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급 공무원 시험과목이 또 한 번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지난 2013년 고졸 수험생들의 공직 진출을 위해 전격 도입된 고교과목(사회, 과학, 수학)이 제도적인 허점을 보이며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9급 공채의 경우 사회와 수학, 과학 등 고교과목 폐지를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며 “고교과목은 당초 도입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합격생들의 전문지식 부재를 초래하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공무원 시험과목 변경은 수험생들에게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2~3년의 유예기간을 둬 기존에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이 같은 시험과목 변경 내용은 곧 발표될 인사혁신 로드맵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고교과목 도입 당시 고졸 수험생들이 법과목 등 전공과목으로 인해 공직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하고, 고교과목과 각 직렬별 전공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묶었다. 하지만 고교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도입되면서 고졸 수험생뿐 아니라 대졸 수험생들도 상대적으로 공부하기 수월한 고교과목을 선택하게 됐고, 또 다시 고졸 수험생들은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고교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선택할 경우 교육행정직과 소방직 등 타 시험도 응시가 가능해 그 수요는 더욱 늘었다.
실제로 본지가 올해 국가직 9급 응시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택과목 설문조사에서 일반행정직 수험생의 36%가 ‘사회’를 선택해 가장 많았다. 이어 행정법총론 34%, 행정학개론 33%, 수학 6%, 과학 4% 순이었다.
또 세무직 합격자의 경우 해를 거듭할수록 전공과목 선택 비중이 낮아졌다. 국회 심재철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급 공채 합격자 중 전공 2과목(세법·회계학)을 모두 선택한 사람은 31.9%였고, 한 과목 이상 선택한 사람은 42.9%였다.
그러나 2016년에는 두 과목 모두 선택한 합격자가 19.9%, 한 과목 이상 선택한 사람이 29.5%로 더 낮아졌다. 즉 지난해의 경우 국가직 9급 세무직 합격자의 70%가 세법·회계 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세무공무원이 된 셈이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당초 전문과목 1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고교과목 폐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고교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정한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더욱 심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너무 잦은 시험과목 변경으로 수험생들만 더욱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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