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된 변호사의 변명. 기각
‘올해 기소된 변호사가 수십 명’이라는, 최근 보도가 있었다(2023. 9. 25. 법률신문).
곧 100명이 넘을 것 같았다.
변호사로 정당대표가 되어, 구속영장심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변호사는 형사변호사의 자격, 민사소송대리인 자격, 이혼소송이나 가압류가처분신청 대리인 자격도 가진다.
그래서 모든 변호사는, 형사사건을 경험하고 판결의 양상도 알고 있다.
이러한 변호사가, 자신이 피고인이 된 형사재판에서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었다.
‘피고인의 성품’도 언급되었다.
‘준법의식’도 등장했다.
다른변호사의 카카오톡 내 비밀을 침해했다는, 혐의다.
개인의 호기심으로 평가되고, 업무로인한행위로 정당행위 인정에 실패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 여성변호사가 남자친구와 나눈 3개월 치 카톡 대화를 자신의 휴대폰에 옮겼다고 한다.
피해자가 컴퓨터 카카오톡 메신저에 로그인한 상태로 자리를 비운 사이, 범행이 이루어졌다.
피고인도, 침해행위 자체는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증거물도 압수되었다).
‘정당한 목적’ 변명을 했기 때문이다.
업무상비밀누설을 확인하기 위해 대화를 확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검찰은, '변호사인 피고인이 개인적 호기심 충족을 위해 본건 범행을 저지른 점,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변명을 일삼으며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모욕적인 인신공격성 신문을 수 회 반복하는 등 2차 가해를 한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이유로, 3년을 구형했다.
피고인인 변호사의 변명을 들은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은, '카톡으로 나눈 사적 대화를 내보내기 기능으로 전송한 것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누설한 행위다. 집 비번 등 결코 침해되거나 누설돼서는 안 되는 개인정보가 다량으로 포함돼 있었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한 번도 하지 않다가 공판단계에서 대화내용 확인 후, 업무상비밀누설 여부 확인을 위해 내용을 확인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다'고, 질타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23. 8. 29, 선고 2023고단669 판결; 2023. 9. 7. 법률신문; 엘박스).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한 피고인으로 평가되면, 필경 구속된다.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처 생각이 없을 때에, 쓰는 경우가 많다.
‘법의 준엄함을 일깨워 줄 필요’라는 표현도, 구속시킬 때에 쓴다.
피고인이나 피해자의 ‘성품’이 등장하면, 진술신빙성 평가가 나쁘다.
성품, 인격은 진술신빙성 법리의 중요 요소다.
고의, 목적, 불법성, 범죄의식과 관련하여 정당성 주장을 하려면, 행위 직후 또는 적어도 수사단계에서 해야 진정성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뒤늦은 주장으로 위법성을 조각하려 하거나 범죄고의를 조각시키려 해도, 변명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수사단계 변호가 중요하여서, 필자는 '수사와 변호' 도서를 발간하였다.
공판검사는, 형이 과경하다고 항소한 상태다.
위 사건 판사가, 피고인의 무죄주장을 배척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의 업무상비밀누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피해자의 이 사건 대화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위와 같은 주장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기소 후 공판단계에서 재판부에 요청하여 이 사건 대화내용에 대한 기록 열람을 마친 후에야 위와 같은 주장을 새로이 하였으며, 피해자의 이 법정진술을 통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그 밖에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인의 성품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업무상비밀누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 사건 대화내용을 확인하였다는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 주장의 전제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설령,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의심을 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의 경위, 당시의 상황, 범행의 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다른 적법한 절차를 취하는 것이 곤란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않아 그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거나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할 수 없고, 또한 그에 관한 피고인의 이익과 피해자가 침해받은 이익 사이에 균형이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으므로 정당한 행위라고 할 수도 없다). 나아가 피고인의 행위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정당방위)로 보기도 어렵다."
위 판사가, 굳이 실형을 선고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초범인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 본인의 사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수습 중이던 여성 변호사의 카카오톡 대화를 ‘대화내용 내보내기’ 기능을 이용하여 침해하였다. 피고인이 내보낸 대화는 피해자가 그 남자친구와 나눈 3달 이상의 대화로서, 이에는 피해자의 지극히 사적인 내용과 집 비밀번호 등 결코 침해되거나 누설되어서는 아니 되는 개인정보가 다량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계속하면서 본인의 책임을 면하기에 급급해 하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가, 공판단계에서 이 사건 대화내용을 확인한 후에야, 피해자의 업무상비밀누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 사건 대화내용을 확인하였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의 범죄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그 동기가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명으로 인해, 피해자는 부득이하게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의 범행동기 등에 관하여 진술하여야만 했다[나아가 피고인은 (재판장의 수차례 제지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과정에서 인신공격적이고 명예훼손 내지 모욕적인 질문을 수회 반복하였다].
피해자는 동종 변호사업계에 종사하는 자로서 이 사건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용서를 구하려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이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로서 제반 법규를 준수하였어야 함에도 범행하여 이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크다.
피고인은 준법의식이 미약한 자로서, 형사사법절차의 준엄함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대구지방변호사회 형사변호실무 교수 | 대구의료원 이사 | 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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