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제9회 변호사시험 경제법 문제들은 공정거래법과 소비자법 분야에서 그동안 모두 중요한 내용으로 여겨졌던 쟁점들이 출제되었다. 평소 열심히 경제법을 준비한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내용이라 생각된다. 다만, 예상 가능한 문제가 출제되었을 경우에는 사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어렵지 않게 기본적인 논점들을 서술할 수 있을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더욱 논리 정연한 답안과 설문의 내용을 충분히 포섭하여 치밀하게 녹여낼 수 있는 디테일한 서술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서술형 시험은 눈에 보이는 쟁점을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빠짐없이 나열하는 시험이 아니다. 설문에 나타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공정거래법상 위법성 판단의 근거로 제시하여 설득력 있는 논리전개와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둔다.
경제법 제1문의 1.은 관련시장의 주요 경쟁사업자들에 해당하는 갑, 을, 병의 A, B 회사 설립 행위에 대해 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설명하라는 문제였다. 우리 공정거래법 제19조는 “모든” 카르텔을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라, 법문에도 분명히 나타난 바와 같이 “부당한” 공동행위를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유형 중 회사설립행위(법 제19조 제1항 제7호)와 관련된 설문의 내용에서, 배점이 더 높았던 (1)항 문제를 잘 정리했어야 한다. 우선, 갑, 을, 병은 관련시장의 주요 사업자들로 점유율의 합계가 이미 과반을 초과하는 60%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공동행위가 시장에 미치게 될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중하다고 볼 수 있는 수치일 것이다. 그런데, 설문에 나타난 시장의 특수한 현황을 눈여겨 살펴보면, 중간재Y는 전량 C국에서 수입되어 대체가 완전히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 정상적인 예측을 넘어선 돌발상황(대외요건)으로 필수 중간재Y의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 설상가상으로 중간재Y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 개발 소요에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고(높은 진입장벽), 성공가능성 또한 불확실한 고위험 요소 등을 설문이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불안정성 증대로 인해 관련 시장의 전부가 고사할 수도 있는(갑, 을, 병을 제외한 나머지 경쟁사업자들은 군소업체들로 이들이 시장의 근본적 어려움과 환경을 독자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력은 없다고 봐야한다) 예외적 상황으로 판단한다면, 부당한 경쟁제한성의 판단에 있어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특징적인 것은 설문의 공동행위로 인하여 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의 단가가 인하되는 등 가격인하에 따른 소비자후생이 증대한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나타났다는 점과, 이를 통하여 시장점유율이 자연스럽게 증가(소비자후생의 증대에 따른 효과로 점유율 합계가 60%에서 70%로 상향)한 결과는 효율성 증대의 실증적 효과로 들 수 있는 것이다.
공동연구개발 등 설문의 공동행위는 또한 ‘연성카르텔’로 구분할 수 있으므로, 효율성 증대효과와 해외 도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2)항은 단순한 비용절감의 사익추구에 불과한 것으로, 이미 점유율 또한 70%에 이를 정도로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여 사업자들이 누리고 있는 시장에서의 지위 또한 충분히 향상된 상황이었다.
반면 결과적으로 효율성 증대 효과 또한 미비하였고, 무엇보다 유통사업자의 수가 감소하고 추가적 가격인하조차 없었다는 경쟁의 저해 또는 소비자 후생의 악화와 같은 폐해가 발생한 정황만이 나타난다. 이 경우는 부당한 경쟁제한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문제2.는 불공정거래행위의 행위유형과 경쟁제한성의 판단을 묻는 문제였다.
