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제도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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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호 변호사 |
정보공개법에 대한 지지자들은 이 법의 존재만으로도 시민단체 등이 상당한 양의 정보를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등의 방법으로 행정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역사적으로 암장될 수 있었던 많은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공개법에 대한 비판자들은 이 법이 개인적인 사익을 취하기 위하여 남용되고 있고,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성숙되지 아니한 정보가 누설됨으로써 법집행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위법행위자로 하여금 증거를 없애거나 은닉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잠재적 증인들로 하여금 조사 또는 수사업무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도록 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마약밀매자 또는 조직폭력범죄자들에 의하여 이용되는 정보공개제도가 수사 및 교정기관 등을 비롯한 공공기관에 상당한 업무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 현실이고, 공공기관이 취득.보유하고 있는 기업비밀을 취득하기 위하여 이 제도가 악용됨으로써 영업비밀이 누설되고, 경쟁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부여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게 할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제도가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효과적인 제도로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정보집적의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함에 따라 정부기관에 의한 광범위한 정보가 집적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가 누출되는 경우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정보화 시대의 기술의 발전은 급속한 컴퓨터 및 인터넷의 발전에 기인한 바가 상당한데, 이로 인하여 신속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정보의 기록, 저장, 분석 및 이동이 용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한 개인의 출생, 결혼, 이혼, 병역, 재산, 면허, 선거, 범죄전과기록, 의료, 금융, 소송 등을 비롯한 산재한 개인 정보가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통합되어 관리될 수 있고, 공공기관에 의한 개인정보의 광범위한 저장은 향후 이러한 개인정보가 다양한 형태의 조합 및 가공을 거친 후 정보주체의 의도와는 달리 원하지 않는 곳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내지 공포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공공기관에 의하여 보유 중인 개인정보는 정보공개법 상의 비공개사유에 의하여 보호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공개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원의 판결은 헌법이 보장하는 프라이버시의 권리가 어느 정도로 보호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정보의 문제를 취급함에 있어서는 투명성과 프라이버시라는 중요한 가치에 대한 형량이 필요하다.
정보공개법 제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모든 국민’이다. 원칙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원고적격이 있는 것이 맞지만, 우리나라 정보공개법은 모든 국민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원고적격을 ‘Any Person’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에 대하여 누구라도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외국인에 대하여는 시행령 제3조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외국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 한다. 1. 국내에 일정한 주소를 두고 거주하거나 학술·연구를 위하여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사람 2. 국내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법인 또는 단체.”
정보공개법이 정보공개청구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정보의 사용 목적이나 정보에 접근하려는 이유에 관한 어떠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국민의 정보공개청구는 정보공개법 제9조에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폭넓게 허용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정보를 취득 또는 활용할 의사가 전혀 없이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거나, 오로지 공공기관의 담당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처럼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정보공개청구권의 행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이 옳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두9349 판결).
한편 민법 제2조(신의성실)는 “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권리의 행사가 1) 주관적으로는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2) 객관적으로는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권리의 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이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 있고, 어느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되는가 여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된다.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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