의 사법화와 마비를 부르는 첩경에 해당하게 된다. 정파적 이유로 국회에서 방통위의 2인 체제를 상당 기간 유지하였던 위헌적 사태를 우리는 목도한 바 있다.


4. 내부 시스템 법제화: 편집권의 사법화와 언론 자유의 본질 훼손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편집위원회 설치나 평기자 의견 반영 등 보도 자율성을 보장하는 내부 시스템을 '법제화'하자는 주장이다. 언론사 내부의 자율적 소통 시스템은 권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법률로 강제하는 순간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된다.

언론의 자유는 국가 권력이 언론사 내부의 편성, 편집, 인사, 경영에 개입하지 않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사적 영역인 언론사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와 편집 과정을 법률로 규율하는 것은 과도한 외부 영향력의 개입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만약 내부 시스템을 법제화한다면, 특정 보도를 둘러싼 사내 갈등이 발생했을 때마다 법적 기준 준수 여부를 따지기 위해 사법부가 개입하는 비극이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보도 결과에 대한 사후적 책임 심사를 넘어, 편집 과정 자체에 대한 사전적 법률 통제가 이루어진다면 언론 자유의 본질적 내용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언론사의 경영책임과 편집 책임을 모호하게 만든다. 언론사는 발행인과 편집인이 법적·사회적 책임을 지는 구조다. 내부 시스템의 강제 법제화는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권한만 행사하려는 내부 소수 권력의 등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언론사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헌법상 미디어의 자유는 발행인에게 있고, 언론기업 내에서 기자들의 기능과 활동에 근거하여 기자들에게 내적 자유가 주어지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구 신문법 제3조 제3항이 신문사업자로 하여금 편집인의 자율적인 편집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편집인 또는 기자들에게 독점적으로 ‘편집권’이라는 법적 권리를 부여하였다거나 신문편집의 주체가 편집인 또는 기자들이라는 것을 명시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조항은 기본적으로 선언적인 규정이라고 판시하고 있다(헌재 2006. 6. 29. 2005헌마165 등).


5. 결론: 법의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시장과 독자의 신뢰로

언론의 독립과 뉴스편집권의 자율성은 법률 조문 몇 줄로 강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법 만능주의'는 오히려 법의 이름으로 언론을 통제하려는 과도한 국가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진정한 뉴스편집권의 독립은 법제화된 규제가 아니라, 언론사 내부의 성숙한 저널리즘 윤리와 이를 감시하는 미디어 시장의 매서운 눈을 통해 달성된다고 보아야 한다. 편향된 보도를 일삼는 언론사는 독자와 광고주에게 외면받아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 순리다. 헌법 제21조가 금지하는 검열은 단순한 사전심사뿐 아니라 국가가 언론 내용 형성 과정에 구조적으로 개입하는 경우에도 문제될 소지가 있다.

소유구조와 지배구조, 내부 시스템에 국가가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언론은 독립성을 얻는 것이 아니라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체계의 하부조직으로 전락하게 된다. 언론을 규제와 법제의 틀에 가두려는 모든 시도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강화가 아니라, 언론이 스스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법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율이 숨 쉴 공간'을 넓히는 일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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