설문에서 분명히 “법 제23조 제1항 제5호 후단” 여부를 논하지 말 것을 요청하였으므로, 섣불리 사업활동방해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설문의 내용에 비추어 영업사원들이 경쟁사업자의 제품을 근거 없이 비방하면서 고객을 유인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이는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할 것이다(필자의 경제법 교재 112쪽 행위 예시). 설문에 나타난 기만 또는 위계로 인하여 바람직한 경쟁질서가 저해된 내용과 그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고객의 구입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문제3.은 갑, 을, 병의 직접적인 가격담합을 예정한 상태에서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보전받기 위한 공정거래법상의 수단을 묻는 문제였다. 손해를 보전 받는 민사상 구제수단 중 공정거래법 제56조를 직접 원용해야 하고, 손해액인정과 관련된 특칙(입증곤란의 구제)에 해당하는 법 제57조 제1항을 설명해야 한다. 나아가 2018. 9. 18. 신설된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이는 법 제56조 제3항에 근거한 것으로, 발생한 손해의 3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예외적 손해배상의 내용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그 본질 및 성격은 과실책임이므로, 요건사실에 대한 입증의 문제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은 물론 헌법상 과잉금지 혹은 비례의 원칙과의 균형 하에 신중하게 적용될 필요(별도로 형사처벌을 받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법제도 하에서는 징벌적 의미가 과잉될 수 있음)가 있음을 지적한다면 매우 좋은 답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을 통한 분쟁조정절차를 답안에 기재한 수험생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법률의 규정에 따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행위와 관련된 분쟁의 조정 등에 해당하는 절차이므로, 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된 손해를 보전하는 설문상의 내용과 관련된 절차로서는 직접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
소비자법 분야의 출제유형의 경우 또한 전형적인 개별 거래 형태별 청약 철회권행사와 관련된 내용과 약관의 형태를 통한 거래과정에서 약관규제법상의 불공정약관에 대한 판단을 묻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우선 문제1.은 “방판법”을 이미 특정해준 상태에서(친절한 출제였다), 그 안에서 어떤 거래유형인지를 판단하라는 문제였다. 설문의 내용에 비추어 사업자가 휴대폰에 광고메시지를 전송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광고메시지에 대한 안내 전화번호를 통하여 전화를 걸도록 유도한 후 계약의 청약을 받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전화권유판매에 해당한다(필자의 경제법 교과서 249쪽 “사례형 대비 예시”). 특히 설문의 경우는 소비자의 수동적인 주문만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전상법상의 통신판매에 해당하지 않는 전형적인 전화권유판매로 판단할 수 있다. 방판법 정의 규정을 대전제로 설정하여 설문에 나타난 구체적인 행위를 연결하고 결론을 이끌어내면 된다.
문제 2.는 전형적인 철회권 행사의 범위와 제한과 관련된 문제이다. 청약철회와 관련하여서는 사업자가 계약서에 철회권 행사에 대한 사항을 전혀 기재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하고 추가로 별도의 안내조차 없었던 점과 함께, 주관적 사정이기는 하나 A의 인식 기준으로 설문 상 11. 15.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았다는 것이므로, 그 날로부터 14일 이내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법 제8조 제1항). 청약철회의 제한과 관련된 갑의 주장 또한 제8조 제2항을 근거로 피트니스 센터의 회원으로서 시설물을 이용할 경우 그 이용 자체로 재화가 멸실된다거나 가치가 현저히 낮아진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중심으로 철회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가 아니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
약관규제법의 경우는 개별적 무효조항을 근거로 불공정약관인지 여부를 설명하라는 문제였다(일반적 무효조항에 해당하는 법 제6조는 논하지 말 것을 명시). 설문과 같은 체육시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경우 사업자는 고객에게 시설물의 사용방법과 주의사항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존재한다. 이를 위반한 과실로 인한 결과에 대하여는 당연히 불법행위책임이 문제될 것이다(고객의 ‘과실’은 단순한 과실상계의 참작사유일 뿐, 사업자의 책임 자체를 모두 부정할 수 있는 고려 요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 약관 제11조는 민법상 통상손해의 한도 내에 당연히 포함될 수 있는 치료비(적극손해)와 일실손해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손해배상범우를 제한하고 있는 바, 이는 약관법 제7조 제2호에 따라 불공정약관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상당한 이유 없음에 대한 논거는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대한 일반론을 근거로 설시하면 좋을 것이다.
설문의 약관 10조는 운동기구의 고장, 훼손에 대하여 수리비 상당의 배상이나 실제 사용한 기간에 따른 중고제품의 구입가격 등의 합리적 기준을 모두 배제한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신제품 가격에 상응하는 금원을 배상하도록 예정하고 있으며 특히 교체에 필요한 기간 동안의 영업 손실이 실제 발생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이를 모두 배상하도록 정한 것으로, 법 제8조가 금지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손해금 등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접근해야 한다.
표준약관과 관련된 출제의 경우도 이는 단순한 조문 찾기 수준의 문제로, 법 제19조의3을 근거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제정할 수 있는 절차적 요건과 관련된 제3항 및 제4항 등의 내용에 상세한 해설을 추가하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문제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변호사시험의 경제법 출제의 논점이나 난이도는 적정한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 변호사시험 준비를 위해 긴 수험기간 동안 노심초사 노력했던 수험생들의 지난 시간에 대해 부디 공정한 결과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발전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2020년 9회 변시 경제법 총평을 마친다. 경제법에 쏟았던 용감한 노력의 시간은 앞으로 여러분이 실무가로서 활동함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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