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이유 유감
최창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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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이유란 상고권자가 적법하게 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법률상의 이유를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4가지 상고이유를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상고이유는 ①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 ② 판결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 ③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 ④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이다. 상고이유는 항소이유에 비하여 제한적인데, 이는 상고심의 업무부담 경감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②, ③은 절대적 상고이유라고 하고, ①, ④은 상대적 상고이유라 한다. 대부분의 상고이유는 상대적 상고이유이다. 대부분의 상고제기에 적용되고 있는 상고이유를 상대적 상고이유로 규정한 것은 결과만 타당하면 그 과정은 묻지 않겠다는 결과 중심의 사고방식으로써, 구체적 타당성과 소송결과만을 고려하여 법률심인 상고심이 가지는 적법절차의 감시기능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판례는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수용하고 있다. 즉 “상고심은 항소심판결에 대한 사후심으로서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으로 되었던 사항에 한하여 상고이유의 범위 내에서 그 당부만을 심사하여야 한다. 그 결과 항소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사항 이외의 사유는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고 이를 다시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에 반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른바 ‘상고이유 제한에 관한 법리’는 상고심을 사후심으로 규정한 데에 따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분리) 전원합의체 판결)”라는 것이다.
그러나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경우에는 부당한 경우도 발생한다. 비록 상고이유 제한 법리가 심급제도 및 각 심급의 구조와 역할, 그리고 이에 대응한 피고인의 소송상 지위 등에 기초한 것으로서, 위 법리 자체의 타당성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와는 달리 명문의 규정이 없이 관련 규정의 체계적 해석을 통해 인정되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상고권을 행사할 기회는 크게 제한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법리를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였을 때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거나 심급에 따른 상소권 보장의 본질에 반하는 등 특수한 사정이 존재하여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을 배제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야만 판사의 법률적용은 중립적이고 균형 있는 해석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따르는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피고인이 제1심 내지 제2심에서 양형부당만을 다툰 경우에는 상고심에 이르러 하급심에서의 문제점을 발견하더라도 다툴 수가 없게 된다.
한편 판례는 “양형의 조건에 관하여 규정한 형법 제51조의 사항은 널리 형의 양정에 관한 법원의 재량사항에 속한다고 해석되므로, 상고심으로서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여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형의 양정의 당부에 관한 상고이유를 심판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사실심법원이 양형의 기초 사실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였다거나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정상에 관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이러한 사실심법원의 양형에 관한 재량도,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비추어 당해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나타난 범행의 죄책 내 양형판단의 범위에서 인정되는 내재적 한계를 가진다 할 것이므로, 사실심법원이 피고인에게 공소가 제기된 범행을 기준으로 그 범행의 동기나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의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조건으로 포섭되지 않는 별도의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사정에 관하여 그것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력을 갖춘 증거에 의하여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핵심적인 형벌가중적 양형조건으로 삼아 형의 양정을 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하여 사실상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범행을 추가로 처벌한 것과 같은 실질에 이른 경우에는 단순한 양형판단의 부당성을 넘어 위와 같은 죄형균형의 원칙 내지 책임주의 원칙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 되므로, 그 부당성을 다투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러한 사실심법원의 양형심리 및 양형판단 방법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취지로 보아 적법한 상고이유로 평가될 수 있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1816 판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실심에서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경우가 아니면 상고를 하더라도 상고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고, 항소심 판결이 양형판단의 범위에서 인정되는 내재적 한계를 이탈한 것으로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원심 판결이 파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하급심에서 다투지 못한 쟁점을 상고심에서 주장하려고 하더라도 상고이유의 제한과 상고이유 제한 법리에 의하여 피고인의 주장이 봉쇄된다는 점에서 상고이유에 대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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