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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의 경우에는 평생을 살면서 수사기관에 한번도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본의 아니게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전에 어떤 사람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신분증을 가지고 수사기관에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출생 이후 지금까지 무슨 잘못을 하였는지 하나하나 반성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고 한다. 예전에는 수사기관에 출석할 때 주민등록증이나 도장을 가지고 나오라고 하였다.
억울한 일을 당하여 고소 또는 고발을 한 경우라면 고소장 등에 부합하는 증거자료를 가지고 가서 사실관계를 사실대로 진술하고, 법에 따른 정당한 처벌을 요구하면 될 것이다. 한편 고소 또는 고발을 당한 경우에는 우선 경찰서의 민원포털을 통하여 고소장 또는 고발장의 범죄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지 사건인 경우에는 연락을 한 수사관에게 무슨 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확인한 후 그에 대비하기 위한 자료 등을 소지하여 수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더라도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모두 사본하여 주는 것이 아니라 범죄사실 부분만 알려준다. 정보공개청구 이후에 추가 고소장이 제출되거나또는 고소인이 제출한 입증자료는 무엇이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피고소인 또는 피고발인의 경우에는 사실 관계를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기소 이후에는 수사목록 열람 등사(형소법 제266조의3 제5항)가 가능하다. 수사에 대비하기 위하여는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출석일자를 조절하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수사란 범죄혐의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를 제기·유지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범인을 발견·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의미하는데, 수사는 수사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 등에 의하여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수사는 임의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수사란 장래의 사실에 대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과거에 발생한 사실에 대한 재현, 재생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관계는 사건관계자인 피의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수사기관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퍼즐 맞추기의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조금씩 재현할 수 있을 뿐이다. 단지 법정의 법대에 앉아 있다고 하여 사실관계를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법률가들은 남의 사건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기록을 모두 읽지 않고서 남의 사건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사는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수사절차에 있어서 초동수사는 매우 중요하다. 초동수사를 진행하는 수사관이 어느 방향으로 수사를 하느냐에 따라 수사의 성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초동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관을 설득하여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여야 한다. 실체적 진실을 진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실체적 진실이 피고소인 등에게 불리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피고소인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형에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주장을 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증거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 초동수사에서 불리한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되면, 사후에 이를 뒤집기가 용이하지 않다. 초동수사단계에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실력있는 변호인의 효율적인 조력(effective assistance)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조사가 종료되면 사실관계, 법률관계 및 양형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체를 파악하여 의견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적절한 의견서는 초동수사에 임하는 수사관의 생각 및 수사방향에 영향줄 수 있다. 한편 기소가 되었다면 공소장일본주의에 따라서 기록을 읽지 않고 공소장만 읽고 재판에 임하는 재판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선행적으로 적극적 의견서의 제출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고소인이라면 고소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이 좋다. 즉 참고인 진술서, 통화내역, 금전거래 내역, 장부, 사진, 녹취파일 등 증거자료의 제출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수사를 요리에 비유한다면, 요리를 잘 해서 숟가락으로 떠먹기만 하면 되도록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경우에 성공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도 아니고, 민사사건이라고 생각될 여지가 많고, 당사자 이외의 제3자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는 과거의 사실을 확정지어야 하는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에 열정적인 수사관을 만나지 않으면 수사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의견서를 작성할 때에는 실무상 항목을 나누어서 제목을 붙이는 것이 좋은 경우가 많다. 만연체로 사실관계 등이 나열되어 있는 글은 수사담당자가 읽는데 애를 먹는다. 녹취록과 녹취파일을 산더미처럼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요약하지 않으면 주요사실에 대한 쟁점이 누락될 수 있다. 글을 읽다가 주술 관계가 맞지 않으면, 갑자기 글을 읽는 것이 막힐 때에는 논리의 비약이 있게 되고,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의견서를 보면 실무가 출신인지, 실력이 있는 사람인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를 금방 알 수 있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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